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재의 부친상으로 수많은 축구인과 관계자가 조문했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도 저녁 시간대에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한 부총재, 그리고 그의 가족을 위로한 뒤 자리에 앉았다가 주요 인사를 만났다. 그리고 자리를 뜰 때 주변에 있던 조문객과 일일이 악수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을 비롯해 KFA를 둘러싼 각종 잡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다수 축구인은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한국 축구 수장이 상갓집에서 사죄할 게 아니라 대중 앞에서 해명이든, 용서든 ‘대국민 메시지’를 내달라는 의미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히 팬의 비판만이 아니지 않느냐. 축구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나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만한 그림을 만들려면 회장이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수 축구인이 오간 장례식장에서는 단연 최근 KFA를 둘러싼 얘기가 오갔다. 그중 KFA의 안이한 행정 속 축구인조차 두 동강 난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는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 국가대표 박주호의 소신 발언이 시작점이었다. 그 후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등 축구계 스타가 비판 여론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들 중엔 KFA 역사상 최대 헛발질로 기록되는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범죄 축구인 기습 사면 파동 때 휘말린 축구인도 있고, 주요 직책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한 이도 있다. 책임지는 자리는 회피하면서 인기영합주의적 발언을 한 축구인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 비판하는 축구인이 따르면서 한국 축구 전체가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