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대학생, 미성년자, 친족 등 나이와 직종을 가리지 않고 여성 지인들의 사진을 합성(딥페이크)해 성범죄물로 만드는 '지인 능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가해자들은 아랑곳 않고 성착취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텔레그램에 개설된 "짱구의 지능(지인능욕)방"에 모인 600여 명의 성착취 가담자들은 각자 여성 지인들의 사진과 정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을 공유하며 지금도 딥페이크를 제작하고 성적 모욕을 가하고 있다.
해당 채팅방의 관리자는 언론의 보도로 '지인능욕'이 알려지자 성착취를 중단한 일부 가해자들을 향해 "고작 기사에 쫄았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채팅방이 아무리 언론에 보도되더라도 절대 폐쇄하지 않겠다"며 다른 채팅방에 찾아가 홍보활동을 이어갔다.
채팅방 가담자들은 전국을 나누어 소규모 그룹을 만들고 해당 방에서 '겹지(서로 알고 있는 지인)'를 찾거나 여성 지인의 사진을 올리는 행위, 딥페이크를 제작하고 성적 모욕을 가하는 행위들을 이어갔다. 특히 피해자의 사진과 함께 지역, 학교, 전공, 나이 등 최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유해 피해자를 특정하는 데 집중했다.
가해자들은 성인은 물론이고 미성년자들을 착취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피해자 대다수는 중·고등학생이었으며, 가해자들은 2013년에 태어난 초등학생을 모욕하기를 주저하는 가담자를 "나이가 두 자리 수인데 뭐가 문제냐"며 질타하기도 했다.
또한 가해자들은 자신이 지속적으로 여성 지인의 사진 및 딥페이크를 유포해왔음을 자랑스러워했다. 한 가해자가 고등학생의 사진의 개인정보를 올리자 "이거 내가 다른 방에서부터 계속 올려왔다"고 말했으며, 다른 가해자는 "(여성 지인) 너무 많이 올려서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으스댔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여러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여성 지인의 알몸 사진을 올린 한 가해자는 "얘가 먼저 내게 사진 보내줬다"고 말했으며, 다른 가해자는 "여자들이 자기 몸 봐달라고 대놓고 올린 사진이다", "페미니스트 XXXX들아. 여성들이 남자 몸캠 보면서 남성 성착취하는 건 괜찮고 이건 안 되냐"며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외부의 비판이 거세지자 공격성을 더욱 높였다. 딥페이크에 대한 언론 보도가 확대되자 "기사 낸 기자들도 능욕하겠다"고 엄포했으며,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단순한 장난이라고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엄정 대응을 예고하자 피해자의 주민등록증, 주거지, 전화번호, 친족의 신상까지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이처럼 가해자들이 범행을 계속하는 원인에는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4년 전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집단 성착취가 벌어진 'N번방'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들을 특정할 수 있는 경찰의 수사 기술과 역량이 발달하지 못했다'라며 "범행을 저질러도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처벌도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가해자들은 겁먹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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