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 지역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 맵이 안 돼서 길 찾을 때마다 간체자를 복사해 붙여 넣어야 했어요. 현금은 아예 못 쓰고, 알리페이 앱을 깔아야 하는데 결제하다가 먹통이 되면 진땀이 나죠.”
8월 초 상하이를 다녀온 조예은(25) 씨의 여행기는 ‘불편’으로 시작했다. 구글 맵 대신 중국 앱 ‘고덕 지도’를 써야 하는데 영어 지원이 없어 간체자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비자·마스터카드 사용도 제한적이다.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가 많아 결제앱을 반드시 깔아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그럼에도 그는 상하이 여행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디즈니랜드에서 하루 종일 놀 수 있었고 와이탄 같은 유럽풍 건물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좋았다”며 “무엇보다 전체 경비가 저렴해 가성비가 있었다”고 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이 주는 매력이 단점을 압도한다는 얘기다.
무비자 정책이 불붙인 중국 여행
조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들어 상하이를 찾는 한국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에서 중국으로 떠난 승객은 470만 명으로 2023년 연간 기록(338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53만5583명이 상하이를 목적지로 삼았다. 국내에서 출발하는 중국행 항공편 4대 중 1대가 상하이로 향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김포~홍차오 노선 승객은 35만77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672명)보다 22.6% 증가했다. 인천~푸둥 노선은 117만7835명으로 전년(92만2374명)보다 27.6% 늘었다. 두 노선을 합치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6.4% 성장했다.

상하이 여행 열풍이 분 결정적 계기는 무비자 정책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한국인에게 30일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조치 이후 여행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무비자 시행 이후 최근 6개월간 상하이 검색량은 205% 증가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무비자 발표 직후 ‘상하이 여행’ 검색 지수는 100(최고치)에 도달한 뒤 높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뉴 호라이즌(New Horizons)’ 순위에서도 아시아 여행객이 꼽은 급부상 여행지 1위는 상하이였다. 한국인 해외여행지 순위에서도 무려 21계단 상승해 27위를 기록했다. 아고다는 “상하이는 가성비 좋은 5성급 호텔, 화려한 도시 환경 덕분에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편전쟁의 잔재가 MZ의 인증샷으로

상하이 와이탄 거리 야경 / 사진=독자제공
상하이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유럽풍 거리다. 1842년 아편전쟁 패배 뒤 체결된 난징조약으로 상하이는 개항했고 영국·프랑스·미국은 조계지를 설치했다. 외국인 치외법권이 보장된 이곳에 은행과 상사가 들어섰고 상하이는 ‘동양의 파리’로 불리며 국제 금융·무역 중심지로 성장했다. 오늘날 한국 MZ세대가 인증샷을 남기는 와이탄의 고풍 건물, 프랑스 조계지의 벽돌 건축은 바로 그 흔적이다.
상하이가 주목받는 또 다른 배경에는 음식과 세대 심리가 동시에 자리한다. 박지원(27) 씨는 “게살국수 같은 낯선 음식도 입에 맞았다. 마라탕이나 탕후루, 훠궈 같은 음식이 한국에서 유행하면서 중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져 도전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급식에 마라탕이 나올 정도로 중국 음식은 이미 일상화됐다.
여행 심리도 작용한다. 최연우(24) 씨는 “일본은 자주 가서 이제는 식상하다. 중국은 한 번도 안 가봐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에 익숙한 MZ세대일수록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젊은층은 해외여행을, 5060세대는 국내여행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대 이하는 해외여행 선호 비중이 48.3%로 국내여행(28.6%)의 1.7배에 달했다.
소비가 곧 콘텐츠, ‘IP 천국’ 상하이
상하이는 ‘IP 천국’으로 불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리조트다. 총 4㎢ 면적의 호텔·상업지구·교통 인프라를 포함한 거대한 단지로 홍콩 디즈니랜드보다 약 세 배 크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월트디즈니와 상하이시 정부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소유회사는 상하이시 합작체인 쉬디(Shendi)그룹이 57%, 월트디즈니가 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운영회사는 디즈니가 70% 지분을 갖고 있다.

상하이 미니소랜드 / 사진=미니소
최근에는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MINISO)가 만든 ‘미니소랜드’가 명소로 떠올랐다. 미니소는 과거 생활용품점에서 IP 중심 브랜드로 변신했다. 2000㎡ 규모 3개 층의 복합매장에서 해리포터·산리오·디즈니 IP를 활용한 굿즈와 체험을 제공한다. 2021년 4700여 개였던 매장을 불과 3년 만에 7500개로 늘렸다. 같은 기간 매출은 90억 위안(약 1조7373억원)에서 169억 위안(약 3조579억원)으로 87% 증가했다.
뜨는 상하이, 지는 홍콩
상하이 관광의 부상은 홍콩의 쇠퇴와 대비된다. 올해 1~7월 인천~홍콩 노선 여객은 161만 명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상하이 노선은 26.4% 급증했다. 절대적인 숫자로는 홍콩이 더 높지만 증가율로는 상하이가 홍콩을 제쳤다.
이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 홍콩은 과거 자유로운 금융·법치·표현의 허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정치적 자유와 언론, 시민사회에 대한 억압이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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