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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친일 논란’ 강동원 외증조부 이종만, 그는 노동운동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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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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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왼쪽)과 외증조부 이종만(오른쪽 사진 왼쪽), 그의 딸 이남순 씨. 한겨레 자료사진
배우 강동원(왼쪽)과 외증조부 이종만(오른쪽 사진 왼쪽), 그의 딸 이남순 씨.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곽병찬 칼럼 남호 이종만의 ‘대동 사상’ 소개
“일제 헌납금은 1000원, 노동사업에 쏟은 돈은 열 배 이상”
배우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행적을 다각도로 해석한 〈한겨레〉 칼럼이 있어 다시 소개합니다.

지난해 8월17일치 <한겨레〉에 실린 ‘곽병찬의 향원익청’ 칼럼에 따르면 남호 이종만은 일제강점기 기업가로 일제에 돈을 헌납한 것은 맞지만 그 돈의 열 배 이상을 사회사업에 쏟은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일제에 낸 돈은 1000원이었고, 노동자·농민 교육사업에 환원한 금액은 80여만원(현재 화폐가치로 800여원억)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칼럼은 그의 사상이 “권력을 독점하는 자 없이 평등하고, 재화는 공유되고 생활이 보장되며, 각 개인이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대동 정신’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칼럼은 이종만을 ‘대동 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동운동가로 그리며 “누가 ‘일하는 사람이 다 잘 사는’ 이상에 모든 걸 바친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끝을 맺습니다.

앞서 강동원의 외증조부인 이종만의 친일 행적을 주장하는 게시물이 온라인상에 올라오며 문제가 되자, 강동원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쪽이 삭제를 요청하며 논란을 빚었습니다. 5일 강동원 쪽은 외증조부의 친일파 논란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지숙 박희수 기자 suoop@hani.co.kr


[곽병찬의 향원익청] ‘대동’ 향한 금광왕 이종만의 무한도전

민족문제연구소가 간행한 친일인명사전에는 금광왕 남호 이종만의 ‘친일’ 행적이 기록돼 있다. 그의 딸 이남순은 “28전29기의 역경 속에서 오로지 농민과 광부, 근로자의 복지와 대동평등사회 구현에 헌신한 분에 대한 공정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종만이 일제에 낸 돈은 일종의 보험금이었다. 그가 노동자 농민 교육사업으로 환원한 금액은 80여만원(지금 화폐가치로는 800여억원)에 이르렀다. 자신의 땅 157만평도 내놓았다. 누가 ‘일하는 사람이 다 잘사는’ 이상에 모든 걸 바친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북지위문품대로 1000원을 내고, 1938년 10월 정주경찰서에 황금위문금 냈다. … 1939년 7월엔 일본군 위문대 대금으로 1000원 냈으며 11월 조선유도연합회 평의원을 맡았다. … 1940년 7월 잡지 <삼천리>에 지원병을 격려하는 글을 게재했으며, 1941년 10월 출범한 조선임전보국단 이사로 참여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간행한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된 금광왕 남호 이종만의 ‘친일’ 행적이다.

이에 대해 이종만의 딸 이남순은 2010년 낸 회고록(<나는 이렇게 평화가 되었다>)에서 ‘피맺힌 한’을 토로한다. “28전29기의 역경 속에서 오로지 농민과 광부, 근로자의 복지와 대동평등사회 구현에 헌신한 분에 대한 공정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서 방기중 전 연세대 교수가 1996년 발표한 연구논문 ‘일제말기 대동사업체 경제자립운동의 이념’의 결론을 소개했다. ‘이종만이 자신의 전 재산과 기업을 바쳐 세운 대동기업체의 이념과 경영철학은 식민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모색하던 진보적 민족주의 계열이 도달한 사상적 모색의 한 전형이자 실천이었다.’

그건 과장이 아니었다. 북지위문금을 내기 두 달 전 이종만은 영평금광 매각 대금 155만원 중 50만원(지금 화폐가치로는 500억원)을 자작농 육성과 이상적 농촌 건설을 위한 대동농촌사 설립에 쾌척했다. 이밖에 10여만원은 영평금광 광부와 직원 1000여명에게 나눠주고, 인근 마을 빈민구제금으로 1만원을 희사했으며, 광부의 아이들이 다니는 영평학원에 2000원, 왕장공립보통학교에 1000원을 각각 전했다. 그가 인수인계식을 끝내고 떠날 때 왕장역에는 “1천여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 인근 주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의 덕행을 찬양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고향인 울산에도, 대현면 교육사업비로 10만원, 빈민구제금으로 1만원 등을 희사했으니 그가 노동자 농민 교육사업으로 환원한 금액은 80여만원에 이르렀다. 9월엔 자신의 땅 157만평도 내놓았다.

1000원의 황금위문금을 낸 1938년, 그는 조선의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한 대동공업전문학교를 설립하고(6월), 대동광업주식회사, 대동광산조합, 대동출판사 등을 세웠다. 노동자-자본가, 지주-경작자의 협력에 의한 집단경영, 균등분배의 정신을 구현할 대동사업체의 뼈대였다. 그의 소유인 장진광산 280구, 초산 140구, 자성 300구 등 1천구가 넘는 광구를 기반으로 설립한 대동광업주식회사가 돈줄이었다. 위창 오세창 선생이 이 회사 현판 글씨를 써준 것은 이런 취지 때문이었다.

대동공전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폐교의 위기에 몰린 민족교육의 산실 숭실전문학교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대신 세운 것이었다. 설립자금만 120만원이 들었고, 사재 30만원까지 털어 넣은 이 학교는 지금 북한 김책공업대학교의 전신이다. 그가 당시 설립하거나 지원한 민족학교는 울산의 농업학교 등 11곳에 이르렀다. 그가 일제에 낸 돈은 일종의 보험금이었고, 조선 노동자 농민 민족교육에 헌납한 금액에 비하면 ‘팥고물’이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을 도발하면서 일제는 금 생산 장려 정책을 중단했다. 돈줄이 끊긴 대동사업체는 파산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종만과 총괄전무 이준열, 경리담당 임원 정현모 등이 임전보국단에 가입해, ‘친일’ 활동을 하게 된 건 그때였다. 그러나 일제가 1943년 금광을 강제로 정리하면서 대동사업체는 사라졌다. 대동농촌사는 농민들에게 모든 토지를 넘기고 해체됐으며, 대동출판사는 대동공업전문학교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각됐다. 29번째 도전 역시 실패였다.

그는 일찍이 스무살(1905년) 부산에서 미역 중간상으로 뛰어들었다가 실패했고, 2년 뒤 대부망 사업도 파산했다. 고향인 울산 대현면에서 신식 대흥학교를 설립했지만, 노인들의 반발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사이 100석지기의 가산은 모두 사라졌다. 1차 세계대전 중 반짝 흥했던 중석광산도, 1919년 금강산에서 시작한 목재업도 망했다. 함남 영평과 북청에서의 개간사업도, 함남 동창, 명태동에서 벌인 광산도 실패했다. 1920년 이상적인 농촌 건설을 위해 시도한 조선농림회사도 일제의 방해로 무너졌다.

1923년 그는 훗날 그와 운명을 같이하게 될 이준열을 만난다. 이준열은 경성고등공업전문학교(서울대 공대 전신) 출신으로 경성고학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무산자 교육운동’의 중심이던 경성고학당에서 이준열은 교육을, 이종만은 후원업체인 제빵공장 책임자를 맡았다. 자금 부족으로 빵공장이 문을 닫게 되자 1928년 다시 명태동 광산으로 돌아가지만, 이번엔 동업자의 배신으로 끝났다.

인생 역전은 방치된 영평금광을 450원에 매입하면서 이뤄졌다. 1936년 영평금광은 연 생산액 40만원의 알짜 금광으로 자리잡았다. 규모가 더 큰 장진금광을 사들이면서 영평금광을 155만원에 매각했다. 그즈음 고려공산당 재건 사건으로 7년간 복역하고 막 출소한 이준열과 재회한다. 이준열의 회고록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1937년 초 어스름이 밀려올 때, 얼어붙은 겨울의 한강 강변에서 남호와 송강, 허헌, 이성환, 이훈구, 정현모, 민정기, 이영조, 김용암, 박창식, 문원주, 한장경 등이 도원결의를 맺었다. 서로의 팔뚝을 맞대며 대동을 향한 새 출발을 약속한 것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김병로, 이인과 함께 3대 민족변호사였던 허헌은 대동사업체의 상임감사로 이종만의 의중을 대변했다. 그는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을 맡았다가 복역했고, 해방 후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일성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대동농촌사의 기획을 맡았던 이훈구는 숭실전문학교 교수로서 농촌운동 지도자였다. 신간회 간부였던 정현모는 대동사업체의 경리를 담당했으며, 대동출판사의 주간을 맡았던 이관구 역시 신간회 정치부 간사를 맡았었다. 이성환은 약관의 나이에 농민운동의 지도적 역할을 했던 농업이론가였다. 대동사업체가 나아갈 길은 자명했다.

이종만에게 ‘대동’은 신념을 넘어서 하나의 신앙이었다. “모든 불평과 불행의 근원은 사심에서 시작된다. 사심을 버리고 대자아의 활연한 심경에 이르면, 세상 만물 어느 것이나 차이나 구분이 없이 다 같은 본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때 노동과 자본의 조화로운 협조 속에서 공존공영의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이것이 대동사상의 핵심이다.”(<대동일람> 서문) ‘대동’의 원전인 <예기> ‘예운편’은 그런 세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권력을 독점하는 자 없이 평등하며, 재화는 공유되고 생활이 보장되며, 각 개인이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 중국의 혁명가 캉유웨이나 쑨원이 꿈꾸던 이상사회였다. 이종만은 해방 후에도 대동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대동교학회(1948년)를 세운다.

1946년 5월 말 남한 최대의 탄광이었던 삼척탄광에서 노동쟁의가 벌어졌다. 노동자 자주관리제를 좌절시키려는 미군정청과 군정 대리인 하경용에 맞선 것이었다. 요구사항은 군정의 대리인 하경용을 철회할 것, 사장을 유임시킬 것, 임금이나 인사 등 결정사항을 승인할 것 등이었다. 당시 이 회사의 사장은 바로 이종만이었다. 그는 자주관리제를 통해 ‘대동’의 정신을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도전도 실패했다. 결국 약삭빠른 자들의 모략으로 쫓겨난다. 그렇다고 포기할 그가 아니다.

이종만은 1949년 월북한다. 당시 북한 정권은 새로운 대동 세상 건설을 호언하고 있었다. 그는 광업상 고문 등을 역임하며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대동 세상과 거리가 멀다. 노동자나 농민의 이상향도 아니었다. 31번째 도전도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나 누가 ‘일하는 사람이 다 잘사는’ 이상에 모든 걸 바친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오히려 남이건 북이건 그의 아름다운 도전을 ‘헬조선’의 어둠을 밝힐 등불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이종만은 1977년 사망했다. 그는 기업가로는 유일하게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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