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CJ ENM 계열사서 연출작 방영 중
그룹 계열사 CJ제일제당 아닌 대상의 종가 김치 등장
프로그램 높은 인기에 제작 지원 협찬 비용도 많이 들어
업계 “김치 업계 1위 대상이 과감한 투자한 것”
“
이건 한국 오리지널 김치입니다.
”
인기배우 박서준 씨가 손님 식탁에 김치가 담긴 반찬 그릇을 놓습니다. 손님은 이내 한 점을 집어 듭니다. 그리고 “이게 한국 김치래. 김치 먹을래?”라고 일행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맛을 보더니 입을 모아 말합니다. “맛있어!”
CJ ENM계열 방송사 tvN에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2′의 한 장면입니다. 서진이네2는 인기 배우들이 유럽 아이슬란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내용입니다. 방송계 최고 연봉 프로듀서(PD)로 명성이 높은 1박2일 출신 나영석 에그이즈커밍 PD가 연출해 인기가 많습니다. 24일 닐슨코리아 발표를 기준으로 4회까지 방영해 4회가 모두 4주 연속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서진이네2에 간접 광고로 등장한 대상 종가 김치. /CJ ENM 제공
여러 인기 비결 가운데 음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서진을 필두로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과 고민시 같은 유명 배우들이 매회 차리는 화려한 한식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갈비찜과 꼬리곰탕,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외국인 손님들을 보면 한식의 세계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촬영한 첫 시즌에서 이들은 라면과 떡볶이, 김밥과 치킨을 팔았습니다. CJ그룹은 식품을 기반으로 큰 대기업입니다. 그룹 맏형 CJ제일제당에서 비비고 브랜드로 한국 식품을 만듭니다. 멕시코에서 식당을 했던 첫 시즌에서는 비비고 만두를 포함해 여러 제품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올해 방영 중인 두 번째 시즌 아이슬란드 편에서는 CJ제일제당 대신 식품업계 경쟁사 대상이 존재감을 뽐냅니다. 해외 한식당에 김치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매회 김치가 등장합니다. 비비고 김치가 아닌 대상 종가 김치입니다. 매회 카메라는 종가 맛김치 통에 초점을 맞춥니다. 곧 ‘오리지널 김치’, ‘뚝배기 요리에 제격인 필수 반찬’ 같은 수식어가 화면 가운데 진한 자막으로 나타납니다.
프로그램 마무리 무렵 올라오는 제작 지원 목록에도 대상과 종가 김치는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뒤로 역시 대상 브랜드 청정원이 나옵니다. 비비고는 명단이 거의 끝나갈 때 잠시 로고가 나타납니다.
나영석 PD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타 PD입니다. 제작한 프로그램 가운데 실패한 프로그램이 드뭅니다. 특히 해외에서 촬영한 프로그램 시청률은 유난히 높습니다. 꽃보다 할배, 윤식당 시리즈, 신서유기 시리즈, 뿅뿅 지구오락실처럼 2013년 이후 해외로 나가 촬영한 프로그램이 전부 성공했습니다. 자연히 방송가에서 나영석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은 제작 지원 협찬 고지 비용이 가장 높은 편입니다.
전작 서진이네 첫 시즌에 제작 지원 협찬을 고지하려면 최대 약 10억원이 들었습니다. 10억원을 지원하면 협찬 사실을 고지하고, 영상을 제품 홍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tvN 디지털 채널에서 홍보도 해줍니다. 그 아래 단계는 5억원입니다.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가상 광고와 협찬 고지 같은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간접 간접 광고 모델도 5000만원에 달합니다. 5000만원짜리 상품은 오로지 마케팅 라이선스만 쓸 수 있습니다.
10억원은 인기 드라마나 영화에 비교해 절대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유명 드라마 제작 지원 협찬 고지 비용은 1억~5억원 선이었습니다. 제작 지원과 간접 광고 비용은 노출 시간, 횟수, 시청률과 조회 수, 이전 프로그램 제작 지원 효과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CJ온스타일은 2018년 나영석 PD가 연출한 이전 작품 윤식당2에 주방용품 브랜드 오덴세를 간접 광고했습니다. 당시 CJ오쇼핑이었던 CJ온스타일은 윤식당2 방영 이전에 정식 PPL 계약을 한 유일한 업체였습니다. 오덴세 그릇에는 주요리가 담겼습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방송 이후 오덴세 그릇은 예상 판매 목표보다 90%가 더 팔렸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윤식당 종영 이후 “아이시스와 트레비 같은 제품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서진이네 첫 시즌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인기그룹 BTS 멤버 뷔는 방송에서 삼양식품 짜짜로니와 불닭볶음면을 합친 ‘불짜장 라면’을 먹었습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촬영했던 멕시코 국민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익숙해 불닭 콘셉트가 잘 먹혔다”고 말했습니다. 삼양식품 주가는 서진이네 첫 시즌 방영 첫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12만1000원이었다가 현재 65만9000원으로 445%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방영한 서진이네 시즌 1에서 그룹 BTS 멤버 뷔가 삼양식품 라면으로 만든 불짜장을 먹고 있다. /CJ ENM 제공
대상은 최근 김치 알리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익숙했던 ‘종갓집’ 브랜드를 버리고, 세계를 겨냥해 ‘종가’로 김치 브랜드를 통합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연간 김치 2000톤을 담글 수 있는 공장을 새로 지었습니다. 동유럽 폴란드 김치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올해는 부산에서 김치를 주제로 한 팝업 ‘김치 블라스트’를 운영합니다.
대상에 따르면 수출 김치 가운데 종가 브랜드 점유율은 2018년 38%에서 2022년 50%까지 높아진 뒤, 지난해 53%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김치 절반 이상이 대상 종가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간접 광고는 본질적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서진이네는 식품이나 주방용품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좋은 포맷”이라며 “성격이나 취지가 잘 맞는데 시청률까지 높은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워 대상이 과감하게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생략
서진이네2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은 엄밀히 말해 CJ제일제당과 같은 가족입니다. 2022년 10월 CJ ENM은 408억원을 들여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CJ ENM 산하 레이블로 편입했습니다.
일부 CJ 계열사에서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상과 CJ제일제당 모두 김치 시장에서 진검승부 중이라면 제작 지원 비용을 낮춰서라도 비비고 김치를 사용할 수는 없었냐’고 의아해합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진이네 제작사는 시즌1 때나 이전에도 제작 지원이나 간접 광고 관련 사항에 있어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물량이나 제품 상태를 두고 요구 사항이 더 많았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006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