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도연, 유재석(사진=뉴스엔DB)
[뉴스엔 이해정 기자] "배우병에 걸린 것 같다. 무례하다"
데뷔 34년 차 전도연이 이제 와서(?) 배우병 걸렸다는 말이 나온다. 연기를 대충 해서도 아니고, 현장에 늦어서도 아니고, 스태프에게 갑질을 해서도 아닌 "유재석이 불편하다"는 언급 때문이다.
전도연과 유재석은 서울예대 동기 사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휴대폰 번호도 교환하지 않을 만큼 친분이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유재석은 때때로 전도연을 언급하며 '어색한 친구 사이'를 웃음으로 활용해왔다.
전도연이 출연한 '핑계고'가 재밌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유재석은 계속해서 동기임을 강조하며 어떻게든 공통분모를 찾으려 하고 전도연은 웃음으로 무마하거나 밀어내면서 '밀당'의 재미를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이 영상이 화제를 모은 후인 8월 5일 진행된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서 유재석 관련 질문이 나왔다. 전도연은 "'핑계고'가 세상 불편했다. 사람들은 콘셉트라고도 하는데 정말 불편했다. 제가 리액션을 잘 못하고, 또 유재석 씨가 애쓰는 걸 보는 게 편하지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 유재석과의 친분을 묻자 "언제까지 유재석 씨와의 친분을..."이라고 난감해 하며 "둘이서 사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대학 동기인데 유재석 씨가 그 분야의 톱이 됐고 저도 배우로서 그렇게 됐고. 그런 두 명이 만난 게 팩트"라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가 공개된 후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전도연이 무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홍보를 위해 나온 '핑계고'에서 사적인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노력하는 유재석에 재차 선을 긋기만 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유재석이나 전도연이나 서로를 "그냥 대학 동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유재석 역시 전도연과 친분이 없다며 "(대학 시절) 수업 끝나고 어디를 그렇게 갔냐"고 30년 전 일상을 물을 정도였다. 하물며 같은 캠퍼스 내에서도 마주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사회생활 하면서는 얼마나 진득한 교류를 했겠나. 원래도 가깝지 않은 사이에 세월과 각자의 커리어라는 간극이 더해졌으니 더 어색해지고 어려워진 게 당연지사다.
호스트인 유재석이 평소보다 어려운 분위기에 고전한 것도 맞으나 동시에 국민 MC가 진땀 흘리는 모습이 신선한 웃음이 된 것도 사실이다. 전도연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며 유재석과의 티키타카를 보여줬다면 호평은 받았겠지만, 그게 실제의 모습이 아니라면 '핑계고'의 솔직 담백한 색깔을 흐리는 일이지 않았을까.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텐션 높고, 활달하고, 타인과 잘 어우러지는 성향일 순 없다.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도 있고 너그럽고 수더분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낯가리고 예민한 사람을 무던한 사람보다 무례하고 나쁘다고 비난할 순 없는 노릇이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609/0000883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