서울 강남역의 랜드마크가 된 삼성타운. 웅장한 빌딩 숲 속 삼성생명타워 지하에 기자실이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출입 기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칸막이로 된 12석의 자리와 소파가 마련돼 있다.
강남 지역에 가게 될 일이 있으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참 감사한 공간이다. 삼성 측도 강남 기자실 오픈 당시 계열사 사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기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후문이다.
오랜만에 강남 기자실을 가봤다. '관리의 삼성'이 새로 지은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 이미지처럼 '참 깔끔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주변 기자들에게 내일 삼성 기자실 한번 가보겠다고 말했더니, 한 명이 "거기 가면 냉장고 한 번 열어봐. 난 머리 아파서 안가"라고 이야기 했다.
동료 기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금세 증명됐다. 당황스러웠다. 자리를 잡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컵에 담긴 콜라가 엎어진 채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책상도 언제 닦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여서 물티슈를 꺼내 닦고 써야 했다. "그래도 삼성인데..."하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다시 기자실을 방문했는데 똑같은 상태였다. 여전히 냉장고 안에 쏟아져 있던 콜라는 그대로였고, 칸막이 위엔 먼지가 수북했다. 정수기 물을 마시고 싶어도 종이컵이 없었다.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는 바람을 쐬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더니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미지급을 성토하는 가입자들이 세워둔 차량과 현수막이 보였다. 금융당국도 지급 권고 결정을 내리며 개입했지만 삼성생명의 지급률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이에 이미 수차례 집회가 있었고, 서로 간에 소송전이 벌어져 내용은 잘 알고 있지만 이 날은 무언가 다르게 보였다.
초반에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지만 나중에는 소홀한 관리. 강남 기자실에서 삼성생명 암 보험 분쟁 상황이 씁쓸하게 오버랩 됐다.
보험사들은 광고로 자사 보험을 홍보하면서 가입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9월 선보인 '서로의 보험' 광고 마지막 부분 문구는 '서로의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우리는 서로의 보험입니다'였다. 삼성생명은 광고를 통해 고객의 인생 전반을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거리로 나선 사람들 역시 가입 당시에는 이러한 점들을 믿고 다른 보험사가 아닌 삼성생명의 상품을 가입하지 않았을까. 생명보험업계 1위라는 상징성과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감안하면 시작뿐만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허재영기자 hurop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