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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생일에는 일본까지 찾아갔죠”...‘한교동’에 1000만원 쓴 20대 직장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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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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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동 덕후’ 20대, 굿즈 400여점에 1000만원 지출

헬로키티도 제쳤다…실적 견인하는 ‘캐릭터 다각화’

전문가 “수집, 경험 소비의 한 형태…일종의 챌린지”

 

 

“보이면 일단 멈춰 서게 돼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20대 김모씨(닉네임 ‘교동이네’)는 자신의 일상을 바꾼 ‘푸른 물고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산리오 캐릭터 ‘한교동’에 푹 빠진 그는 어느새 400개가 넘는 굿즈를 수집했다. 지금까지 쓴 돈만 약 1000만 원.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된 그의 덕질은 현대 소비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 완벽하지 않아 더 끌린다…한교동의 매력포인트는

 

본래 무언가에 깊게 몰두해 본 적 없던 김 씨가 ‘한교동’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은 우연이었다.

 

영화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흥행하던 당시 친한 친구가 작중 캐릭터 ‘이명헌’의 별명이 한교동이라며 피규어 하나를 회사에 가져왔다. 그 푸른 물고기를 마주한 순간, 김 씨는 그대로 마음을 빼앗겼다. 김 씨는 “처음 본 순간 이유 없이 끌렸다“며 “‘아, 얘다’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985년 탄생한 한교동은 중국 태생의 반어인(半魚人)이다. 사람들을 웃기는 게 특기지만 정작 본인은 외로움을 잘 타는 로맨티스트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튀어나온 입술과 멍한 눈, 어딘가 어설픈 인상은 ‘전형적인 귀여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바로 그 지점에서 위로를 얻는다.

 

그는 “(한교동은) 항상 당당하고 밝기보다 어설프고 시무룩한 순간이 많은데, 그게 오히려 현실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현실에서 잘 해내지 못하는 날에도 곁에 두기 부담 없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 ‘헬로키티’ 넘보는 인기…산리오 역대급 실적의 비결

 

그렇다면 한교동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2025년 산리오 캐릭터 공식 순위에서 한교동은 224만3702표를 얻어 글로벌 종합 8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도 211만8662표를 얻어 8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2025년 국내 결과만 놓고 보면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를 꺾고 4위에 올랐다. 당시 글로벌 1위인 폼폼푸린이 국내 4위, 헬로키티가 5위에 그친 것과 대비되는 성적이다.

 



(중략)

 

- 집은 ‘한교동 전문 매장’·생일엔 ‘일본 원정’...소비가 문화가 되다

 

웹디자이너의 감각을 살려 꾸민 김 씨의 집은 온통 푸른색의 향연이다. 책상 위와 벽면은 물론 집안 곳곳을 메운 진열장마다 400여 점의 한교동 굿즈가 빈틈없이 들어찼다. 그야말로 ‘한교동 전문 매장’을 방불케 한다.

 

이 방대한 수집품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것은 친구에게 선물 받은 ‘레인보우 한교동 마스코트’다. 무지갯빛이 특징인 이 인형은 발매가(약 2만 원)보다 5배 비싼 10만 원 초반대에 거래될 만큼 희귀하다.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서 구하지 못할 정도다.

 

김 씨는 “레인보우 한교동은 2023년 초에 출시된 제품으로 현재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의미가 담긴 (한)교동이라 때가 탈까 봐 외출할 때는 차마 데려가지 못하고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아끼며 함께하고 있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한교동 덕후’ 김 씨가 수집한 한교동 굿즈들. 독자 제공

 

김 씨의 덕질은 집안을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2023년부터 매년 3월 14일 한교동의 생일에 맞춰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교동 생일에는 일본에 있겠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현지에서 김 씨가 찾은 곳은 바로 ‘한교동 생일 카페’. 팬들이 연예인이나 특정 캐릭터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카페를 통째로 빌려 사진과 굿즈로 꾸미고 한정판 메뉴를 판매하는 일종의 ‘팝업 이벤트’다.

 

이곳에서 전 세계 한교동 팬들과 어우러진 경험은 그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김 씨는 “단순히 굿즈 모으는 걸 넘어 오직 한교동 생일이라는 이유 하나로 여행을 계획했을 때 ‘내가 진짜 덕후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제 그에게 3월 14일은 단순한 날짜가 아닌 1년을 기다리게 하는 소중한 기념일이다.

 

그의 열정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뻗어 나갔다. 네이버 카페 ‘한교동 덕질 연구소’를 개설해 흩어져 있던 팬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굿즈 정보부터 소장 인증, 월별 이벤트 등을 운영 중이다.

 

그는 “직장인이 된 후 예전처럼 편하게 취향을 나눌 관계를 맺기 어려웠는데, 덕질을 통해 학창 시절처럼 같은 걸 좋아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인연들을 다시 만났다”며 “한교동을 좋아하다 보니 정보를 정리하고 공유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1000만 원으로 산 것은 인형이 아니라 ‘성취감과 안정감’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불확실한 시대의 성취감’으로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집은 단순한 물건 소비가 아니라 ‘경험 소비’의 한 형태”라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하나씩 모아가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챌린지이자 자기 보상 심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결과물보다 ‘모아가는 경험’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결국 김 씨가 1000만원을 들여 모은 것은 400여개의 물건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무언가를 스스로 일궈내며 얻는 성취감과 안정감이었다. 멍한 표정의 푸른 물고기 곁에서 김 씨는 오늘을 버틸 위로를 얻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한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제게 한교동은 ‘쉼’ 같은 존재예요.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마음이 느슨해지고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거든요.”

 

https://www.sedaily.com/article/20007748?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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