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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피겨] ‘김연아의 꿈’은 사라지고… 학대의 악몽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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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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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연(가명, 24)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채연 씨의 손은 파르르 떨렸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을 감싸쥐어도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일 그의 집에서 채연 씨를 만났다. 채연 씨는 김연아와 같은 국가대표를 꿈꾸던 피겨스케이팅 꿈나무였다. 아홉 살에 시작한 피겨스케이팅. 하지만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비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선수 생활을 끝냈다.


그에게 선수 시절의 기억은 기나긴 악몽으로 남아 있다. 채연 씨는 초등학생 때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대구빙상경기연맹 소속 김아영(38)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잠을 잘 못 자요. 새로 처방받은 약은 일주일이 지나면 또 효과가 없어요. 약 용량을 계속 늘리고 있는데도 힘들어요.”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지도 벌써 13년째다. 지금도 채연 씨는 잠을 자다가 자기 손으로 목을 조르고, 악몽을 꾼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갑자기 학대를 당했던 그때로 돌아가는 ‘플래시백’ 증상 때문이다.


지난 5월 어느 날은 잠에서 깨보니, 방 안이 온통 피범벅이 돼 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채연 씨는 자신이 언제 자해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우울 및 불안감, 자살사고 및 자살충동에 대한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2025. 7. 23. 유채연 심리평가보고서)


채연 씨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트라우마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왔다. 그렇다면 가해자인 김아영 코치는 어떤 세월을 보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메달을 딴 서민규(대구경신고) 선수를 배출하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유명세까지 얻고 있다. 2023년 대구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저는 죽기살기로 열심히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데, (김아영 코치가) 갑자기 화가 나면 불러서 때려요. 이유를 붙이자면 ‘점프를 성공하지 못해서’였어요.”


폭행의 이유는 주로 ‘지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김아영 코치의 주먹이나 발이 그대로 날아오기도 했고, 스케이트화 날집 등으로 피멍이 들도록 맞기도 했다고 채연 씨는 증언했다.


채연 씨와 같은 여아들의 옷을 벗게 하기도 했다. 이유는 “점프에 실패해서”.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상의를 모두 벗고 훈련을 받도록 지시했다.


최악의 사건은 2013년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발생했다. 채연 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아영 코치는 그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목을 졸랐다. 그리고 채연 씨에게 말했다.


그냥 죽어. 니가 죽으면 엄마한테 천식으로 죽었다고 말하면 돼.”


채연 씨는 천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채연 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 코치가 약을 제한하기도 하고 치료기(네블라이저) 사용도 막은 적 있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이유로.


채연 씨는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순간에 대해 증언했다. 김아영 코치가 채연 씨의 입 안에 가위 한 쪽 날을 집어넣고 “입을 자르겠다”고 말했다는 것. 그밖에도 훈련 도중 채연 씨의 배를 손톱으로 꼬집어 살점을 잡아뜯기도 했다. 학대 피해자는 채연 씨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지금 가장 억울한 건, 당시에 제가 너무 어렸고, 아무 대처도 못했다는 것. 또 하필 CCTV가 없는 화장실 같은 곳,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주로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거예요.”

캐나다 전지훈련 이후, 채연 씨는 계속 악몽을 꿨다. 잠을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목을 조르는 증상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채연 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없었다.


“(김아영 코치가) ‘엄마한테 말하면 혓바닥 자른다, 죽일 거다’라는 말을 쉽게 했어요.”

결국 학대 트라우마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어머니 손미영(가명) 씨도 뒤늦게 전지훈련에서 있었던 일을 듣게 됐다. 하지만 손 씨는 팀을 옮기자는 말을 바로 하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채연 씨가 ‘테라뚜렛증후군’ 증상이 시작된 건 아홉 살 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틱 증상이 심했다. 용하다는 의사와 병원을 찾아 전국을 다녀도 차도가 없었다.



(중략) 


시간은 흘러 2016년 2월. 김아영 코치 팀 선수 부모들 사이에서 과거 전지훈련 당시 학대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손 씨도 자신이 알고 있는 학대 정황을 다른 부모들에게 전했다. 그러자 김 코치로부터 ‘퇴출’ 통보가 왔다.

“김아영 코치는 제가 채연이의 거짓말을 거르지 않고 얘기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말했어요. 채연이를 거짓말쟁이, 망상증 환자 취급을 했어요.”(어머니 손미영 씨)

손미영 씨는 모욕감을 느꼈다. 김아영 코치를 만나 따졌다. 김 코치는 구체적인 학대 사실들은 인정하지 않다가, 대화 말미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채연이가 말한 거 사실이에요.”(2016. 2. 29. 김아영 코치-손미영 대화 녹취록)

손 씨는 김 코치를 고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피겨스케이팅을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다른 코치의 팀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코치를 고소하면 새 팀에도 못 받아준다’는 조건 앞에서 고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녀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거나, 침묵하며 견디거나.


“김아영 코치는 제게 시도 때도 없이 죽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죽어야 되는 줄 알았고, 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2016년부터 쭉 망상에 빠진 거짓말쟁이가 돼야 했습니다.”

채연 씨 틱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생활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아홉 살 때부터 품어온 태극마크의 꿈도 거기서 멈췄다.

스무 살 채연 씨의 마음속에는 공허함과 무력감,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만 남았다.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졌다. 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학대의 트라우마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어른들에 대한 원망으로 마음이 무너져갔다.

꼬이고 뒤틀린 자신의 인생을 바로잡으려면 결국 ‘그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채연 씨는 자신이 겪은 모든 일들을 폭로하기로 했다.

“저는 죽으려고 (김 코치를) 고소한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진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그때는 두려움에 말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은 용기 내서 말하고 싶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지난해 12월 채연 씨는 김 코치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구빙상경기연맹에 징계요구서도 제출했다. 침묵을 깨고 나오는 데 13년이 걸렸다.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된 날부터 시작된다.


고소 이후인 지난 2월, 채연 씨는 김아영 코치와 만났다. 김상윤 대구빙상경기연맹 회장이 만든 자리였다. 채연 씨는 김 코치가 학대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줄 알았다.

“(김 코치가) 저한테 ‘죽지 말아달라’고 하고, ‘코치로 키워주겠다’ 그런 얘기만 하시는데 그건 인정도 사과도 아니잖아요.”

김아영 코치는 변호사를 통해 ‘이면 합의서’ 작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대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합의서를 쓰는 대신, 경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는 간단한 내용만 적힌 또 다른 합의서를 만들어 제출하겠다는 말이었다.

“사과가 아니라 (학대 사실을) 전부 인정만 했어도 괜찮았을 거예요. 그런데 사과도 인정도 안 하면서 이면 합의서를 얘기했던 거죠. 저는 끝까지 싸울 거예요.”

김상윤 대구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책임보다 회유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김 회장은 김 코치와 채연 씨 모녀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회장님(본인)은 채연이 편이다”, “무릎 꿇고 ‘봐줄래’ 이렇게 (부탁)할 생각을 하고 왔다” 등의 말을 했다. 심지어 채연 씨에게 “(나를) 회장 아빠라고 불러라”라는 말도 했다.


“너무 소름 돋았어요. 제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회장 아빠’라고 부르라고….”


채연 씨 모녀와의 인터뷰는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어머니 손미영 씨의 차를 타고 빙상장으로 향했다. 차 안에는 채연 씨 없이 둘뿐이었다. 손 씨가 한숨을 내뱉듯 조용히 말했다.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다고.

저는 공범이었어요. 채연이가 저를 아동학대로 고소해도 할 말이 없어요…. 지금도 피겨스케이팅 시키는 부모들과 연락이 닿으면 꼭 말해요. 아이들 잘 살피라고.”(어머니 손미영 씨)

채연 씨의 ‘아빠’를 자처했던 대구빙상경기연맹 회장. 이후로 그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대구빙상경기연맹은 김아영 코치에 대한 징계 절차를 8개월째 보류 중이다. 지난 18일 대구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고소 사건) 판결이 나오면 징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기자와 통화한 김상윤 대구빙상경기연맹 회장은 “(갈등 해결은) 법으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면 된다”며, 징계 문제에 대해서는 “고소 (사건 판결) 결과가 나와야 징계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덧붙여 채연 씨에게 본인을 ‘회장 아빠’라 부르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해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체육회도 “최종 판결이 나오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은 같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대구빙상경기연맹과 스포츠공정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동학대 고소 사건은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채연 씨와 함께 훈련을 받았던 또 다른 학대 피해자들이 쓴 사실확인서와 탄원서도 경찰에 제출됐다.

지난 4월 3일 대구가정법원은 김아영 코치에게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2개월간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과 교육을 위탁한다는 내용. 임시조치는 아동보호사건의 원활환 조사·심리 및 피해아동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김 코치의 입장을 묻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보내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역시나 답은 없었다. 지난 22일 김 코치의 주소지로 두 차례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그날 김 코치는 문자메시지로, “출산 후 회복 중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있다”며 반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ttps://www.neosherlock.com/archives/3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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