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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스타 부부에게 밀려 사라진 KBS 신참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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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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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윤정(이하 장)과 전 KBS 아나운서 도경완(이하 도) 부부는 나와 인연이 있다. 10여 년 전쯤 늦봄 집에서 저녁 9시 뉴스를 볼 참이었다. 도의 전화. “부장님, 저 결혼해요” “와우, 축하! 신부는?” ”그런데 그게 좀… 장윤정씨라고….” “이름 예쁘네. 장윤정. 설마 가수 장윤정?” “네. 몇몇 매체에서 벌써 눈치를 챘거든요. 내일, 부장님 출근하셔서 영문도 모르는 채 기자들한테 시달리실까 봐서요.”

이튿날. 실제로 아침 댓바람부터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응대하느라 지친 오후. 2~3시쯤 됐을까, 춘곤증에 졸고 있는데 아나운서실이 웅성댔다.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안경 너머로 누군가가 보였다. 싱그러운 미소를 장착한 말쑥한 여성. 장이었다. 청첩장을 받았다. 도는 뒤에서 계면쩍게 서 있었고.


도와의 그전 기억을 더듬는다. 그는 입사 때 필기시험을 통과한 30여 명 중 유일한 남자 응시생. 최종 면접 전 단계인 3차 실무적성평가에서 나와 맞닥뜨렸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이미지가 맘에 들어 그에게 최고점을 주었다. 자기소개서를 보니 순탄치 않은 젊은 날에다 나이도 꽉 차 왠지 호감과 연민이 쏠렸다. 두 사람 결혼식 주례사도 내가 썼다. 이유는 사장이 주례를 섰기 때문. 사장실 특명이었다. 쏠쏠한 이벤트라 여겨 특별한 주례사를 원했기에 그렇게 됐다. 결혼식 당일. 아니나 다를까, 63빌딩에 대한민국 연예인은 다 출동한 듯했다. 나는 식장 외진 테이블에서 사장의 목소리에 얹힌 나의 주례사를 들으며 떨떠름했더랬다.

명실공히 스타 부부로 자리매김한 두 사람이 달포 전 온라인을 달궜다. KBS의 신참 김진웅 아나운서(이하 김)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때문. “나는 도경완 선배처럼은 못 산다. 선배에게 결례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서브(sub, 보조⸱부차)’로는 살기 싫다.” 장은 이에 “상대가 웃을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은 농담·장난으로 포장될 수 없습니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습니다”라고 SNS를 통해 발끈했고, 여론은 거의 일방적으로 김을 몰아세웠다. “선배를 향한 막말⸱비하 발언이다. 방송에서 하차시켜라. 징계 수순을 밟아라.”

김과 제작진은 닁큼 사과문을 올렸으며 해당 회차분 방송은 삭제된 상태. 몸피 커진 연예 권력 앞에 쇠퇴일로 공영방송은 바람 앞 풀잎처럼 얼른 누웠다. 시시비비 가리기 전에 논란거리 잠재우기는 어쩜 그리 한결같은지.

그러나 몇 가지 따져야겠다. 첫째, 당사자성(性)이다. 시쳇말로 저격을 당한 도는 별반 반응이 없었는데 장이 나서서 치고 나갔다. 이것 자체가 메인(main)의 시전이다. 서브 대척점의 아우라 아닌가. 사실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미 도는 큰 덩치에 허당에 어수룩하고 엉뚱한 캐릭터. 반면 장은 언제나 똑소리 나고 지혜롭고 단호했다. 장이 메인이고 도가 서브 이미지, 맞다. 더구나 요즘은 언필칭 리얼 예능 시대. 그렇게 느끼는 건 상식에 부합한다. 둘째, 서브가 더는 흉이 아니다. 소위 외조(外助), 남편이 선선히 아내의 사회적 활동을 돕는 일과 통할 터. 요즘 시대엔 가정의 평화와 직결되는 지혜로운 스탠스다. 셋째, 김의 서브 발언에 덧씌운 막말 프레임. 함부로 속되게 하는 말이 막말이다. 서브는 막말이라기보다는 직설에 가깝다. 다만 표현이 거칠고 뭉툭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험 부족이다. 신진급이 갖는 조바심에 속한다. 아나운서는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을 테니.

물론 장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대목은 상대가 남편이 10여 년을 몸담은 직장의 까마득한 후배라는 점. 희소성 있는 예능 아나운서 자원이다. 장의 격한 대응은 김의 커리어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김은 현재 TV에서 부재 중이다. 예정에 잡혀 있던 해외 출장에서 제외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유를 두고 도를 통해 상한 기분을 전하며 유감을 표해도 됐을 일 아니었나?

얼마 전 종편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적이 실망했다. 장이 출연했는데 어느 행사장에서 회사에 보고 없이 사회자로 온 아나운서의 과거를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장의 남편이 도이니 혹여 귀에 들어갈까봐 당혹스러워했고 자신이 잘 수습했다는 얘기. 웃자고 한 의도였겠으나 불편했다. 연예인의 놀림감으로 전락한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비루한 작태, 나아가 현업⸱근태 관리를 소홀히 한 조직⸱간부들에 대한 힐난으로 읽혔다. 나는 속이 아렸다. 그러니 이제 역지사지할 일이다. 심리학에 휴리스틱(heuristic)이란 용어가 있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때로는 오류를 낳는 사고(思考)의 지름길’이란 의미다. 중세의 지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나쁜 일에 가담하는 아홉 가지 방법’ 중 ‘침묵’을 빼놓지 않는다. 침묵도 일종의 행위로서 부작위에 의한 공모(共謀)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는 휴리스틱을 경계하고 겁먹은 침묵에도 반대다. 가을 하늘이 푸르다. 장윤정⸱도경완⸱김진웅, TV에서 세 사람이 웃으며 화해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강성곤 전 KBS 아나운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35204?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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