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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20대 초반덬 입사하고 나서 치매인가 싶을 정도로 멍청해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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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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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덬이야
난 한글 떼서부터 활자중독이었어
엄마 말론 어린 내가 말은 너무 없는데 혼자 글만 계속 읽고 중얼거리고 이래서 자폐아 검사도 받아봤다나ㅋㅋㅋㅋ
과자 하나도 뒤에 성분표부터 유의사항까지 다 읽고 책 읽을 때는 출처 논문명과 논문저자까지 다 읽는 애가 나야ㅋㅋㅋㅋ
당연히 책도 많이 읽었고 읽는 속도도 또래보다 빨랐던 것 같아
글이 좋았고 또 가장 친숙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글 쓰는 과에 수석입학해서 글공부도 했어
입학 때부터 수석을 놓친 적도 없었고
언어적인 머리가 최고는 아니더라도 뛰어나다곤 자부해
글을 많이 읽어서인지 공부도 꽤 했었고.. 어딜 가도 머리 좋다, 똑부러진다 이런 얘기만 들었어
그러다 집안 사정때문에 1년 전에 자퇴하고 그냥 영업직에 취직하게 됐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반 년 전에 팀이 바뀌고 나서부턴
매일 17000보씩 걸어다니며 10~12시간씩 일하고, 계속 낯선 사람 만나 잘 보이려 노력하고, 위에선 실적으로 쪼아대고, 겨우 집에 와도 잔업이 있고, 주말에도 연락 대기를 해야하고... 이렇다보니 예전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버겁더라
남는 시간엔 그냥 TV 앞에 가만히 누워만 있어
그러다가 두 달 전부터 일하면서 글을 읽고 쓰게 될 일이 생겼어
내 전공을 어디서 들은 상사가 업무를 더 준 거지
근데 정말 당황스러운 게, 글을 읽는데 하나도 이해가 안되는 거야
문장 하나를 읽어도 이게 활자라는 인식만 있고 내용이 전혀 안 들어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띄어쓰기대로 끊어서 천천히 읽고 나서야 겨우 하나 이해가 돼
그러고 다음 문장을 그렇게 또 읽고 나면 그 전 문장은 그대로 기억에서 날아가고
그렇게 a4용지 하나 분량 읽는 데 40분이 걸렸어
겨우 반년 글을 멀리 했다고 사람이 이렇게 바보가 될 수도 있어?
내 전공인데 글을 못 읽어서 일 못하겠다고 말도 못하겠고 갑자기 문맹이 된 것 같아
기억력은 또 왜 안좋아진 건지, 방금 읽은 거 까먹은 것처럼 1분 전에 지시한 것도 다 까먹어버려
지시받은 건 생각나는데 그게 무슨 내용이었더라.. 또 한참 생각하고...
적어놓잖아? 어디 적었는지, 적은 걸 어디 뒀는지를 까먹어..ㅋㅋ..
맨날 누락하고 까먹고 오래 걸리고 이러니까
상사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거 같은 건지, 열심히 좀 하라고 매일 그런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답답해
왜 바보가 됐지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이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도 나고 이런 생각 하느라 잠도 못 자고
이런 것도 병원 가면 고쳐지나
근데 병원 갈 시간도 없어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니까
더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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