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조직 덫에 걸려 고초를 겪거나 목숨을 잃은 우리 국민 다수는 20대 청년이다. 이들은 대체로 '월 1,000만 원 수입'과 같은 터무니없는 구인광고에 끌려 캄보디아로 향했다. 역대 최악 취업난과 여기서 비롯되는 악성채무에 붙들린 우리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고 사지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정부는 곤경에 처한 청년들을 현혹하는 해외 불법 취업 조직 근절은 물론, 이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이고 어엿한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 청년 고용률은 17개월째 하락해 45.1%에 그쳤고, 구직 포기 청년도 40만 명을 어김없이 웃돌았다. 이날 5대 은행이 집계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더라도 20대 가계대출 연체율은 0.41%로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어느 통계치 하나 '20대의 위기'를 가리키지 않는 게 없다. 20대의 정치적 극단화 경향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토록 절박한 청년들은 언제라도 손쉽게 불법 해외취업 조직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한국인 피해 실태가 알려진 후에도 동남아에 근거한 보이스피싱 업체 취업사기 시도는 오히려 기승이다. 태국과 베트남 업체 모집책들은 "우리는 감금과 폭행이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까지 캄보디아 사태를 역이용하는 실정이다.
캄보디아 사태는 실업과 소득 절벽에 지친 우리 청년들이 마주하는 병리적 현상의 최종 국면이다. 물론 정부는 불법을 알고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행위를 방치해선 안 되겠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취업길에 오르는 비극을 떡잎부터 솎아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노동부로 약칭하면서까지 기성 노동자 권익 향상에 힘쓰는 만큼, 청년 고용 확대에 공을 들여야 한다. 그저 기업들에 청년 일자리를 조르는 정도론 어림도 없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일자리를 나눠갖는 고용문화를 정착시키고, 실패한 청년이 무리없이 일어서는 취업 창업 생태계도 육성해야 한다. 대기업이 알아서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도 멈춰선 안 된다. 벼랑 끝에 선 20대를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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