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구 비상사태가 아니라 사회 비상사태다
55,999 439
2024.07.03 11:49
55,999 439
https://naver.me/FCAnBdWP


19세기 북미의 흑인 여자 노예들은 목화 뿌리를 씹었다. 카리브해의 노예들은 약초를 씹었다. 민간 피임법이었다.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흑인 노예의 재생산에 관심이 없었다. 노예가 부족해지면 서아프리카에서 끌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노예 무역이 금지되면서 농장주들이 흑인 노예의 감소에 대해 각별히 주위를 기울였다. 토마스 제퍼슨은 성인 노예보다 아이 노예가 두 배의 가치가 있다고 공공연히 떠들 정도였다.

농장주 입장에서 노예의 피임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곧이어 '영아 살해'가 등장하자 농장자들이 공포에 휩싸인 채 노예들을 부랴부랴 단속했다. 비참한 영양과 위생 때문에 영아가 죽어간 것을 영아 살해로 오인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산모와 흑인 산파가 영아를 살해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요컨대, 처절한 재생산 저항이었다. 출산 파업이었다. 자식에게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화 뿌리를 질겅질겅 씹었던 것이다. 농장주는 인구 감소를 걱정했지만, 노예들은 삶의 추락에 절망했다. 삶이 절망일 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삶의 재생산 중단이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와 언론이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해괴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화 뿌리를 씹던 여자 노예들의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 그 허다한 대책들 어디에도 사람과 우리의 삶을 걱정하는 소리가 없다. 노예 노동력 감소에 당황하던 농장주들의 비명만이 존재한다.

케겔 강화 댄스로 괄약근을 조이고, 정관 수술비를 지원하며, 여학생 조기 입학을 권장하는 괴이한 인구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여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게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겠다. 급기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초등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부부들의 성생활을 독려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강구책은 B급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다.

시민들은 '사람'을 낳고 싶지만, 지배 권력과 자본은 '인구'를 낳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못 받으니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말과 갖은 공포의 언어로 치장해보았자 단순히 사람을 인구로 수단화하고, 그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납세 의무자, 소비자로만 대상화하면 시민들은 출산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고단한 삶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데 한쪽에선 아동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으라 극성을 피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끓는다. 하루에 35명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통렬한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목록 스크랩 (58)
댓글 43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동화약품X더쿠] 자도자도 피곤한 사람은 일단 이거 먹어봐야함 💚피로에 빠른 답! 퀵앤써 체험단 모집💗 (100명) 554 09.15 29,71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604,49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277,34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122,62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433,56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664,05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676,64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7 20.05.17 4,224,1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743,53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389,53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03094 이슈 이 정도도 못해주면 동네 장사 접어야죠 14:37 13
2503093 정보 [KBO] 그래도 류현진 여전히 류현진 1 14:35 271
2503092 이슈 4세대까지 내려온 JYP 기본기 1 14:34 413
2503091 이슈 애플에 원스가 있는 것 같다는 ios18 상세.jpg 4 14:33 889
2503090 이슈 강아지가 시구한거 아니냐는 오늘자 남지현.twt 12 14:32 1,058
2503089 이슈 모두가 인정한다는 손예진 레전드 짤.gif 8 14:31 1,016
2503088 유머 우리나라 제과 업계에서 넘기 힘든 3개의 벽 12 14:31 1,906
2503087 유머 나는 먹는거땜에 결혼함. 11 14:31 1,590
2503086 기사/뉴스 행사 섭외 1순위 박경림, 왜?…매끄러운 진행+TPO 의상 등 6 14:30 446
2503085 이슈 꾸준히 트렌스젠더로 인해 위협받는 여성을 위해 목소리 낸 롤링 8 14:30 772
2503084 유머 야구팬들 다 똑같음ㅋㅋㅋㅋㅋㅋㅋ.jpg 9 14:30 958
2503083 이슈 방울뱀에 물린 미국인의 치료비 청구서ㄷㄷㄷ 5 14:29 932
2503082 이슈 80년대, 90년대초 귀성길 풍경.gif 4 14:29 430
2503081 이슈 평범한데 진짜 대단한 사람들 5 14:29 756
2503080 이슈 일본 공포영화 연출을 재현해봤다ㄷㄷ...twt 4 14:28 443
2503079 이슈 한국의료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예상 1 14:27 614
2503078 이슈 강박환자로서 금쪽이 엄마보고 느낀점.jpg 9 14:27 1,858
2503077 이슈 궁중 떡볶이.jpg 6 14:26 956
2503076 이슈 진순이가 안되는 이유 13 14:26 1,020
2503075 이슈 세계 역사상 특정 국가가 제일 빡쳤던 순간.jpg 1 14:26 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