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3-1로 앞서 8회 노경은이 선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자 김광현을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이어 로하스에게 좌중월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주저 앉았다. 로하스 타석 때 제구가 잘 안 된 상황에서 2B에 몰렸고, 결국 3구째 체인지업이 덜 떨어지면서 로하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로하스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고, 로하스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SSG는 결국 1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SSG는 왜 김광현을 투입했을까. 일단 팩트는 경기 전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고, 경기 상황을 본 김광현의 자원 등판이었다. 다만 처음에는 최종 결정권자인 이숭용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내부 의견을 종합하면 이 감독은 처음에는 그 요청을 물리쳤다. 하지만 김광현이 다시 등판을 자원했고, 이번에는 스태프와 코치들이 이야기를 했고, 결국 김광현과 이 감독의 면담까지 이뤄진 이후 고심 끝에 등판을 결정했다.
아주 비합리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kt는 김민혁 로하스가 나올 타이밍이었다. 무사 1루에서 근래 가장 타격감이 좋은 좌타자 김민혁을 일단 막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SSG 불펜에는 믿을 만한 좌완이 없었다. 가장 근접한 필승조는 한두솔이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니고 결정적으로 최근 구위가 다소 떨어져 있었으며 전날 적지 않은 공을 던졌다. 이때 사용할 수 있었던 오원석조차 어깨 부상으로 재활군에 가 있었다.
김광현이 1이닝, 아니 결정적인 아웃카운트 1~2개만 더 잡아주면 뒤에는 9월 '41타수 1피안타'의 괴력을 과시한 마무리 조병현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김광현이 직전 kt전에 잘 던졌고, 올해 수원구장에서 열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한 데이터도 있었다. 김민혁에게도 올해 상대전적 5타수 1안타로 괜찮았다. 그리고 로하스에게는 올 시즌 10타수 무안타로 굉장히 강했다.
하지만 여기서 kt는 오재일 대타 카드로 김광현을 무너뜨렸다. 오재일은 올해 김광현을 상대로는 2타수 무안타였지만, 차분하게 볼넷을 두 개 고른 전력이 있었다. 또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김광현을 상대로 타율 0.364를 기록했다. 원래 김광현을 상대로 약하지 않은 타자였다는 것이다. 오재일과 승부를 실패하면서 SSG의 모든 구상이 꼬였다. 1사 1루와 무사 1,3루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이숭용 감독의 승부수는, 더 노련했던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에 강펀치를 맞았다.
김광현은 2018년 한국시리즈,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책임진 선수다. 선발 등판 사이에 불펜 피칭을 대체하는 실전 등판 경험이 적지 않다. 이틀 휴식 후 원래 오늘 불펜 피칭을 한 번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힘을 조금 더 줘 실전에서 대체하는 시스템이다. 에이스의 책임감이었다. 하지만 역시 구위가 그 당시만은 못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김광현은 시속 150㎞가 넘는 어마어마한 속구를 선보였다.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시속 140㎞ 중·후반대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날은 트랙맨 기준 최고 구속이 146㎞, 평균 145㎞에 그칠 정도로 당시와 비교하면 구속이 떨어진 상태였다. 97구를 던지고 이틀을 쉰 김광현이 불펜 피칭에서 좋은 감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몰라도 실전에서는 확실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도 이숭용 감독이 처음에 김광현의 등판 요청을 거절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숭용 감독의 첫 생각이 옳았다.
또한 최근 kt전에서도 피안타는 적었어도 볼넷 이슈가 있었다. 1회에 흔들리는 경향도 있었는데 결국 이날 두 타자 모두 초구 볼을 던지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 패스트볼 3개가 모두 볼이었고, 그렇다면 kt 타자들이 노릴 다음 공은 변화구로 좁혀질 수 있었다. 2018년과 2024년의 차이는 힘 있는 초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느냐였다. 그때는 됐고, 올해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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