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내두르는 실업급여 반복수령
같은 직장서 '3회 이상' 2만명 넘어
"사업주와 짜고 해고·취업 되풀이"
같은 회사에서 해고와 취업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수급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들 반복수급자의 실업급여 하루 수령액을 최대 50% 감액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달 고용보험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본지 5월8일자 A1, 3면 참조
7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동일사업장 실업급여 반복수급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일 사업장에서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만732명으로 전년 1만7278명보다 19.9% 증가했다. 2019년 9396명에 비해서는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체 실업급여 3회 이상 수급자 가운데 동일 사업장에서 3회 이상 받은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9%에서 2020년 11.6%, 2021년 13.6%, 2022년 16.9%, 2023년 18.8%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것은 사실상 사업주와 근로자가 재취업하기로 합의하고 형식적으로만 해고 처리한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쉴 수 있고 기업은 숙련 인력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한 직장서 18번 수급…실업급여 칼빼든 정부
반복수급 제재 없는 '허점' 악용…5명 중 1명, 동일사업장서 수령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증가하는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복수급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없는 ‘제도 공백’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행 고용보험법 등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180일 이상 근무하고 고용보험료만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한 소규모 서비스 업체 사장은 “한 명이라도 인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직원이 몇 달 쉬다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면 해고 처리를 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오르며 반복수급 증가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업시설관리 업종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3월 기준으로 동일 사업장에서 18번 반복해서 총 6650만원의 실업급여를 타갔다. 국내 반복수급자 상위 10위 중 8명은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수급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최저임금의 80%로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아진 것도 실업급여 반복수급이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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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대기’ 기간도 최대 4주로 연장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섰다. 오는 16일 국무회의를 거쳐 5년간 3회 이상 반복수급자의 수급액을 최대 50% 감액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이달 정부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5년간 3회 이상 반복수급자는 실업급여 일액(하루 실업급여 지급 금액)의 10%, 4회는 25%, 5회는 40%, 6회 이상은 50% 감액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0월 고용부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법안과 내용이 동일하다.
유독 1년 이내 짧은 기간만 일하고 비자발적으로 이직(해고 등)하는 직원이 많은 사업장에는 사업주 고용보험 보험료 부담분 외에 최대 40%를 추가 부과한다. 예컨대 해당 사업장에 3년간 발생한 실업급여 수급자 중 1년 미만 근속자 비율이 90% 이상이거나 사업장에 3년간 부과된 고용보험료 대비 실업급여 수급액이 5배 이상인 사업장이 대상이다. 자발적으로 그만둔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단기 일자리에 취업한 후 해고당한 경우 실업급여 ‘지급 대기’ 기간도 최장 4주로 연장한다.
다만 고용부는 취약계층 보호 장치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일용근로자, 임금이 적은 근로자, 적극적 재취업 노력이 입증된 근로자는 반복수급 횟수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반복수급 횟수 계산도 법률안 개정 이후의 수급 횟수부터 계산한다. 과거 행위까지 소급해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사업주에 대한 보험료 추가 부과 역시 사업주에게 잘못이 없다면 제외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06713?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