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선물했던 유성도
고운 꽃잎 흩날리며 마음을 간지럽히던 어느 봄날도
사랑이라 부르고 싶었던 사람도.
그래, 나는 스침을 사랑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나았다.
순간의 기억으로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다.

심야의 객석은 관객이 드문 편이었다.

심야의 객석은 관객이 드문 편이었다.
의자 팔걸이 끝에 둥글게 팬 음료수 꽂이에
콜라 용기를 나란히 넣고
진솔이 팝콘 봉지를 들었다.
가끔 건이 손을 내밀어 팝콘을 집어 갔다.
문득 그녀가 몸을 기울여 그의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실은 나 극장에서 뭐 먹으면서 보는 사람 싫어하는데."
그러자 건도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사실은 나도 싫어해요."
"그런데 왜 샀어요, 이거?"
"당신이 좋아하는 줄 알았지."

열일곱의 첫사랑은 여름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아이를 떠올릴 때면 나는 항상 더웠다.
아주 가끔 그 아이의 세상이 차가워 보일 때면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의 봄으로 너의 겨울을 살게.
너를 생각하면 나는 봄을 얻을 수 있으니.
아니, 사실은 여름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내려 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너의 콧노래를 주워 담던.
흰민들레 문구점의 모조품 풀 반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네게 폭폭하게 말린 청록색 치마를 엄마 대신 건네던
그 푸른 세탁소 집 동갑내기를.
너는 나를 기억해줄 수 있어?

버티지 못한다고 비겁자는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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