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사설] 충주맨이 불편한 이유
84,567 252
2024.07.04 13:14
84,567 252

유튜브에 영상 좀 올려본 사람은 조회 수 ‘100만’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잘 안다. 소위 ‘잘나가는’ 전문 유튜버나 ‘셀럽’ 정도는 돼야 가끔이나마 누릴 수 있는 꿈의 조회 수다. 그런데 이 ‘꿈같은’ 숫자 100만을 훌쩍 넘긴 경이로운 조회 수가 최근 공공기관 홍보 채널에서 ‘빵빵’ 터지고 있다. 1,014만(충주시 유튜브), 881만(양산시 인스타), 338만(코레일 인스타) 등등.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이 의외로 젊은 감각의 영상을 만들어 정책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여기에 MZ세대 시청자가 호응하면서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유튜브 러시’는 시민에게 다가가려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읽힌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이 모르면 소용없으니. 고민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선 참신한 기획력과 ‘끼’를 갖춘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이미 ‘충주맨’ ‘미스기관사’ ‘소방관 삼촌’ 등 스타급 유튜버가 속속 등장했고, 능력자 영입을 위한 파격 조건도 내걸렸다. 일례로, 부산시는 최근 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크리에이터 채용 공고를 내며 일반임기제 7급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7급은 전문직에 해당하는 공인회계사나 인공지능(AI) 전문가 등에 적용되는 급수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공무원 유튜버 중에서도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은 가장 독보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그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지역 인구의 4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충주맨의 성공 이면엔 연간 61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기획, 촬영, 출연, 연출, 편집까지 혼자 도맡아야 했던 열악한 환경이 숨어 있다. 그나마 충주맨은 승진도 했고 최근 후배 직원까지 생겼지만, 대다수 공공기관 홍보맨들의 현실은 눈물 난다. 요즘 ‘뜨는’ 챌린지는 기본이고, ‘빅 재미’를 위해 몸을 던져가며 영상을 만들어도 고작 몇 백, 몇 천 회에 불과한 조회 수에 좌절하기 일쑤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7급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건 부산시조차 채용 예정 인원은 단 한 명.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출연, 연출까지 한 사람의 몫으로 규정한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맨땅에 헤딩까지 하는 현실이 ‘개인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마침내 조직의 성공담으로 둔갑하는 상황도 당황스럽다.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성과를 거둔 극소수의 이야기가 모두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로 통해선 안 된다. 지원에는 인색하면서 성과를 기대하는 풍토야말로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조직문화의 전형 아닌가.

부족한 인력, 열악한 제작 환경은 공공기관 홍보 영상이 ‘OOO의 패러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로 이어진다. MZ세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소중한 영상들이 맥락 없는 개그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공공 콘텐츠로 정착하기 위해선 개인기에 기대기 전에 상식적인 수준의 투자와 지속 가능한 제작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혼자서 또는 몇몇이 열정을 ‘갈아 넣어’ 만든 영상이 경직된 공직사회의 편견을 깨는 ‘의외성’의 가면을 쓰고 젊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 상황은 그냥 아이러니일 뿐이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2020년 올라온 ‘공무원 관짝춤(Coffin Dance)’의 한 장면. 김선태 주무관은 가나의 유명한 장례식 댄스 영상을 패러디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영상은 2일 기준 조회수 1,014만 회를 기록 중이다. 충주시 유튜브 캡처

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215550005861?did=NA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성과를 거둔 극소수의 이야기가 모두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로 통해선 안 된다'

목록 스크랩 (8)
댓글 25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올여름, 코미디의 정석이 이륙합니다! <파일럿> 최초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464 07.05 32,387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07.05 57,83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198,09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58,18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889,29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150,336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415,1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4,001,03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42,93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5 20.05.17 3,588,26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45,44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26,91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9621 기사/뉴스 '건국전쟁' 바통 이어받을까…박정희 영화 2편 잇달아 개봉 1 09:48 41
2449620 이슈 계단 높이가 좀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09:48 95
2449619 유머 싱글벙글 편의점 갤러리 1 09:47 294
2449618 유머 새우깡의 보은.jpg 1 09:47 291
2449617 기사/뉴스 뉴진스·스키즈 좋아…‘데드풀과 울버린’ SBS ‘인기가요’에 뜬다 3 09:46 137
2449616 기사/뉴스 "진짜 하차감은 아우디 아닌 도곡역"… '강남 우월주의' 어디까지 19 09:45 699
2449615 기사/뉴스 푸바오 재회한 강철원 주키퍼 “‘잘할 줄 알았어’ 말해주고파” 뭉클(전참시) 3 09:45 401
2449614 기사/뉴스 '탈주' 이제훈, 오늘(7일) JTBC '뉴스룸' 출연 [공식] 1 09:43 88
2449613 기사/뉴스 ‘커넥션’ 지성, 윤나무 죽음의 진실 밝혔다…최고 17.1% ‘유종의 미’[MK★TV시청률] 4 09:43 287
2449612 기사/뉴스 [공식]박수진, 오늘(7일) 신곡 발표…콘텐츠엑스x드림어스컴퍼니 공동 프로젝트 09:42 721
2449611 이슈 소지섭 인스타그램 업뎃 4 09:41 810
2449610 이슈 SBS <커넥션> 시청률 추이.jpg 10 09:39 796
2449609 이슈 놀면뭐하니 미주 친언니 출연하심 X 6 09:37 893
2449608 이슈 친구 집에서 잤는데 친구보다 먼저 일어났을 때 2 09:35 1,872
2449607 기사/뉴스 송도컨벤시아 엔데믹 이후 가동률 껑충…3단계 증설 검토 09:34 399
2449606 이슈 인스타 사과문 지우고 타돌 해외콘서트에서 공론화 카톡 편집된거라고 한 대행사 사장 (핫게 wm&대행사 결탁 사건) 17 09:31 2,621
2449605 이슈 모두가 오해하고 있는 문종의 실제 사인과 문종 본인의 스불재 17 09:30 1,920
2449604 이슈 속보) 존 시나 프로레슬러 은퇴 선언 15 09:29 1,685
2449603 유머 조세호에게 사과한 씨엘.jpg 7 09:27 2,354
2449602 이슈 아프로디테가 새벽의 여신에게 내린 벌 9 09:26 1,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