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푸른 산호초' 신드롬의 의도된 착시
56,563 533
2024.07.09 13:52
56,563 533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뉴진스 멤버 하니가 도쿄돔에서 부른 '푸른 산호초'가 화제가 되었지만, 이 무대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큰 메아리를 일으킨 것 같다. "열도가 뉴진스에 열광한다"는 전언에 고무돼 관심을 부르고 파생 뉴스가 증식했다. 외국 가수가 방문해 자국의 국민가요를 따라 부른 것이 현지에서 화젯거리 이상의 의미 있는 뉴스가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국에선 노래와 노래의 주인 마츠다 세이코가 소개되면서 ‘푸른 산호초’ 자체가 새로운 화젯거리로 작용했다. 마츠다 세이코를 소개하고 무대를 커버한 하니의 모습과 맵시를 맞춰 보는 쇼츠 영상이 쏟아졌다. 배우 지예은이 서울 워터밤에서 하니처럼 복장을 꾸미고 ‘푸른 산호초’ 무대를 재연한 장면은 그 전형적 사례다. 이 점이 고취된 국가주의적 자부심과 어울려 ‘한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것 같다.


이건 기획을 잘한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뉴진스의 일본 데뷔가 마냥 성공적인 건 아니지만, 한일 양국 여론이 상호작용하며 마케팅의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뉴진스의 일본 데뷔 싱글은 한국에서 동시 발매했다. 가사 역시 일본어 가사는 곁들이는 느낌이고, 영어와 한국어 가사가 많다.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의도다. 의도된 대로 한국에서 더 반응이 좋고 글로벌하게 바이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활동을 이런 식으로 기획한 전례는 없었다. 새로운 노선을 제시한 건데, 장기적으로 효과가 어떨지는 지켜봐야 한다. 외국 현지 시장과 한국 내수 시장을 연동하는 전략이고, 대중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점을 둔 전략이다. 뒤집으면 '현지 시장'과 '팬덤 공략'이란 키워드는 흐릿하다. 다른 케이팝 그룹은 현지 맞춤형 활동을 하는데, 일본어 가사가 적은 노래로 얼마나 일본 팬들 마음을 깊이 팔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 활동을 현지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활동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이 엿보이지만, 그런 만큼 로컬 시장을 공략하는 활동으로선 최적화되진 않은 해법이다.


뉴진스 데뷔 싱글 오리콘 초동 기록은 3만 8천 장 정도로 결코 많이 팔린 게 아니다. 7년 전 트와이스는 일본 데뷔 싱글 초동 판매량이 10만 장 넘었고, 5년 전 아이즈원은 22만 장이 넘었고, 작년 르세라핌도 23만 장 정도 팔았다. 아이브의 ‘WAVE’도 9만 장 정도 된다. 뉴진스는 ‘푸른 산호초’, 도쿄돔 같은 신드롬스러운 키워드에 비해 의아할 만큼 판매고가 적다. 케이팝 신을 잘 모르는 '대중'은 뉴진스 일본 앨범 판매량이 이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곤 상상을 못 하고 있을 것 같다.


이건 아마 의도된 착시 같다. 일본 앨범을 한국에서 동시 발매해 한국 시장 및 글로벌 시장에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4만 장밖에 안 되는 오리콘 판매량은 보도되지 않고, "오리콘 1위"라는 순위만 뉴스 헤드라인에 뜬다. 한국에서 발매한 앨범 판매량 70만 장이 그 대신 홍보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뉴진스가 일본에서 판 음반 숫자가 70만 장이라고 오해하기 마련이다.


뉴진스는 일본에서 '대중적 화제성'에 비해 음반을 사는 코어 팬덤이 세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코어 팬덤이란 존재에 거리감을 두는 행보를 취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개인의 기질에서 비롯할지 모른다. 민희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케이팝 고인 물들을 "망령"이라고까지 일컬으며 혐오감에 가까운 염증을 피력해 왔다. 그 성향이 오프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는 ‘홈마스터’들을 탄압하고 그룹을 팔로우하는 '시녀'들을 배격하는 그룹 운영으로 발현되어 왔다.


어쩌면 그는 한정된 소비자들의 지갑을 쥐어짜며 그 안에 고이게 되는 양상의 문화가 세련되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흘겨보는 것 같다. 반면, 더 열린 세상을 누비고 흘러가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에 매력과 갈증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그의 출신이 마케터나 기획자가 아니라 동시대 미적 취향의 동향을 수집해서 표현하는 비주얼 디렉터란 걸 떠올리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 열린 세상은 팬덤 시장에 대한 대중 시장이며, 일본과 한국 등 로컬 시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이다. 뉴진스는 올해 컴백 전까지, 코어 팬덤을 등지는 방식의 운영 때문에 국내에서 여성 팬-코어 팬이 이탈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주요 홈마스터들이 운영에 불만을 표하며 공개적으로 입장문을 쓰고 계정을 폐쇄한 적이 여러 차례다. 하지만, 하이브와의 내전을 거치며 그 상황이 덮였고, 다른 하이브 그룹 팬덤을 뺀 나머지 케이팝 팬덤의 지지를 얻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그럼에도 이번 일본 활동에서 알 수 있듯 민희진의 운영 방식이 바뀐 것은 없다. 현 상황이 코어 팬덤 재유입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건 ‘푸른 산호초’를 접하는 어떤 이들의 태도다. 이들은 뉴진스보다는 민희진의 지지자처럼 보이며 그가 빚은 피조물로서의 뉴진스를 예찬한다. ‘푸른 산호초’ 연행 후에도 넷 상에선 과장되고 망령된 말의 성찬이 넘쳐 났다. ‘민희진이 케이팝과 제이팝의 경계를 없앴다’거나 ‘민희진이 ‘푸른 산호초’를 선점하며 원본의 자리를 차지했다’ 따위의 말들이 SNS에서 어마어마한 횟수로 공유되었다. 의상 하나하나까지 원곡 가수를 따라한 단순한 제이팝 커버 무대를 가지고 저런 말들을 뱉는 건 해도 너무 했다. 이런 사람들이 취해 있는 대상은 뉴진스는 물론 민희진조차 아닐 것이다. 이토록 아름답고 특별한 것을 알아보는 ‘나’의 눈썰미에 취해 있는 것이고, 민희진의 예술 세계가 특별하다고 주문을 외우면 그것을 사랑하는 자신 역시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278

목록 스크랩 (0)
댓글 53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올여름, ‘존버즈’와 함께 버틸 자신 있지? <더 존: 버텨야 산다> 디즈니+ 구독권 이벤트! 214 00:06 9,149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525,48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624,22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278,13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486,0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719,179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010,14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207,62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6 20.09.29 3,145,91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02 20.05.17 3,776,7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2 20.04.30 4,338,34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830,95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69168 이슈 바위위에서 쉬고 있는 사람 한번 잡아보고 가는 문어 14:53 87
2469167 이슈 핫게 뭉찬김준수 게시글 댓글에 사카스키와 오랭만갑이 달리는이유...... 14:53 41
2469166 이슈 100퍼 구교환이 아이디어 내고 디렉한걸텐데 이렇게찍는거유행돼서 배우들이랑 mz아이돌들까지 다 따라찍은게 달란트ㅁㅊ거같음 8 14:51 615
2469165 기사/뉴스 북 내부 소식통들 연락두절, 대거 제거된듯. 161 14:47 7,062
2469164 기사/뉴스 기술유출 10년만에 중국산 로봇청소기 국내시장 점령 8 14:46 807
2469163 이슈 로다주 어벤져스 닥터둠 출연 개런티.twt 19 14:45 1,013
2469162 이슈 박주호 박지성발언 이후에도 신기할정도로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 축구협회 13 14:44 608
2469161 이슈 김재중 디스패치 HD포토.jpg 5 14:44 655
2469160 기사/뉴스 유학간 아내가 데려온 남자친구 48 14:44 3,434
2469159 이슈 일본 맥도날드와 콜라보 하는 듯한 보넥도 4 14:44 691
2469158 이슈 쥐롤라만이 가능한 극락파트 21 14:43 819
2469157 정보 시바견 훈련이 힘든 이유 14 14:40 1,321
2469156 이슈 사장환상곡 - 계약종료 16 14:40 1,040
2469155 이슈 배우 김아영 사복 스타일링 모음 9 14:39 1,693
2469154 이슈 [KBO] LG 트윈스 공식 사과문 + 최승준 코치 계약 해지 22 14:39 2,813
2469153 이슈 한국야구 마지막 황금세대가 될 확률이 높은 2003년생 선수들 20 14:37 1,736
2469152 기사/뉴스 [속보] 尹대통령, 티메프 사태에 "철저하게 법에 따라 조치하라" 61 14:34 1,402
2469151 기사/뉴스 올림픽 최초 식사 관련 민원이 한건도 없었던 평창올림픽 식사모습 17 14:34 3,551
2469150 이슈 성시경 콘서트 | 2024 성시경 with friends [자, 오늘은]🍂 2024.09.07-08 체조경기장 5 14:33 766
2469149 유머 밤중에 후레쉬들고 목에 음식걸린 라쿤 등짝 두드려주는 사람들 11 14:33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