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때 배아 여러개 넣어
조산 위험성에 美·日은 “하나만”
지난달 서울의 한 난임 전문 산부인과를 찾은 박모(38)씨는 시험관 시술(체외수정) 상담을 받던 중 의사에게 ‘쌍둥이 제안’을 받았다. 그는 “한 명의 아기를 원했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배아를 2개 (자궁에) 넣으면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더라”고 했다.
둘 이상의 아기가 동시에 들어서는 ‘다태아 임신’이 급증하고 있다. 2022년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 비율은 5.8%(1만4500여 명)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2년 다태아 비율은 전체의 2%였다. 10년 만에 거의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일본(2%), 미국(3.2%)과 비교해도 2~3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고령 임신’ 증가로 인한 시험관 시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신생아 열 명 중 한 명(9.2%)은 시험관 시술 등을 통해 태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의사가 시험관에서 수정한 배아 여러 개를 자궁에 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쌍둥이 자녀가 있는 연예인 가족이 주말이나 명절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 산모들의 거부감도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다태아 임신은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이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쌍둥이와 세쌍둥이 임신의 조산 확률은 각각 60%, 90% 정도로 단태 임신보다 6~9배 높다”며 “조산은 뇌성마비 등 (출생아) 신경 발달 이상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로 인해 미국, 일본 등은 시험관 시술 시 배아를 하나만 넣는 ‘단태 임신’을 권장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부터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는 부부에게 쌍둥이 임신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을 제공하고 있다.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