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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얼마나 X같이 살면 소년원을 가냐’…소년범 주홍글씨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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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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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56/0012082192?ntype=RANKING

 


10대 시절 소년원에 다녀온 이력이 공개된 배우 조진웅 씨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30년 전 죗값을 언제까지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 논쟁에 정치권도 가세했고, 나아가 소년원 출신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여론까지 거세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X같이 살면 소년원을 가냐'는 원색적인 비난 댓글에 '좋아요'가 줄줄이 달리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저는 지난겨울부터 초여름까지 5개월간 소년범 문제를 취재해 소년원-방치된 아이들의 학교 다큐를 제작했던 기자입니다.

■ '얼마나 X같이 살면 소년원을 가냐'…비행 명 1위는?

먼저 이 질문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웬만한 범죄로는 소년원 가지 않는다', '소년원에 가는 애들은 흉악범들이고, 갱생 불가능하다'... 우리가 소년범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편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년원은 모두 10곳이고 하루 평균 1,000명 안팎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합니다. 이들이 전부 다 무서운 10대, 흔히 말하는 '흉악범'일까요?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소년원에 가는 이유 1위는 '보호관찰 위반'입니다.

보호관찰 명령은 소년들의 비행이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을 경우 법원이 내리는 조치입니다. 학교에 빠지지 않고 다닐 것, 밤늦게 다니지 말 것, 범죄 예방 강의를 들을 것 등등 재비행을 막기 위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인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소년원에 가게 됩니다.

소년원생 비행 명 1위는 보호관찰 위반이었고 그 뒤는 폭력, 절도 순이었습니다. 강도 등 강력범죄는 1%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왜 보호관찰 명령을 안 지켰을까요? 가정의 보호력이 약한 아이들일수록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비행 청소년들이라도 부모나 어른들이 옆에서 이들을 단단히 챙기고 가르친다면 소년원까지 가게 되는 행동은 막을 수 있죠. 그러나 불행히도 소년원에 오는 아이들은 이 1차 보호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KBS가 실시한 소년원생 전수 조사(전국 10개 소년원 972명 중 885명이 참여)를 보면, 1차 보호망의 부재가 뚜렷이 나타납니다. 소년원에 오기 전 10명 중 6명은 보호자의 변화, 가정 해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모의 이혼, 사망, 투병, 보육원에 맡겨진 경험이 있는 이들은 절반이 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부모가 나를 때렸다', '부모가 자주 싸웠다', '부모가 서로 때리며 싸웠다', '부모에게 언어폭력, 막말을 듣고 자랐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정이 해체됐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다 비행, 범죄를 저지르진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미성숙한 10대 청소년들이 엇나갈 가능성, 일탈 가능성을 높이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 "부잣집 아이들은 소년원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년원 출신 청년 이태수(가명) 씨는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다른 친구는 부모가 있어서 나가고, 나는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소년원에 갔다"고 말했습니다. "소년원에서 부잣집 아이들은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부잣집 아이들은 소년원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얘기도 꺼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류기인 창원지법 소년부 부장판사는 "결국은 비율적으로 보호력이 약한 가정에 있는 친구들이 소년원에 상대적으로 더 오는 거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이 소년들의 비행이 반복될지,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를 분석해 최종 처분을 내리는데 "비행이 1회로 끝나고 일반적인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가정의 보호력"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 '소년원 출신'들을 도려내면 사회는 더 안전해질까?

만약 내 아이가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면? 할 수 있다면 가해자를 다시는 내 아이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만들고,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싶은 게 부모의 솔직한 심정일 겁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영구 격리'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교도소에 간다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회로 복귀하게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행 소년보호제도엔 아직 성장 단계인 아이들을 처벌만 해서는 오히려 재범을 막을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원은 구금 시설이지만 학교로 운영됩니다.

이 아이들이 학교로, 사회로 돌아가 적응하지 못하면 더 큰 비행, 범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소년원 학교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현재 중고등학교 수업을 하는 소년원은 10곳 중 4곳뿐입니다. 나머지 소년원은 직업 훈련만 이뤄지고, 학교 졸업을 원하면 검정고시를 봐야 합니다. 법무부 소속 교사 수도 학교당 3~5명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업 수준은 천차만별인데 맞춤형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요청이 오면 협업만 할 뿐 소년원생 교육을 직접 담당하지 않습니다.

소년원 10곳 중 6곳은 이미 정원 초과입니다. 오늘도 낡고 비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말 그대로 끼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만약 소년범들을 지금보다 더 엄하게 처벌하기 위해 형사처벌 나이를 낮추고 최대 2년인 소년원 기간을 연장한다면 이런 시설은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예산 문제가 어렵게 해결된다 해도, 이 소년들에 대한 '혐오' 때문에 소년원을 더 짓기는 힘듭니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배우 조진웅 찬반 논란을 넘어

배우 조진웅 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엔 여러 질문이 쏘아 올려졌습니다.

그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TV, 영화에서 그를 봐야 했던 피해자의 심정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회복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조진웅 씨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소년원 출신에 대한 낙인, 주홍 글씨를 더 진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소년원생들을 사회에서 도려내고 배제하는 일은 결코 내 아이를,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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