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K팝 4세대 대표 아이돌로 꼽히는 뉴진스의 '하니(본명, 하니 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출석을 예고했다. 아이돌 가수로는 최초다.
하니가 출석하는 이유가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이나 문화예술 이슈 때문이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문제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그러나 연예기획사 메니저와 아이돌 멤버라는 특수한 관계가 일반 직장인들이 겪는 문제와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감장이 자칫 하니의 출석으로 '여론몰이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환노위에는 과도한 업무에 내몰려 최근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쿠팡 산업재해' 문제가 의제로 예정돼 있다. 또 노동 현장에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책임자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0일 정치권과 연예계에 따르면, 하니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고용노동부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하니는 전날(9일) 밤 뉴진스의 자체 소통 앱 '포닝'을 통해 "나 결정했다. 국회에 나갈 것"이라며 "국정감사, 혼자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앞서 국회 환노위는 지난 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아이돌 따돌림 문제 및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주영 하이브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증인으로, 하니를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하니가 하이브 소속 타 그룹 매니저 등에게 인사했다가 "무시해"라는 말을 면전에서 들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실이라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은 '상사나 다수 직원이 특정한 직원과 대화하지 않거나 따돌리는 이른바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등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간 행위로 설명한다"고 밝혔다.
하니의 출석 예고를 두고,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달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 사업자'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의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아이돌 가수가 국감장에 나와 여론을 집중시킨다면 고용노동부 현안에는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노위는 같은 날 △대우조선 중대재해 및 노동자 안전대책 △조선소 노동자 사망 및 처우 문제 △콜센터 감정노동자 보호 및 부당해고 △대유위니아·인천일보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책임자들을 불러 질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아이돌 가수간 인사를 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안이 다른 노동 현안보다 우선될 수 없다며, 결국 뉴진스를 국감장으로 불러들인 데는 '보여주기식', '여론몰이식' 국감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환노위는 지난 전체회의에서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경영진들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국회 환노위 소속 다른 의원은 "쿠팡 택배노동자들과 같이 10시간을 일해도 도저히 법으로 보호할 기준 조차 없다. 다른 노동 현안 이슈들이 묻힐까 걱정이 된다"며 "의원들은 국감에서 스타가 되길 원한다.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이슈몰이를 할 수 있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kjwowen@news1.kr
https://v.daum.net/v/2024101016384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