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구 비상사태가 아니라 사회 비상사태다
49,152 437
2024.07.03 11:49
49,152 437
https://naver.me/FCAnBdWP


19세기 북미의 흑인 여자 노예들은 목화 뿌리를 씹었다. 카리브해의 노예들은 약초를 씹었다. 민간 피임법이었다.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흑인 노예의 재생산에 관심이 없었다. 노예가 부족해지면 서아프리카에서 끌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노예 무역이 금지되면서 농장주들이 흑인 노예의 감소에 대해 각별히 주위를 기울였다. 토마스 제퍼슨은 성인 노예보다 아이 노예가 두 배의 가치가 있다고 공공연히 떠들 정도였다.

농장주 입장에서 노예의 피임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곧이어 '영아 살해'가 등장하자 농장자들이 공포에 휩싸인 채 노예들을 부랴부랴 단속했다. 비참한 영양과 위생 때문에 영아가 죽어간 것을 영아 살해로 오인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산모와 흑인 산파가 영아를 살해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요컨대, 처절한 재생산 저항이었다. 출산 파업이었다. 자식에게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화 뿌리를 질겅질겅 씹었던 것이다. 농장주는 인구 감소를 걱정했지만, 노예들은 삶의 추락에 절망했다. 삶이 절망일 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삶의 재생산 중단이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와 언론이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해괴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화 뿌리를 씹던 여자 노예들의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 그 허다한 대책들 어디에도 사람과 우리의 삶을 걱정하는 소리가 없다. 노예 노동력 감소에 당황하던 농장주들의 비명만이 존재한다.

케겔 강화 댄스로 괄약근을 조이고, 정관 수술비를 지원하며, 여학생 조기 입학을 권장하는 괴이한 인구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여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게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겠다. 급기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초등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부부들의 성생활을 독려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강구책은 B급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다.

시민들은 '사람'을 낳고 싶지만, 지배 권력과 자본은 '인구'를 낳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못 받으니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말과 갖은 공포의 언어로 치장해보았자 단순히 사람을 인구로 수단화하고, 그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납세 의무자, 소비자로만 대상화하면 시민들은 출산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고단한 삶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데 한쪽에선 아동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으라 극성을 피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끓는다. 하루에 35명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통렬한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목록 스크랩 (56)
댓글 43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JTBC⭐] 📱치ㅣ우치엔ㄷ윈치우치엔웬ㅇ📱 <My name is 가브리엘>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 403 00:09 4,839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07.05 185,41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328,84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002,025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098,81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335,580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580,68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4,035,2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3,001,99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97 20.05.17 3,624,50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0 20.04.30 4,185,57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69,77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53548 기사/뉴스 세금 21억 땅에 버리기 03:45 52
2453547 기사/뉴스 "효리네 처럼...엄마, 나랑 단둘이 제주도 갈래?" 03:38 225
2453546 정보 NCT WISH, 2024년 최고의 신인…韓·日 동시 활동의 좋은 예 03:36 55
2453545 정보 라이즈, 체감되는 ‘진짜’ 대세인 이유 1 03:35 192
2453544 이슈 레전드TV 한문철 갱신 3 03:32 325
2453543 이슈 당신은 회귀한 소현세자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3 03:32 151
2453542 기사/뉴스 건강 이상? 탈 SM?..샤이니는 더 강해졌다 1 03:30 167
2453541 이슈 드디어 음원 내주는 빌드업 이동훈 x 박제업 03:30 75
2453540 정보 춤추는데 뒤에서 꽃으로 몇 번을 처맞는 거야.x 4 03:19 702
2453539 유머 잠들지 못하는 할미들을 위한 추억의 곡 소환.ytb 1 02:53 685
2453538 기사/뉴스 [1보] 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30원…올해보다 1.7% 인상 82 02:51 3,352
2453537 이슈 요즘 애니들 모르는 덬들을 위해서 써보는... 최근 2년 동안 히트 친 일본 애니메이션들......jpg (다 알면 요즘 오타쿠 인정, 다 모르면 갓반인 축하) 33 02:44 1,385
2453536 기사/뉴스 20기 정숙♥영호, 내년 5월 결혼…식장 예약까지 일사천리 ('나솔사계') 12 02:34 3,082
2453535 이슈 트위터 마음에 들어요 8만 찍은 해외 커플 깜짝카메라.twt 20 02:12 4,209
2453534 이슈 진짜 소고기와 똑같은 맛과 향 가진 배양육을 민들어낸 한국 연구팀 30 02:11 3,058
2453533 이슈 일본 지하아이돌의 빈곤한 생활.jpg 52 02:11 4,719
2453532 유머 진짜 이런 사람이 있어?.jpg 18 02:05 2,764
2453531 이슈 춤선 깔끔한 NCT WISH 유우시 여돌 챌린지 댄스 모음.twt 6 02:04 974
2453530 이슈 24년 전 오늘 발매♬ B'z 'juice' 02:03 586
2453529 이슈 태연 자컨에서 SM 직원들 사연받는데 100개 넘게옴...x 2 02:00 2,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