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자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엘비엠이 노동자의 97%를 비정규직·기간제로 고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엘비엠 노동자들은 월 단위 ‘쪼개기 계약’을 통해 회사가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고강도 노동을 당연시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고 증언했다. 쪼개기 계약을 노동 통제 수단으로 삼는 일을 막기 위해 최소 계약기간을 법제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동종업계 대비 기간제 압도적
성심당 36%, 노티드 60%
2일 <매일노동뉴스>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정보를 확인한 결과, 엘비엠은 올해 3월31일 기준 전체 소속 노동자 750명 중 96.8%인 726명이 기간제였다. 기간제 중 단시간 근로자는 1.37%(10명)를 차지했다. 여성노동자는 537명으로, 전체의 71.6%였다. 다만 고용형태 공시정보는 사업주가 게시하기 때문에 실제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엘비엠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같은 제과점업에서도 드물다. 런베뮤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은 도넛 브랜드 노티드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지에프에프지는 직원 524명 중 313명(59.73%)이 기간제다. 대전 유명 제과점 성심당 법인 로쏘㈜는 1천405명 중 501명(35.65%)만이 기간제다.
본지와 인터뷰한 엘비엠 중간관리자 A씨는 “본사는 언제나 ‘우리랑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다’며 초단기 계약을 맺으라고 해왔다”며 “업무가 조금이라도 미숙하면, 퇴직금 지급 전인 9개월쯤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근속기간이 2년을 넘겨 무기계약직이어도 연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근로계약 때 ‘왜 정규직이 아니냐’고 질문해도, (회사쪽은) ‘정규직과 같은 대우’라거나 ‘열심히 일하면 계약 잘 연장된다’고만 답했다”고 덧붙였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노노모)는 “비정규직이 97%를 차지하는 건 상당히 특이한 사례다. 내부에 문제가 있어도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희망고문하며, 자연스럽게 노동 착취로 이어져 과로사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엘비엠 “인력 이동 잦아 단기 근로계약 운영”
엘비엠은 쪼개기 계약과 관련해 본지에 “회사는 직원의 업무 적응도나 역량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입사 최초 2년 동안은 단기 기간제 근로계약을 운영한다”며 “직원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회사와 같이 성장할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F&B(음식점·제과점업) 산업은 다른 산업군보다 취업 문턱이 낮고 인력 이동이 잦다”며 “단기간 근무 뒤 퇴직하는 사례가 많아 기업이 인력 운용과 교육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회사가 근속이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 퇴사자가 많아 활용한 계약방식’이라는 회사 해명과 달리 회사가 ‘쓰다 버리는’ 구조를 적극 활용해왔다는 얘기다.
A씨는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고 사회 초년생이다. 이들은 채용공고에 명시된 급여 270만원이 최저임금보다 높으니까 기대를 갖고 입사한다”며 “하지만 높은 노동강도에 지쳐 퇴사가 잦고, 근속 1년을 못 채우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A씨는 “청년들이 ‘이만큼 받으니까 다들 이렇게 일해야 하는구나’라며 이게 당연한 것처럼, 기준인 것처럼 일을 배워 너무 안타깝다”며 “평사원이 아닌 직급자의 업무강도가 상당해 승진을 원하지 않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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