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 위해 다 바꿀 순 없어”
◆ 2024 파리올림픽 ◆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지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
안세영이 마침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지난 5일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부상이 심각했는데 대표팀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했다.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심발언을 한 뒤 6일만이다.
당시 안세영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깜짝 금메달 행진을 펼치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올림픽 열기마저 싸늘하게 식었을 정도다.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발언 하나하나에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며 대응했지만 여론의 비판은 거세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고, 대한체육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포괄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세영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부상관리에 대한 부분과 선수단 운영 등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이 경제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은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이 지적한 부분은 현재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 및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규정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인기 스포츠 종목에 비하면 연봉이 적은 편이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은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구체적으로 제한한다. 고졸 신인선수 계약기간은 7년. 그 기간 최대 1억원을 초과할 수 없고, 첫 해 연봉은 5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세계 최고 실력에 인기까지 얻고 있는 안세영이 아쉬움을 느낄만한 부분이다.
또 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대한배드민턴협회 메인 스폰서사의 라켓과 신발, 의류를 사용해야 한다.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반대로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묶이게 된다. 나이키와 광고계약을 한 안세영이 ‘신발’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한 것은 나이키와 개인 후원을 맺으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현재 요넥스와 연간 40억원이 넘는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돈으로 주니어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간 수십 개의 대회에 출전시킨다. 한 선수를 유년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데 30억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안세영도 이 시스템을 통해 수년간 금전적 부담 없이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쌓았다.
결과적으로 현재 대표팀 시스템만 보면 안세영을 비롯한 배드민턴 국가대표들은 많은 규정에 묶여 있다. 인기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고, 수억원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다른 스포츠 톱스타들과 비교해 심리적 박탈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계에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전체 대표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자칫 한국 배드민턴 육성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배드민턴 관계자는 “안세영 경우는 아쉬운 느낌도 있지만 한 명을 위해 모든 시스템을 뒤흔들기는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뾰족한 해결방안은 보이지 않지만, 안세영의 발언으로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제기됐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협회의 체계적인 운영·육성 시스템을 유지하며 안세영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싸움과 갈등이 아닌 협회와 선수, 관계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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