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구 비상사태가 아니라 사회 비상사태다
49,435 438
2024.07.03 11:49
49,435 438
https://naver.me/FCAnBdWP


19세기 북미의 흑인 여자 노예들은 목화 뿌리를 씹었다. 카리브해의 노예들은 약초를 씹었다. 민간 피임법이었다.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흑인 노예의 재생산에 관심이 없었다. 노예가 부족해지면 서아프리카에서 끌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노예 무역이 금지되면서 농장주들이 흑인 노예의 감소에 대해 각별히 주위를 기울였다. 토마스 제퍼슨은 성인 노예보다 아이 노예가 두 배의 가치가 있다고 공공연히 떠들 정도였다.

농장주 입장에서 노예의 피임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곧이어 '영아 살해'가 등장하자 농장자들이 공포에 휩싸인 채 노예들을 부랴부랴 단속했다. 비참한 영양과 위생 때문에 영아가 죽어간 것을 영아 살해로 오인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산모와 흑인 산파가 영아를 살해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요컨대, 처절한 재생산 저항이었다. 출산 파업이었다. 자식에게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화 뿌리를 질겅질겅 씹었던 것이다. 농장주는 인구 감소를 걱정했지만, 노예들은 삶의 추락에 절망했다. 삶이 절망일 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삶의 재생산 중단이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와 언론이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해괴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화 뿌리를 씹던 여자 노예들의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 그 허다한 대책들 어디에도 사람과 우리의 삶을 걱정하는 소리가 없다. 노예 노동력 감소에 당황하던 농장주들의 비명만이 존재한다.

케겔 강화 댄스로 괄약근을 조이고, 정관 수술비를 지원하며, 여학생 조기 입학을 권장하는 괴이한 인구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여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게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겠다. 급기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초등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부부들의 성생활을 독려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강구책은 B급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다.

시민들은 '사람'을 낳고 싶지만, 지배 권력과 자본은 '인구'를 낳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못 받으니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말과 갖은 공포의 언어로 치장해보았자 단순히 사람을 인구로 수단화하고, 그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납세 의무자, 소비자로만 대상화하면 시민들은 출산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고단한 삶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데 한쪽에선 아동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으라 극성을 피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끓는다. 하루에 35명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통렬한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목록 스크랩 (57)
댓글 43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브링그린💚] 요즘 좁쌀러들의 핫한 필승 꿀피부 비법 알로에 팩, <브링그린 알로에 99% 수딩젤 300ml & 팩 키트> 체험 이벤트 335 00:11 7,249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268,25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415,788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085,816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206,39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410,414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693,78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4,067,27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3,037,6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98 20.05.17 3,651,57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0 20.04.30 4,206,3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700,13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56399 이슈 플래시 인지하자 마자 멈추라고 했다는 변우석 소속사 12:08 122
2456398 기사/뉴스 [속보]국과수, ‘서울시청역 참사’ 운전자 과실 판단 12:08 67
2456397 기사/뉴스 "마지막 촬영 NO, 언제든 다시.." '런닝맨', 강훈 하차 부인 [공식] 12:08 46
2456396 기사/뉴스 변우석 소속사 3일만 '과잉경호' 공식사과 "이용객들께 피해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2 12:07 172
2456395 기사/뉴스 '탈덕수용소' 불출석에 결심공판 연기…법원 "또 안나오면 구속" 12:07 140
2456394 이슈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교체되고 벤치에서 서럽게 우는 메시.x 9 12:06 346
2456393 유머 이번 변우석 경호업체 라운지 이용 항공권 자체 선별 제도가 어이없는 이유.jpg 8 12:06 744
2456392 기사/뉴스 임영웅 발굴한 ‘미스터트롯’ 시즌3 연말 방송 확정 “나이 제한 폐지”[공식] 3 12:06 123
2456391 정보 [KBO] 프로야구 7월 16일 각 구장 선발투수 2 12:06 129
2456390 유머 커플을 헤어지게 만든 선드위치 .jpg 1 12:06 517
2456389 유머 극장판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D-2 키드(KID) 예고편 공개(더빙) 2 12:04 92
2456388 이슈 온유 ONEW '월화수목금토일' Special Clip Behind Photo 3 12:04 72
2456387 이슈 아시아에서 가장 하얗다는 한국인 피부색.jpg 8 12:03 1,615
2456386 정보 네이버페이10원 18 12:03 899
2456385 이슈 이쯤에서 다시 보는 과잉경호 금지 공지 올린 동자아트홀 6 12:03 716
2456384 이슈 태양 TAEYANG 2024 TOUR [THE LIGHT YEAR] IN SEOUL 콘서트 13 12:02 348
2456383 기사/뉴스 이나은, 미모의 붕어빵 친언니와 첫 디즈니랜드 "소원 이뤘다" 3 12:01 958
2456382 정보 토스 행퀴 21 12:01 770
2456381 유머 성찬:한국에서 거의 가장 오래된 음악방송 프로그램!👍(인기가요) 앤톤:하긴..윤상도 나왓어 옛날에.. 13 12:00 950
2456380 유머 반려견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어떤 웹툰작가의 방법 16 11:57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