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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넷 극우의 시초와 엡스타인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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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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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x.com/geopolythink/status/2017527941433885066?s=20

 

이 큰 이름들은 한국의 다른 분들이 다루실테니, 저는 다른 사람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크리스토퍼 풀(Christopher Poole)이라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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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들어보신 적 없을 겁니다. 들어보셔도, 아마 대부분은 “이 듣보잡은 누구야?” 하고 넘기실 겁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저기 바닥의 고인물들은 저 사람을 무트(moot)라고 부릅니다.바로 인터넷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커뮤니티, 4chan의 창립자입니다.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인터넷 혐오 문화의 시조새. 이번에 새로운 문건에 따르면 이 둘이 만난 후 악독한 일들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이 둘의 만남이 무슨 구체적인 모의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문서에 그런 내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만남이 있고 불과 며칠 뒤, 4chan에는 인터넷 역사를 바꾼 게시판 하나가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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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pol/, 즉 ‘정치적 올바르지 않음(Politically Incorrect)’ 게시판입니다.

 

이후 15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했나요? 아랍의 봄은 실패했고, 월가 점령 시위는 흩어졌습니다. 시위로 세상을 바꾸려던 청년들의 에너지는 갈 곳을 잃었죠. 그리고 그들은 스마트폰 속 /pol/과 같은 익명 게시판으로 스며들었습니다.

 

...

게시판은 격리 병동이 아니라, 고농축 배양소였습니다. 비슷한 불만과 소외감을 가진 수만 명의 남성을 ‘익명’이라는 어둡고 축축한 공간에 몰아넣으면 어떤일이 벌어질까요? 아시다 시피 더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첫째, 자정 작용이 사라집니다. 밖에서 “유대인이 세상을 지배한다”거나 “여자들이 내 인생을 망쳤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죠. 하지만 저 커뮤니티에서는 환영받습니다. “맞아, 형 말이 다 맞아.” 서로가 서로의 등을 긁어주며 망상을 사실로 굳혀갑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반향실 효과(Echo Chamber)라고 하죠.

 

둘째, 더 센 놈이 이깁니다. 점잖은 논리는 재미가 없거든요. 더 자극적이고, 더 혐오스럽고, 더 충격적인 말을 뱉을수록 ‘용감한 녀석’이라며 추앙받습니다. 그렇게 혐오는 점점 더 날카롭게 벼려집니다.

 

결국 ‘격리’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은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혐오는 농축되었고, 강력한 독성을 띠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사주가 있었던 게 아니라, ‘설마 별일 있겠어?’ 하는 플랫폼 운영자의 안일함과 무책임이 괴물을 키운 겁니다. 이게 더 무서운 일 아닌가요? 악의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니까요.

 

...

과거의 정치 선전, 프로파간다는 참 촌스러웠습니다. 정부나 방송국이 근엄한 목소리로 “이걸 믿으세요!”라고 위에서 아래로 떠먹여 줬죠. 그럼 사람들은 “흥, 정부 꼰대들 또 시작이네” 하고 반감을 갖습니다.

 

첫째, 출처가 없습니다. 익명 뒤에 숨어 있으니 누가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러시아의 정보요원인지, 옆집 사는 중학생인지, 아니면 정치 컨설턴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책임질 사람도 없죠.

 

둘째, 이게 핵심인데, ‘유머’라는 방패를 씁니다. 대놓고 차별 발언을 하면 욕을 먹습니다. 하지만 웃긴 표정의 개구리 캐릭터를 쓰고, 비꼬는 말투로 농담처럼 던지면? 누군가 정색하고 비판할 때 이렇게 받아칩니다. “아따, 선비님 납셨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쇼. 그냥 웃자고 한 장난(It's just a joke)인데 왜 죽자고 달려드나?”

 

이걸 ‘부인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혐오를 유희로 포장해서, 죄책감 없이 소비하게 만드는 겁니다. 아이들은 이걸 보며 낄낄거리고, 자연스럽게 그 밑바닥에 깔린 차별적 정서를 흡수합니다. “웃기면 장땡”이라는 태도가 도덕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거죠.

 

셋째, 사람들이 알아서 퍼 나릅니다. 재밌으니까요. 친구 단톡방에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퍼가고. 정치 세력 입장에서는 돈 한 푼 안 쓰고 수백만 명의 자발적 홍보 요원을 얻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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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이렇게 갈 곳 잃은 젊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젊은 남성들의 에너지는 항상 위험했습니다. 과거에는 전쟁터로 보내거나 산업 현장의 부품으로 써먹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받아줄 곳이 없습니다.

그때, 모니터 속 커뮤니티가 그들에게 손을 내밉니다. 현실 세계에서 저 사람들은 편의점 알바생, 방구석 백수, 혹은 존재감 없는 투명 인간입니다. 아무도 본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외롭고, 화가 나고, 억울하죠.

 

생각해보면 참 서글픈 일입니다. 엡스타인 같은 자들은 가난한 집안의 어린 소녀들을 꾀어내어 성적으로 착취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혐오 비즈니스는 외로운 소년들을 꾀어내어 정치적으로 착취했습니다. 타겟만 다를 뿐, 둘 다 같습니다. ‘청춘의 결핍과 외로움’을 먹고 자라는 약탈적 비즈니스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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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는 관심 경제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곧 화폐가 됩니다. 평화롭고 좋은 이야기는 금방 질리지만, 누군가를 욕하고 싸우는 이야기는 끝없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을 보세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X). 이 플랫폼들은 처음에는 4chan을 경멸하는 척했지만, 결국엔 4chan의 방식을 따라갔습니다. 알고리즘은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앱에 더 오래 머물고, 광고를 더 많이 보니까요. 4chan은 혐오라는 원료를 가장 싸게, 가장 많이 생산하는 하청 공장 역할을 한 셈입니다.

...

우리는 지난 15년간 인터넷이 망가지는 걸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이 원래 그렇지 뭐.”, “익명성이 문제야.”, “애들이 철이 없어서 그래.” 그런데 새로나온 문건과 역사를 보면 자연재해가 아니라 방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재미로 불씨를 던졌고, 기업들은 돈이 된다며 기름을 부었고, 정치인들은 표가 된다며 부채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더러워서 피한다”며 눈을 감아버렸죠.

 

제프리 엡스타인은 감옥에서 죽었습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겠죠. 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 그리고 4chan이 쏘아 올린 혐오의 화살은 여전히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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