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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마지막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어린이·노약자 구명조끼 먼저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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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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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8시17분. 승객 267명을 태우고 목포항으로 향하던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40여분 뒤로 예정된 기항을 앞두고 순항하는 듯했다.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을 지날때 쯤 갑작스러운 충격에 배가 크게 흔들렸다. 선반 위 짐이 한꺼번에 쏟아져 바닥을 때렸고, 승객들은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선내 곳곳에서 비명과 울음이 이어졌다. 멈춰선 여객선에선 아무런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그 혼란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승객들이었다. 서로 이름조차 모른 채 구명조끼를 꺼내 어린아이와 노약자에게 씌워줬고, 넘어지거나 다친 사람을 붙잡아 일으켰다. 손을 내밀어 길을 만들고 등을 내줘 계단을 내려왔다. 죽음의 공포 속 서로 생명을 지켜낸 것은 시스템과 메뉴얼이 아닌 승객들의 연대였다.

20일 전남 목포시 한 병원에서 만난 신안 여객선 좌초 사고 피해자 이상돈씨(64)는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사고 당시 다인실에 누워 있다가 갑작스럽게 온몸이 들썩이는 강한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첫 ‘쿵’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몸을 일으켰고, 이어 두 번째 충격이 들이닥치면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세 번째 충격은 선내 전체를 요동치게 했다. 바닥은 기울어졌고 선반 위 짐은 한꺼번에 쏟아졌다. 침상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며 바닥으로 미끄러졌고, 몇몇 승객은 벽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비명과 울음이 뒤섞였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에게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와 팔을 받쳐 일으키고 조끼를 건넸다. 그는 “‘같이 나가요’라는 그분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몸이 말을 안 듣는 상황이었는데도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부축해 줬다”고 말했다. 도움을 준 승객의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씨는 “생각하면 아직도 뭉클하다”고 덧붙였다.

안내방송은 사고 발생 후 약 10∼20분이 지나서야 들렸다. 상당수 승객은 이미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일부 젊은 승객들은 객실과 복도를 오가며 조끼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허리끈을 일일이 조여줬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한 중년 남성은 “내가 배를 십 년 넘게 탔는데 아무것도 아니여, 걱정 마쇼. 이 배는 쉽게 안 넘어가불어”라며 불안해하는 이들을 진정시켰고, 한 여성 승객은 부모 품에 안겨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은 아이를 대신 안아 달랬다.


이씨와 같은 병원에 입원한 A씨(70대) 역시 주변 승객들의 힘을 빌려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세 번째 충격이 닥칠 때 몸이 약 1m 앞으로 밀리며 바닥에 넘어진 그는 선반 모서리에 부딪친 직후 위에 놓여 있던 큰 여행용 가방까지 허리와 엉덩이 쪽으로 떨어져 강한 타격을 받았다. 일행이 부축해 복도까지는 이동했지만, 가파른 계단 앞에서는 더 이상 발을 내딛지 못할 만큼 몸이 굳어 있었다.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와 무릎을 굽혀 등을 내밀었다. 청년은 A씨를 업고 3~4층 높이의 계단을 흔들림 없이 내려갔다. 이동하는 내내 “괜찮으세요?”, “천천히 갈게요”라고 상태를 확인하며 속도를 맞췄다. A씨는 “혼자였으면 절대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얼굴도 똑바로 못 봤지만 그 청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 배가 인양된 삼학부두 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만난 피해 승객들은 하나같이 “서로 조끼를 채워줬다”, “너무 질서정연해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의 손을 맞잡고 있던 김모씨(40대)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급박했는데, 그 상황에서 남을 위해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략


https://naver.me/GcK2B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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