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사랑과 탈출사이’는 지난 6∼7화에서 ‘아이돌의 노동’을 키워드로 케이팝 산업을 짚어본 바 있습니다. 독자들은 과연 아이돌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일에 어떤 의견을 밝혔을까요. ‘노동조합’의 필요성에는 또 얼마나 공감했을까요. 독자들의 응답을 공개합니다.
6회: 돈 주고 살게요…최애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팬으로서 최애의 ‘불필요한’ 노동을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을 없애고 싶은가요?”
모든 유료 소통 플랫폼이요. 물론 저의 최애는 소통 플랫폼을 하지 않지만, 같은 그룹의 다른 멤버가 소통을 오지 않으면 ‘돈 버렸네. 쟨 왜 돈 값을 안 하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저도 싫어지거든요. 그리고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차트 1위, 음악방송 1위’ 다 좋지만 (그걸 달성하기 위해) 가수든 팬이든 너무 괴로운 것 같아요. (채현)
사실 저는 (최애가) 윗세대 아이돌이기 때문에 버블이 자주 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다소 맹목적일 수 있어 이것도 문제지만) 그들이 잘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한 사람인지라, 최근 유입되는 새로운 팬 분위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것에는 긍정적이나 낯설고 어색한 건 여전한 것 같아요. 소수의 아이돌이라고는 하나 그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금액과 나의 초라한 통장을 비교하다보면 자연스레 ‘의무'를 강요하게 되는 현실도 씁쓸합니다.
케이팝은 확실히 많이 성장해왔고, 더 이상 비주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플랫폼도 다양해졌고, 그에 수반한 직업군도, 활동 반경도 확장되었죠.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대형기획사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 그 안에서 희생되는 누군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수행하는 (작업) 과정이나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대한 한계, 금전적인 착취 구조 등은 이 사업을 지속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연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세인)
‘팬싸’(팬사인회)에서 대화, 단체 토크, 무대를 제외한 모든 행위(?)들이 우선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뭉뚱그려 행위라고 썼는데 이불을 갖고 가서 뒤집어 써 달라고 한다거나, 특정 직군의 복장을 가져가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척 연기를 해 달라고 하거나…이런 게 해당되겠네요.
저 역시 그런 복장을 하고 찍힌 최애의 모습에 흐뭇할 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걸 뭐 때문에 하는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서? 굳이?
제 주위에도 “얼마를 내고 갔는데 이런 건 해야지”라면서 말도 안 되는 어린 아이가 쓸 법한 아이템(일명 ‘팬싸템’)을 가져간 친구가 있습니다. 온갖 분야의 물건들을 뒤집어쓰고 애교를 부리는(또는 연기를 하는) 최애와 그룹 멤버들을 보면 기괴하단 말이 딱 어울립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호스트바와 다를 게 뭔가 싶고요.
여기서 파생되는 온갖 문제들도 많습니다. ‘팬싸’ 대응(이런 ‘연기'가 왜 대응인지 모르겠지만)을 잘 한다고 유명한 아이돌의 ‘팬싸’ 컷이 높아지는 건 양반이고, 팬들이 가져온 ‘팬싸템’을 다 하지 못하면 일부 과하게 좋아하는 팬들이 ‘까판’(해당 아이돌을 비판하는 분위기)을 만드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목적도 의미도 불분명한 이런 코스프레는 금지하고 대신 팬과 가수 간 일대일 대면 시간 등을 더 늘리면 좋겠어요.
또 쓸데없는 노동이라고 하면 출퇴근길입니다. 팬들 본인도 직장 출퇴근할 때 누가 말 걸거나 웃으라고 하면 짜증부터 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왜 역지사지가 안 되는 걸까요? 차에서 내리고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 눈길 하나, 손인사 한 번 하지 않으면 “오늘 컨디션 안 좋다”부터 시작해서 “무례하다”는 다양한 이야기가 퍼져 나가기 십상입니다. 그나마 출퇴근길에 얼굴이라도 비추면 다행이고, 출퇴근길에 (타고 있는) 밴의 창문을 내리지 않았다고 욕 먹는 사례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정말 모든 걸 하나하나 알고 싶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오로지 팬들 스스로의 재미를 위해 그러는 건지 궁금하네요. 뭐가 됐든 없어지길 바랍니다. (히맹)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비하인드 콘텐츠, 위버스 라이브, 프롬 메신저, 인스타그램과 틱톡 챌린지 등 무대와 방송 밖에서 팬과 소통하려고 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면 고마움이 듭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까지 모든 걸 챙겨보는 게, 이런 행위까지 하게 만드는 것(조금 결이 다를 지도 모르지만 애교나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처럼 보이게 촬영한 사진 등)이 팬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일까? 덕질하는 팬이 당연히 여기면서 즐겨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사실 이런 영상을 보면서 딱히 감흥이 들지는 않거든요. 마음이 벅차오르거나 진심으로 아이돌에 대한 사랑이 넘쳐오르기보다는 시간을 쪼개어 편집하고 촬영한 그들이 참 대단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기사를 보니 제 생각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란 걸 느끼네요.
저는 그들이 건강하게 계속 좋은 무대와 노래를 이어가는 게 좋은거지 사실 다른 모습은 관심이 없었거든요. 다른 팬들이 프롬을 하니까, 라이브를 보니까 휘말려서 같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24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미안하고 좋지 않네요. 어쩌면 아이돌과 팬이 좀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 좋을지도 모릅니다. (까미)
정말 기사 제목보고 공감해서 전문을 다 읽었어요. 요즘 자체 (제작) 콘텐츠라고 해서 쉴 새없이 (활동) 비하인드, 여행, 게임, 셀프 캠(녹화) 영상…이런 게 쏟아지잖아요. 볼 때는 좋은데 보다 보면 ‘우리 애들은 도대체 언제 쉴까?’ 싶더라고요. 릴스, 숏츠 영상도 찍어야 하고 공식 계정에 올려야 할 사진들, 포토카드 속에 들어가야 할 사진들도 찍고요.
정말 생각이 많아지네요! 잠재적 노동시간이라는 단어가 자꾸 맘에 맴돌아요. 결론적으로 불필요한 노동을 꼽는다고 하면, 저는 영통(영상통화) 팬싸를 좀 횟수를 줄이는게 어떨까 싶어요. (팬싸 응모를 위해 구입하는 대량의) 시디들 (때문에) 환경오염도 생기고요. (일인극)
“만약 내가 아이돌 노동조합의 일원이 된다면, 어떤 의제로 투쟁을 하고 싶나요?”
어쩔 수 없이 매순간 예쁘고 기분 좋은 표정을 가질 노동,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모든 것을 꾸며내야 하는 무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역설, 이 두 가지가 해소되었으면 해요. (지지)
노동조합이라는 주제가 무겁지만 2024년 12월 3일 이후 광장에 나왔던 개개인이 (속했던) 노동조합을 생각해 봅니다. ‘아이돌 노조’라고 한정했을 때 저는 ‘초동’이라는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굳이 환경적인 이유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더라도 개개인이 가진 한정된 재화로 누군가를 또 줄 세우는 것이 옳은지 항상 생각하게 되거든요. (채현)
7년 계약서가 ‘갑’과 (을도, 병도 아닌) ‘정’의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동등하게 쓰여질 수 있길 바란다. 연습생 때부터 이미 그 관계는 주종관계이며 데뷔라는 명목 아래 아이돌 또는 예비 아이돌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훈련하며 사회와 단절되어 자립의 힘을 잃게 된다. (어떤 아이돌은 밥을 짓는 것부터 청소하는 것. 빨래하는 것조차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평생 사람을 고용해 가사노동을 맡길 수도 있지만 인기도 얻지 못하고 아이돌의 나이가 끝났다고 쫓겨난다면?
(저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만약 아이돌이 ‘상품 가치’가 안 된다면) 아이돌이라는 직업 자체가 기형적이기에 그 구조를 바꾸며 서로가 적어도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가고 싶다. 복권처럼 운이 좋으면 대박 아니면 쪽박처럼 되는 것이 아니기를, 꿈을 사고 파는 사업이 아닌 꿈을 꿀 수 있는 분야이기를 바란다. (로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75528?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