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성 난임 환자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27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성 난임 진단자는 지난해 10만8343명으로 2018년(7만8905명)보다 약 37% 늘었다. 같은 기간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 환자는 5만6117명에서 7만4654명으로 33% 늘었다. 난임 관련 진료비도 지난해 187억 원으로 2018년(100억 원)과 비교할 때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난임을 일으키는 질환을 앓는 남성도 늘었다. 호르몬 이상으로 정자 형성과 성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뇌하수체 기능 저하’로 진료받은 남성은 2018년 1만4469명에서 지난해 2만9356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음낭정맥류’ 환자도 같은 기간 1만2549명에서 1만7087명으로 늘었다.
다만 대체로 남성 난임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식습관 불량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남철 부산대 비뇨기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 생식 기능을 저하하고 술과 담배는 정자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태진 일산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30대 중반이면 전립선 비대증 등 남성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생식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남성 난임 환자들은 심리적인 고통을 받지만 터놓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난임 상담 중 남성 비율은 12.3%에 그쳤다. 여성과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 등도 활발하지 않다. 전명욱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장은 “난임 판정을 받으면 남성성의 상실로 받아들이고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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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어 남성이 난임을 논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남성 요인 난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은미 성균관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난임 남성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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