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표현의 자유 위축’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은평갑,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9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법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이어 다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형법 개정안 공동발의자는 민주당 김한규·김윤·서미화·이재정·진선미·진성준·김남근·장경태 의원과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 명단에 민주당 최민희·장종태 의원이 추가됐다.
형법 개정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삭제하고 명예훼손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불법정보 및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명예훼손 사건을 친고죄로 전환했다.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한국 정부에 명예훼손죄 비범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2015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위원회, 2022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도 ‘표현의 자유 제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보복성 고소’ 등의 이유로 명예훼손죄 폐지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박주민 의원실은 “특히 노동자가 임금체불 피해나 직장내 괴롬힘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비자가 부당요금 및 환불 거부 사례를 공개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되는 등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제약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출신 김동성 씨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전 배우자 A 씨가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김 씨로부터 양육비 지급을 못 받아 생활고에 시달리자, 배드파더스에 김 씨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박주민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왔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 표현을 보장하여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루기 위해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배액손배제 골자의 언론중재법 개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가 우선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성호 한국방송기자연합회장은 “바이든 날리면 보도로 형사 고발도 당하고, 민사소송도 당했는데 이걸 누가 이용했나. 무혐의가 나오는 데만 3년 걸렸다”면서 “그래서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권리구제 보장이 결합되는 방향의 큰 틀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8일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주최로 열린 <정보통신망법 개정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초안’과 관련해 “이미 우리나라법에서 징벌적 배상제보다 더 엄격한 사실적시 명예훼손까지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적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처벌조항을 폐지한 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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