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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트렌스 남성을 포함 '모두를 위한 생리' 논의 제안

남성성을 유지하면서도 생리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생리 속옷 브랜드 '로스트페임(LostFame)'. 사진=가운데 남성이 트렌스남성 케니이선존스 / 직접 착용한 생리 속옷 '로스트페임'
'생리는 여성만의 것이다.'
우리가 당연시해온 이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 남자가 있다. 태어날 때 여성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며 살아온 트랜스 남성, 케니 이선 존스는 이 통념에 정면으로 맞섰다.
남성성을 유지하면서도 생리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생리 속옷 브랜드 '로스트페임(LostFame)'을 탄생시킨 케니의 이야기를 영국 매체 미러가 소개했다. 케니는 실제로 사춘기를 겪으며 월경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당혹감과 불편함을 바탕으로 사회가 월경을 더 포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1세 때 트랜스 남성으로 커밍아웃….월경과 혼란의 시작
케니는 11세 무렵 트랜스 남성임을 커밍아웃했지만, 그보다 앞서 이미 월경을 경험했다. 당시 그는 올바른 생리 관리 방법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처음에는 휴지를 접어 팬티에 넣고 버텼다. 매장에서 생리 용품을 사는 것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탐폰 사용법조차 알지 못했고, 패드를 얼마나 자주 교체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시중의 제품은 대부분 여성성을 강조한 포장으로 판매돼, 트랜스 남성인 존스에게는 이중의 불편함을 안겼다. 그가 다닌 학교는 여자 가톨릭 학교였고, 의사들조차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존스는 결국 사춘기 억제제를 처방받기 전까지 5년 이상 상담 치료만 받으며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춘기 억제제는 청소년기의 성적 발달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해 성별 정체성을 탐색할 시간을 벌어준다. 존스는 억제제와 이어진 테스토스테론 치료 덕분에 더 이상 생리를 경험하지 않게 되었고, 그제야 극심한 성별 불쾌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의료 지원의 지연 속에서 그는 자살 시도까지 했으며, 이후에야 긴급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영국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다수는 자해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남성적인 핏을 살린 생리 팬티…9월 출범
존스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8년 'I'M ON' 캠페인을 통해서였다. 그는 "모든 생리하는 사람들"을 내세우며 월경 경험을 성별의 틀에 가두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부 트랜스 남성들의 반발도 받았지만, "현실을 무시해서는 변화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캠페인으로 그는 단숨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수천 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늘었다. 이후 그는 트랜스젠더와 월경 포용성을 주제로 활동을 이어갔다.
2025년 9월, 존스는 마침내 자신의 브랜드 '로스트페임'을 출범시켰다. 단순히 기능적인 생리 속옷이 아니라, '남성적인 핏'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었다. 존스는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만든 속옷"이라며 "누구든 생리를 경험할 수 있고, 원한다면 남성적인 디자인으로도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스의 도전은 단순히 '남성이 만든 여성용 제품'의 차원을 넘어선다. 생리라는 보편적 경험을 여성의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월경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론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자, 성별 정체성과 신체 경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사회적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남성도 생리를 경험한다"는 말의 의미
흔히 생각하는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신체를 가진 사람을 떠올리지만, 젠더 정체성과 신체 경험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트랜스 남성(Trans men)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됐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사람을 말한다. 트랜스 남성은 호르몬 치료나 수술을 받기 전까지 자궁과 난소 기능이 유지되므로 월경을 경험할 수 있다.
논바이너리·젠더퀴어 등 일부 남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남성적으로 표현하거나 정체화하지만, 신체적으로는 월경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위 인터뷰에서 존스가 주장한 "남성도 생리를 경험한다"는 표현은 '모든 남성'이 아니라 트랜스 남성과 일부 성소수자 집단이 월경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생리를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공통의 신체 경험으로 바라보자는 사회적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