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보그화보] ‘메이드 인 코리아’ 팀의 수상한 초대
30 0
2025.12.21 12:09
30 0

https://www.instagram.com/p/DSgnf8_iVJ9/



 

정석과도 같은 블랙 수트에 타이를 매고, 매끄럽게 가르마를 탄 현빈이 내 앞에 앉았다. 어쩐지 오랜만인 듯한 기분이었다. 그를 이렇게 가깝게 마주한 것은. <사랑의 불시착> 이후 그가 드라마로 돌아온 것은 6년 만이다. 디즈니+가 연말연시를 겨냥해 공개하는 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현빈은 1970년대 격동의 대한민국에서 주어진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은밀한 야망을 조금씩 드러내는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정보과장 백기태로 등장한다. <보그> 화보 촬영을 함께한 정우성, 우도환, 서은수, 정성일, 노재원, 박용우 등 폭넓은 세대를 대표하는 연기파 군단이 그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키기에 어깨가 한층 무겁다. 작품 잘 봤다는 이야기로(인터뷰 준비를 위해 작품이 공개되기 전 시리즈 몇 화를 미리 본 상태였다) 말문을 연 내게 아직 편집본을 보지 못한 현빈이 되물었다. “아, 그래요? 정말 궁금해요. 어떻게 잘 나왔나요?”

현빈, 아니 백기태의 첫인상은 경계감을 자극한다. 지덕체의 눈부신 균형감과 카리스마가 도입부에서부터 빛을 발하지만, 어쩐지 영웅적인 인상은 아니다. 일본 공산주의 단체에 의해 납북될 위기에 처한 비행기에 승객으로 탑승한 백기태는 놀라운 언변과 몸싸움 실력으로 판도를 뒤바꾸지만 동기는 한없이 수상하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하이재킹 상황에서 기내에 의외의 인물이 타고 있었다는 새로운 설정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백기태가 거기에 왜 탔는지 추적하며 남은 이야기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내 편과 네 편이 확실치 않은 상황, 여섯 편의 에피소드 내내 현빈의 얼굴은 낯설다. 로맨스물에서 빛을 발한 낭만적인 매력은 철저히 자취를 감췄고, 액션물에서 돋보인 카리스마는 한층 서늘해졌다. 다소 쓸쓸한 모습으로 등장한 영화 <만추>(2011)나 <하얼빈>(2024)에 비해서는 삶에 대한 더 강렬한 욕망이 느껴지지만,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협상>(2018)보다는 한층 은근하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나쁜 놈이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기태가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 몸부림치는 데는 가정사가 미친 영향이 있습니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자꾸만 욕심을 합리화하게 하죠. 그런 집념을 확고하게 믿고 전진하는 기태가 오히려 제 눈에는 아슬아슬하게 느껴져요.”

군 제대 후 중앙정보부의 핵심 인사가 된 백기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의 산증인이자 두 동생(그중 한 명이 우도환이 맡은 백기현이다)을 건사하는 가장으로서 권력의 사다리를 타기 위해 계속 기회를 엿본다. 칼같은 가르마와 네이비 핀스트라이프 수트 차림의 백기태에게서는 내 눈앞의 다정하고 살가운 현빈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13~14kg 정도 증량했어요.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원했죠. 중앙정보부가 지닌 권력과 위압감이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외적인 모습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길 바랐거든요.” ‘비즈니스’를 위해 일본을 자주 오고 간다는 설정상 일본어에도 공을 들여야 했다. 그가 일본어 연기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설프게 들릴까 봐 걱정했습니다. 첫 촬영이 하이재킹 신이었는데, 저 빼고 다 일본 배우였거든요. 그 안에서 제가 일본어로 상황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그러나 걱정되진 않는다. 운동, 음악, 요리, 손재주 등 많은 영역에서 실제로 다재다능한 그가 배우로서 어설픈 모습을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모든 장르, 모든 역할에 현빈은 언제나 능숙하게 스며들었다.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처럼 외국어를 구사해야 한다든지, 사투리를 배워야 한다든지, 혹은 외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싶으면 최소한 3개월은 투자해요. 어느 정도는 해봐야 알겠더라고요. 해봤는데 안 되겠다 싶으면요? 감독님께 과감하게 상의를 드려야죠. 그럼 감독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죠.(웃음)”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에 앞서 전작 <하얼빈>을 맨 처음 제안받았을 때 현빈은 여러 번 고사했고, 우민호 감독은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하얼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현빈은 다음과 같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수많은 일을 겪으셨던 그분들의 고통과 괴로움, 좌절, 그럼에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모든 무게감을 감히 헤아릴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고, 감당해낼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게 해낼 수 있다고, 함께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끝까지 이끌어주신 감독님 덕분에 제가 여기 서 있습니다.” 유난히 ‘차갑고, 뿌연’ 작품으로 회고하는 <하얼빈>의 여운은 그만큼 짙다. “매 작품에 빠져 지내는 동안 저라는 사람도 조금씩 바뀌었겠죠. 하지만 <하얼빈> 이후에는 특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마침 실제 삶에서도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시기였다. “<하얼빈>을 촬영할 당시 모든 게 맞물렸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태어났죠. 어쩔 수 없는 심경의 변화가 찾아왔고, 연기와 가정에서 모두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통한의 이야기를 이해할 정도로 아이가 자랐을 때, 아버지로서 함께 <하얼빈>을 감상하는 현빈의 마음은 또 어떨까? 20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아직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 생활에 푹 빠져 지낸 현빈은 2003년 <논스톱 4>를 통해 대중의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찾아온 작품이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까칠한 매력을 발산하는 연하남 현진헌으로 활약하며 최고 시청률 50%를 견인해낸 그는 곧바로 스타가 됐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스물넷이었던 청춘 배우가 “순간에 도취되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조언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과거 인터뷰를 끝없이 거슬러 가봐도 그에게서 한결같이 느껴지는 초연함은 그를 ‘야망이 없는 배우’로 호도하게 할 정도였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겸허한 삶의 대전제가 일찍이 내면에 단단히 뿌리내리자 현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신인 때부터 줄곧 맡겨진 주연의 기회를 통과하면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사랑의 불시착>으로 거둔 주기적인 신드롬 속에서도 현빈의 마음가짐은 변함같이 건강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오히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느껴지더라고요. 타이틀 롤에 대한 부담, 책임감 같은 것들이요. 연기는 할수록 힘들어요. 자꾸만 어려워져서 싫어지기도 하죠. 오히려 신인 때는 심플했어요. 내 것만 잘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이것도 보이고,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생각도 많아지고, 그중에서 결국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죠. 복기도, 후회도 많이 합니다.” 최근 그는 손석구가 등장한 인터뷰 영상을 보며 깊이 공감했다. “석구 씨가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연기가 뭔가 석연치 않았대요. 서울 올라오는 내내 차 안에서 그 대사를 되뇌었다는데 그게 어떤 말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미련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3화는 어떠셨어요?”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그가 또다시 질문했다. 백기태와 배금지(조여정)를 주축으로 전개되는 3화는 그가 특히 즐겁게 연기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마 여정 누나와의 마지막 촬영 신이었을 거예요. 각자 캐릭터에 완벽히 몰두한 상황에서 모든 대사가 후루룩 맞아떨어진 느낌이 있었죠. 모니터링하던 감독님도 너무 편해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 요즘 현빈은 배우로서 충만함을 느낀다. 그런 기분 좋은 파도를 부드럽게 타기 위해 정답처럼 느껴지는 태도는 마음을 열어두는 것. “최대한 준비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닐 수 있어요. 현장에 갈 때 가장 설레는 점은 제작진이나 다른 배우들과 교류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만나게 되고, 그에 맞춰 내 연기도 달라진다는 것이죠. 이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촬영하면서도 그랬어요. 정말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하잖아요. 리허설을 거듭하며 각자의 생각과 준비한 연기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았죠. 할수록 어렵지만, 요즘 제가 느끼는 연기의 재미는 바로 그런 거예요.”

<보그> 촬영이 끝난 후 그는 작품 홍보를 위해 유튜브를 촬영하러 간다고 했다. 영화 <하얼빈>이 개봉했을 때도 ‘짠한형 신동엽’을 비롯한 유튜브 채널에 모습을 비치며 대중과 만난 그는 더 어렸을 땐 내 길이 아니라고 확신했던 낯선 무대를 어떤 마음으로 누비고 있을까. “여전히 전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유튜브 매체도 정말 많아졌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콘텐츠니까 한번 도전해보자고, 이왕이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보려는 거죠.” <메이드 인 코리아> 공개를 앞두고 이미 시즌 2를 촬영 중인 그의 마음은 미지의 영역에도 기대를 걸 정도로 간절하다. “잘돼야죠. 드라마 한 편이 아니라 영화 여섯 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퀄리티에 집중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농담이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아무도 집 밖으로 안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게다가 시즌 2는 훨씬 재밌을 거예요.” 그의 행보와 언어에서 느껴지던 담백한 분위기 때문에 긴 시간 나는 그를 오해했다. 현빈은 초연한 사람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뜨거운 열정보다 차가운 열정 쪽에 조금 더 가까울 뿐. 촬영에 집중하고 틈틈이 가족을 돌보며 정신없이 지나간 2025년이지만, 그는 매 순간 삶의 주도권을 꼭 붙든 채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현빈에게서 리더의 향기가 나는 이유다. 그런 그가 이끄는 세상은 어떨까? 적어도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의견이 분분할 듯하다. 

https://www.vogue.co.kr/2025/12/21/%eb%a9%94%ec%9d%b4%eb%93%9c-%ec%9d%b8-%ec%bd%94%eb%a6%ac%ec%95%84-%ed%8c%80%ec%9d%98-%ec%88%98%ec%83%81%ed%95%9c-%ec%b4%88%eb%8c%80/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라카 X 더쿠💗 립밤+틴트+립글로스가 하나로?! 컬러 장인 라카의 프루티 립 글로셔너 체험단 모집! 686 12.19 28,09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46,82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37,69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386,2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51,990
공지 알림/결과 배우 현빈 필모그래피 플랫폼 & DVD/Blu-ray 현황 & 컨텐츠 다운로드 방법(200904.ver) 18 20.04.01 20,2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330 스퀘어 요정재형 업데이트👼 17:04 4
» 스퀘어 [보그화보] ‘메이드 인 코리아’ 팀의 수상한 초대 12:09 30
11328 잡담 ㅌㅁㄴ💙 07:12 21
11327 스퀘어 [전지적 참견 시점 378회 예고] 유미 가맥에 찾아온 특별한 손님들 07:10 41
11326 잡담 ㅌㅁㄴ💙 1 12.20 41
11325 스퀘어 2026 HYUN BIN SEASON‘S GREETINGS : 𝐁𝐞𝐜𝐨𝐦𝐢𝐧𝐠 𝐀𝐥𝐥 #Noir 1 12.19 35
11324 스퀘어 현빈, 유투브 '요정재형' 출격 2 12.19 118
11323 잡담 ㅌㅁㄴ💙 2 12.19 24
11322 스퀘어 <메이드 인 코리아> 캐릭터 포스터, 캐릭터 영상 1 12.18 54
11321 잡담 ㅌㅁㄴ💙 1 12.18 30
11320 스퀘어 2026 HYUN BIN SEASON‘S GREETINGS : 𝐁𝐞𝐜𝐨𝐦𝐢𝐧𝐠 𝐀𝐥𝐥 #Human Drama 1 12.17 34
11319 스퀘어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믿음 | [메이드 인 코리아] 제작기 영상 | 디즈니+ 1 12.17 60
11318 잡담 ㅌㅁㄴ💙 2 12.17 43
11317 스퀘어 베스트리가 좋아하는 싸인 비니🖊️(+vast making 제작발표회) 1 12.16 45
11316 잡담 ㅌㅁㄴ💙 1 12.16 35
11315 스퀘어 <메이드 인 코리아> 제작발표회, VIP 시사회(+vast, 풀영상) 1 12.15 136
11314 잡담 ㅌㅁㄴ💙 1 12.15 55
11313 잡담 ㅌㅁㄴ💙 1 12.14 64
11312 잡담 ㅌㅁㄴ💙 1 12.13 52
11311 스퀘어 2026 HYUN BIN SEASON‘S GREETINGS : 𝐁𝐞𝐜𝐨𝐦𝐢𝐧𝐠 𝐀𝐥𝐥 #Thriller 1 12.12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