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 The Rhythm of Life (1889, 앨리스 메이넬)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주나 지난 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병에도 운율이 있다.
점점 짧아지는 주기로 죽음을 향해 거리를 좁혀가고 점점 길어지는 주기로 회복을 향해 멀어져간다.
하나의 원인에서 생긴 슬픔을 어제도 참지 못했고 내일도 참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견딜만하다.
심지어 해결되지 않은 무거운 근심조차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허락한다.
사람은 삶의 주기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거나 늦게, 너무 늦게 깨닫는다.
왜냐하면 경험이 쌓여야 알 수 있는 문제이며 누적된 증거가 없는 탓이다.
삶의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주기성의 법칙을 확실히 깨닫게 되고 어떤 것이 지속되리라는 희망이나 두려움이 없어진다.
젊은 시절에 위대한 성취를 꿈꾸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삶은 너무나 길어 보이고, 너무도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삶에 필요한, 삶이 가져야만 하는 그 모든 간격─열망과 열망, 행동과 행동 사이의 간격, 잠을 위해 멈추는 시간들처럼 피할 수 없는 멈춤들─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셰익스피어의 구절에 더 미묘한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마음에 평화가 있으리라.
기쁨은 우리에게 오는 길에 이미 우리를 떠난다.
우리의 삶도 차고 질 것이다.
우리가 현명하다면 삶의 리듬에 따라 깨고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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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것 중에 가장 와닿은 글이야
특히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라는 첫문장에 보자마자 꽂혀버림.
덬들이랑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봐.
전문은 아니고, 인상 깊은 부분만 발췌했어!
(+) 참고로 이 글은 <천천히 스미는> 이라는 책에서 발견했어
버지니아 울프, 스콧 피츠제럴드, 마크 트웨인 등영미 작가들의 산문들을 모은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