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기준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었던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1021가구 규모 '도화현대1차' 아파트 단지 전경. 김재훈 기자
"지금 전세가 딱 하나 나와 있긴 한데 세입자가 집주인과의 갈등으로 집을 안 보여준다. 벌써 4개월째 이 단지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다."(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 감소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신규 계약은 급감하는 등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6·27 대책으로 세입자 퇴거를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대폭 하향돼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데다 전세를 낀 '갭투자' 매매까지 위축돼 전세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여기에 9·7 대책으로 서울 선호 지역 내 주택 공급 부족이 기정사실화하며 수요자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초대형 아파트 단지도 전세난을 피하지 못했다. 2064가구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1차 아파트에는 현재 입주할 수 있는 전용면적 84㎡의 전세 물건이 사실상 단 하나도 없다.
인근에 이주 시기를 맞은 재건축 단지가 두 곳이나 있어 전세 수요가 늘었지만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개월째 전세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 6억~7억원대에 실거래가 찍히는 전세 계약은 전부 재계약"이라며 "이제 전세를 구하려면 8억~9억원은 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물건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 아파트도 1162가구 대단지에 전세 매물이 4건뿐이다.
이 단지 물건을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물건이 귀한 데다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전셋값이 너무 올라 기존 임차인들이 웬만하면 계약을 연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뿐 아니라 마포구와 성동구, 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서울 전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마포구의 한 중개사는 "정부가 갭투자를 막아놓고 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해 매물 자체가 나오기 힘들다"며 "지금도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인데 내년 초 이사철이 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의 다른 중개사는 "매물이 너무 없다 보니 기존 전세 물건도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며 "이사 계획이 있으면 올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한다"고 했다.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5431만원으로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5% 상승했다.
전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치솟자 기존 세입자들은 이주를 포기하고 현재 거주지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해졌다.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전국 아파트 전세 계약은 8만9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4869건) 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신규 계약이 전년 동기보다 28.6% 줄었고, 반면 갱신 계약은 23.7% 늘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1만7477건으로 전년 동기(9539건)에 비해 83.2%나 폭증했다.
월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주거 수요자 비중도 늘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 4만8031건 중 월세 거래는 62.4%(2만9955건)를 차지했다. 월세 비중은 지난 3월(55.6%) 이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동시에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9.7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래 최고치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도 130.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중 40%는 매달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부담하는 거래였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월세 거래는 총 7만708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 임대료 100만원 이상은 3만1520건으로 전체 중 40.9%를 차지했다.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거래도 157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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