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0억, 전세금 3억만 받고 쫓겨날판" 20년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호소문

장기전세 20년 만기 앞두고..."국가 믿었다, 우리 퇴거하면 집값 급락"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강일리버파크와 강일(고덕)리엔파크의 장기전세 입주민들은 단지 내 분양 세대와 서울시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입주민 일동은 호소문에서 "2007~2009년 서울시는 '시세 23% 보증금으로 20년 안정 거주'를 약속하며 시프트 정책을 시행했다"며 "저희는 그 약속을 믿고 강일동에 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무주택 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가격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공공임대주택이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했다.
당시 강일지구 등에 공급된 시프트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중대형 평형에 장기 거주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입주민들은 "2027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면, 현재 시세 10억 원 집에 사는 전세 세대는 보증금 3억 원만 받고 나가야 한다"며 "동일 단지 재계약도 불가능한 금액으로, 이대로라면 단지에서만 수백 가구 이상이 동시에 퇴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강제 퇴거는 '남의 일'이 아니며, 단지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며 이 문제를 분양세대와 함께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시세 80% 수준으로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을 하거나, 감정가로 분양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간 집 안 사고 뭐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당시 정책이 '20년 거주 보장'이었기에 국가를 믿고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서도 "그동안 관리비와 주민세를 성실히 납부하며 단지에 함께 기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백 세대가 동시에 퇴거할 경우 단지 공동화와 실거래가 급락 등 분양 세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요구안에는 △보증금을 시세 80%까지 현실화하는 조건의 무주택 실수요자 재계약 보장 △20년 거주자 대상 감정가 기준 분양전환 기회 부여 △저리 이주대출 및 공공전세 연계 등 금융 지원 △신규 정책 수립 시 분양·전세 대표자 공동 참여 등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입주민들은 자신들을 "'임대거지(임대아파트 입주민을 비하하는 혐오표현)'가 아닌, 같은 동대표를 뽑고 아이를 함께 키운 20년 이웃"이라고 강조하며 분양세대의 연대를 호소했다.
해당 입장문은 이튿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누리꾼 "계약 끝났으면 비워야지" vs "금융 지원 필요"
온라인에서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비판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누리꾼들은 "20년간 낮은 보증금으로 거주했으면서 그동안 주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건 본인 책임", "계약 기간이 끝났으면 비워주는 게 맞다", "애초에 20년 한시 거주를 조건으로 들어간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분양 세대나 다른 무주택자와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누리꾼은 "호소문이 분양 세대 집값 하락까지 거론하며 동참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감정가 분양전환 요구를 두고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시세 차익까지 챙기겠다는 것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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