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hygall.com/491105691
I. 들어가며
교양 쌓고 싶거나, 서양 문화를 이해하고 싶거나, 아니면 작품에 나온 레퍼런스 궁금해서 성경 읽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서 덕후로서 가볍게 TIP 써봄.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이 서양의 기본이 되다보니 그 문화권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뭐임? 뭐임? 왜 나만 왕따시킴? 스러운 부분이 많이 생기고는 함... 그리고 창작자들은 기본적으로 힙스터라 대중적으로 쓰이는 상징 외에 진짜 어디 박힌지 모르겠는 문구 쓸 때도 많아서 대충 한번 훑는 걸로는 캐치 못할 때도 있음. 근데 그건 서양 사람들도 놓치는 경우 많으니까 그냥 평론가 해설 보자.
(걍 덕후 글이라 틀린부분 있을 수 있으니 참조로만 봐. 기독교 영업 아님)
II. 성경 읽기의 기본
1. 성경 읽어보는데 가장 중요한건 처음 시도하는데 통독(다 읽기) 도전<< 이런거 안하는 거임. 어차피 많은 기독교인들도 통독 안 함. 성경을 문학으로서 파는 나도 안 함. 레퍼런스도 시험 범위처럼 나오는 데서만 계속 나옴. 그러니 재미 없으면 쿨스루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데만 읽자.
2. 성경이란게 어차피 고대 유대인들의 역사서+율법전+종교경전+시집 그 외 기타등등 섞인거라 이상한 부분 엄청나게 많고 안 빻을수가 없음. 뭐여 이 개똘추들은.... 이란 생각이 드는게 당연함. 뭔소리야 싶으면 잘 읽고 있는 거 맞음. 걱정 ㄴㄴ. 거기에 시대 배경 모르면 ??? 싶은 내용과 온갖 상징 비유 튀어나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기독교인들도 이해가 잘 안가서 필사의 쉴드 + 뭔소리여 이해 좀 해봅시다 하고 낸 책들이 제법 있긴 한데 궁금한 경우에만 찾아봐라. 애초에 저기까지 찾아볼 정도면 덕후야.
3. 가독성을 위해 버전을 잘 고르자. 소위 말하는 "하나님께서 가라사대 빛이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이 고루한 말투는 <개역성경> 혹은 <개역한글>로 인용할 때 간지 나지만 읽기는 쓰레기같음. <공동번역>이나 <새번역>이 읽기 훨씬 깔끔하다. 이것도 지루하다 싶으면 어린이를 위한 성경 (아이들 대상이라 매운맛이 약화되어 아쉬울 수 있음), 혹은 만화성경 (옛날에 나온 버전들은 노빠꾸였는데 요즘은 순화됐더라)으로 훑는 것도 괜찮음.
III. 그래서 어딜 읽으면 됨?
1. 구약
보통 구약을 왕좌의 게임이라고 부름. 이유는 진짜.. 개판이기 때문. 예수 태어나기 전까지를 구약이 다루는데 대충 역사서에 미륵신앙 한 방울 섞은 느낌으로 언젠가 올 구세주에 대한 희망으로 좆같은 현실을 견뎌봅시다 하는 내용. 참고로 아주 싸잡아서 말하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이 "구세주"가 누구인지를 다르게 해석해서 종교가 갈림. 유대교의 "구세주"는 아직 안왔고, 기독교의 "구세주"는 예수, 이슬람교의 "구세주"는 무함마드임.
구약은 총 39권(개신교 기준, 천주교는 46권)이고 난 개신교 기준으로 서술함. 읽어보는거 추천하는 권을 볼드처리하고 기억 잘 안나는건 좀 스루하겠음.
창세기 - 천지창조부터 요셉 죽을 때까지 다루는데 카인과 아벨, 소돔과 고모라, 대홍수, 아브라함과의 약속 등 어디서 들어본 굵직한거 대부분 다 여기서 나옴. 귀찮으면 여기만 읽어봐도 된다고 봄.
출애굽기 - 전 이집트 왕자 모세와 말 지지리 안듣는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기. 역시 10개의 재앙, 홍해가르기, 금송아지, 십계명 여기서 나오니 ㅊㅊ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 뉴비 절단기 1111..... 혹시 너희에게 율법과 제사규칙과 숫자세는 법 따위에 흥분하는 이상성욕 없는 이상은 읽지 마라. 신도들도 여기 건너 뜀.
- 여기까지 모세오경. 이 뒤로는 이스라엘 지도자와 역사를 다루는 역사서가 이어짐. 역사, 전투, 지도자가 계속 바뀌는 동안 계속 말귀를 안들어쳐먹는 유대인들이 나옴.
여호수아, 사사기 - 여호수아가 정복 (침략 )을 통해 약속된 땅 가나안을 손에 넣었다가 다시 뺏기고 유대인들이 12지파로 갈라져 고난을 겪음. 7일동안 높은 성벽 둘레를 엄숙하게 행진하여 7일이 되던 날 일제히 나팔을 불며 고함을 지르자 성벽이 무너졌다는 희대의 부실공사, 여리고의 성벽 관련 내용은 여호수아에 나옵니다.
사무엘 상, 하 - 선지자 중 존나 유명한 사무엘의 이야기인데 사무엘이 중간에 죽어서 뒤부터 걍 이스라엘 첫 통일 왕인 다윗의 이야기가 이어짐. 다윗과 골리앗, 광증 돋은 왕에게 수금 뜯어주며 재워주는 다윗, 원수의 아들과의 브로맨스, 아들들의 반란? 이런게 나옴.
열왕기 상, 하 - 솔로몬왕 즉위부터 시작. 그 유명한 반반 무많이 심판 이야기 나오고, 뒤는 나라 둘로 갈라져서 각 왕의 치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가 주르륵 서술. 여긴 진짜 판타지 가미된 역사서 읽는 기분. 개인적으로는 재밌었는데 추천하긴 애매.
역대기 상, 하 - 이스라엘 역사 이어짐.
에즈라, 느헤미야 - 성전 다시 짓는 내용인데 기억에서 삭제된걸 보니 재미 없었나봄.
에스더(에스델) - 갑자기 튀어나온 로판. 진짜 신데렐라 스토리 그잡채임. 바빌론에 끌려간 영특하고 아름다운 소녀 에스더가 왕비가 되어 자국민 구하는 이야기 어쩌구 저쩌구. 모두가 아는 그 맛.
- 역사서 끝. 이 뒤부터 갑자기 시 읊습니다.
욥기 : 탈 기독교 프로파간다(?) 신과 악마가 사람 하나 두고 내기한다는 이야기 원형이 이 욥기. 읽으면 신도 개새끼일 뿐...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 교훈을 준다는 시. 다윗과 솔로몬 그외 다양한 선지자들이 썼다는데 알바 아님. 문장이 존-나 간지남. CCM 여기서 많이 따옴. 글 쓰다가 간지나는 성경 문장 하나 넣고싶다 하면 여기 뒤지는거 ㅊㅊ. 아가는 아무리봐도 쎄엑스 짱! 하는 이야기인데 이거 신에 대한 사랑으로 둔갑시켜 영업하는거 좀 웃기다고 생각 (일부 국가에서는 19금임).
- 문학편 끝. 이 뒤는 이제 중구난방 선지자들의 우당탕탕 여행기.
사실 여기는 장은 엄청나게 많은데 에피소드마다 선지자 한명 골라서 인생역경 서술하는거라 다 요약하기가 그럼. 이사야서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고 (신약이랑 이어짐), 그 외에는 사자굴에 던져진 후 옆나라 왕이랑 브로맨스 관계 맺은 다니엘, 물고기 배에 잡아먹힌 요나가 아이코닉함. 여기까지 견디고 읽었다면 성경 속 본인의 취향을 잘 알테니까 알아서 골라 읽자. 어차피 소예언서들은 대부분 짧아서 금방 읽는다.
2. 신약
긴 구약이 끝나고 신약에 왔는데 신약은 간단함. 구세주 예수의 탄생,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교회 세우는 이야기임. 총 27권인데 추천하기도 간단!
마태복음, 누가복음, 마가복음, 요한복음 -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네 제자가 각각 서술함. 마태누가마가는 내용 거의 비슷하니까 귀찮으면 이중 하나랑 요한만 읽어도 됨. 서양의 모든 구세주 서사는 다 여기 뿌리를 두고 있음. 기적 나올 때마다 아, 이거! 와! 이거! 하는 샌즈짓 가능. 그리고 읽으면서 아니 예수가 이렇게 대x동 1타강사 수준으로 좋은 말들을 목구멍에 박아줬는데 이걸로 개소리나 한다니 싶어져서 일부 신자들을 한심하게 여길 수 있다.
사도행전 - 예수가 죽은 후 베드로와 바울의 이야기. 크게 재밌지는 않음...
로마서~유다서 - 안읽어도 됨. 기독교인들에게는 중요한데 우리한테는 걍 바울이 쓴 잔소리 편지 모음일 뿐임. 여기서 인용도 잘 안됨. 심지어 빻았음 ㅇㅇㅇ
요한계시록 - 오타쿠 필독. 모든 아포칼립스물 베이스! 바빌론의 탕녀, 붉은 용, 666 그 외 간지나는 멸망의 상징들 싸그리 여기 나옴.
IV. 이건 성경에 안 나와요?
Q. 천사 분량 없어요?
A. 성경 내에는 천사 언급 거의 없음. 이름도 사실 상 두 셋정도만 거론 됨. 소위 말하는 천사 9계품이나 천사 신앙은 기원후 6세기 후에 나온 것으로 이쪽에 관심있으면 오컬트 서적 읽자.
Q. 악마 분량 없어요?
A. 역시 악마 분량 없음. 네임드는 광야에서 예수 시험한 놈이랑, 돼지에 박혀서 물에 뛰어들어버린 군단(legion) 정도임. 솔로몬의 72악마는 악마학에서 독자발생. 이쪽에 관심있으면 오컬트 서적222222
V. 닫으며
쓰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 성경은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한번 읽어놓으면 문화적 배경이 풍성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음미하기 좋아짐. 종교서가 아닌 교양서로서 성경은 제법 의미있다고 생각함. 관심 있는 붕붕이들은 한번 쯤 시도해 보자!
ㅊㅊ 해연갤인데 덬들이 읽기 편하게 몇몇 단어는 좀 바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