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예식장 대신 저렴한 음식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중국 젊은층이 늘고 있다. 주로 맥도날드나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가 결혼식 장소로 활용된다.
17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젊은이들이 호화로운 결혼식 관습에서 벗어나 저렴하고 단순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중국의 결혼식은 사치스럽다는 인식이 강했다. 예식장에는 큰 금액의 보증금이 필요하고, 하객들과 수많은 건배를 하는 등 복잡한 의식도 존재했다. 반면,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는 적은 금액과 하객 수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특히 하이디라오는 결혼식장처럼 매장을 장식하고 신랑 신부를 위해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이디라오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부 리멍멍은 “두 가지 맛의 훠궈가 하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킨다”고 장소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내 동료 중 한 명은 결혼 초대장이 사실상 무료 훠궈 식사권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도 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많다.
중국 광둥성 출신의 신부 샤오예지는 약 20명의 하객을 초대해 맥도날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학교 다닐 때 주로 맥도날드에서 데이트했다"며 “그가 헬로키티 장난감이 들어간 콤보를 사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샤오예지의 결혼식 비용은 식사와 매장 장식까지 모두 포함해 2,000위안(약 38만 원)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20명이 모여 와인 대신 콜라로 건배하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이야기 나눴다"며 "그 후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놀았고, 낯선 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도 받았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샤오예지는 맥도날드 결혼식으로 10만 위안(약 1,920만 원) 이상을 절약했으며, 그 금액으로 그리스에 가 결혼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멍멍 역시 결혼식에 아낀 자금을 집 꾸미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호사스러운 결혼식은 인상적”이라면서도 “나는 하루만 주목받기보다는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데 돈을 투자하는 걸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에 현지 누리꾼들은 새로운 결혼식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대단하다. 그들이 맥도날드에 갈 때마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기분이겠다",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결혼식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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