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에서 7년째 여성 전용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민기(33)씨는 12일 한겨레에 최근 비만 치료제 유행이 헬스장 운영에 미친 영향을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여성 전용 헬스장이다 보니 회원 80~90%는 체중 감량을 위해 찾는 분들이라 타격이 더 큰 것 같다”며 “최근 매출이 매달 5~10%씩 떨어져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식욕을 감퇴시키는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 치료제들이 인기를 끌며, 다이어트의 유일한 ‘왕도’로 여겨졌던 운동조차 외면받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 속에 개인 트레이닝 등 서비스를 강화하며 한때 활황을 이뤘던 헬스장들에서 그 영향은 한층 직접적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폐업한 헬스장은 전국 418곳으로,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402곳) 수준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헬스장 운영자들 사이에선 경기 불황 등 일반적 요인에 더해, 새로 부상한 비만 치료제 열풍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그동안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닝 등을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하다가 비만 치료제로 “갈아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보은(30)씨는 “100만원을 내고 개인 트레이닝 두달 동안 받다가 석달 전 한달 35만원이 드는 위고비로 갈아탔다”며 “주사만 맞으면 되고 효과도 확실한데다 (식욕 감퇴로) 식비가 줄어드는 걸 생각하면 더 저렴한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전했다. 마운자로를 한달째 투약하고 있는 조아무개(30)씨는 “부상과 코로나로 살이 급격히 쪘는데, 헬스장은 비싼데다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 시선도 신경 쓰여 마운자로를 택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위고비는 올해 6월까지 8개월 동안 39만5천여건이 처방됐다. 마운자로도 지난 8월 출시 이후 9월까지 두달 동안 9만건 가까이 처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장들도 비만 치료제 인기를 헤쳐나갈 다양한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이다. 서울 신촌의 한 헬스장은 지난달부터 비만 치료제 인기를 ‘역이용’해, 위고비와 마운자로 사용 이력이 있는 이들의 운동 비용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비만 치료제 투약 이후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 현상’을 겪은 이들을 겨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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