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은 우리 머리 바깥, 정확히는 장 속에 있었다. 우리 몸의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뇌가 아니라 장에서 만들어진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세로토닌을 직접 만드는 것은 우리 몸이 아니라 장 속 유익균이라는 점이다. 유익균이 사라지면 그 재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원리로,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발효해 만드는 짧은사슬지방산은 혈뇌장벽이라 불리는 뇌의 검문소를 통과해 들어가서 뇌 면역세포의 폭주를 가라앉히고 신경세포의 신호를 다듬는다. 장이 무너지면 뇌로 들어갈 ‘기분의 재료’와 ‘염증을 잠재우는 재료’가 동시에 끊긴다. 의학은 이 통로를 ‘장-뇌축’이라 부른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이라는 굵은 전화선과 혈류라는 택배망으로 매일 수만 번 신호를 주고받는다.
여기에 두 번째 충격이 더해진다. 뇌의 발전소도 함께 무너진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산소의 20%를 쓴다. 뇌세포는 유난히 미토콘드리아에 의지하는 세포다. 그래서 발전소가 약해지면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는 곳도 뇌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들여다보면 치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한참 전부터 뇌세포의 발전소가 이미 고장 나 있다. 단백질 찌꺼기는 그 결과로 쌓이는 것이지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무너짐이 있다. 우리 뇌에는 밤마다 작동하는 청소시스템이 있다. 잠이 들면 뇌세포 사이의 틈이 약 60%나 넓어지고,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들어와 낮 동안 쌓인 단백질 찌꺼기를 씻어낸다. 의학은 이를 ‘글림파틱 시스템’이라 부른다. 깊은 잠이 들면 이 청소차가 출동해 알츠하이머의 주범인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쓸어 담아 정맥으로 내보낸다. 이 시스템은 잠이 깊어야 가동된다. 그런데 발전소가 약해진 뇌는 충분히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장이 무너져 세로토닌이 부족한 사람도 잠이 얕아진다. 잠의 호르몬 멜라토닌이 세로토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합이 무너진 사람은 청소차가 매일 밤 결근하는 셈이다. 단백질 찌꺼기가 그래서 쌓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치매도 결국 결합을 되살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첫째, 잠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밤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 침실을 어둡게 하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청소차를 출동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둘째, 매일 다양한 채소와 발효 음식으로 장 속 유익균을 다시 키운다. 다양한 유익균이 곧 세로토닌의 생산자이고, 그것이 깊은 잠과 차분한 기분의 재료가 된다. 셋째, 매일 만보 이상 빠르게 걷고 스쾃으로 하체근육을 키운다. 빠르게 걷는 일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걸을 때마다 다리에서 뇌로 올라가는 미세한 충격파가 글림파틱 시스템을 자극하고, 동시에 다리 근육 속 발전소가 깨어나 우리 몸 전체의 산소 처리 능력을 회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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