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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서명 못 한다고 시각장애인 훈계한 은행…"왜 남한테 의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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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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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가이드라인도 오락가락…현장에선 "서명 대체 가능해"
김예지 의원, 법률 개정안 발의…"금융은 기본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지 왜 남에게 의지하려고 하세요?"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3월 청약 순위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을 찾은 왕정원 씨(59·여)는 창구 직원의 날카로운 말투에 화가 치밀었다. 선천적 시각장애로 앞을 볼 수 없는 왕 씨에게 은행원은 ‘반드시 직접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시각장애로 인해 한글을 배우지 못한 왕 씨는 평소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서명해 왔다. 글을 쓸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은행 직원은 "이런 식으로는 업무 진행을 못합니다"라며 완고하게 대응했다.

 

한참 실랑이 끝에 화가 난 왕 씨가 "저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라 한글을 배우지 않아서 점자로밖에 표기를 못 하니까 점자로 쓸까요?"라고 따져 묻자 그제야 직원은 활동지원사가 서명을 돕는 것을 허용했다.

 

이런 일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왕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비슷한 일을 네 차례 겪었다며, 주변 시각장애인들도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왕 씨는 "고작 서류 하나 떼는 데도 무슨 부모가 어린 자식 나무라듯이 훈계를 하니 모멸감을 느끼고 너무 기분이 나빴다"라며 "(은행에 갈 때) 또 어떤 사람을 만날까 비굴해지고 더 작아지고 위축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규정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이미 자필 서명이 불가능한 장애인 등에 대해 통장·신용카드 발급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금융상품에 한해 녹취 및 화상통화 등을 통해 서명 없이 발급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2023년 금융위는 '시각장애인 은행거래 시 응대 매뉴얼'을 만들면서 시각장애인이 은행을 방문해 상품에 가입할 경우 계약서류를 작성할 때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서명과 날인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상품의 범위에 따라 매뉴얼이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며 "2018년과 2023년 지침의 차이에 대해서는 실제 은행들이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파악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은행이 자율적으로 내규를 운영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왕 씨와 실랑이를 벌였던 은행 측의 해명은 또 다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고객 본인이 동의하면 녹취 등으로 의사 표현을 저장한 뒤 서명도 직원 등 조력자가 대리할 수 있다"며 내부규정상 서명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는 장애인 사례가 이어지자 이를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금융기관이 실명 확인 등의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에 대해 별도의 확인 방법을 제공하도록 하는 '금융실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8233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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