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구 비상사태가 아니라 사회 비상사태다
53,886 439
2024.07.03 11:49
53,886 439
https://naver.me/FCAnBdWP


19세기 북미의 흑인 여자 노예들은 목화 뿌리를 씹었다. 카리브해의 노예들은 약초를 씹었다. 민간 피임법이었다.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흑인 노예의 재생산에 관심이 없었다. 노예가 부족해지면 서아프리카에서 끌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노예 무역이 금지되면서 농장주들이 흑인 노예의 감소에 대해 각별히 주위를 기울였다. 토마스 제퍼슨은 성인 노예보다 아이 노예가 두 배의 가치가 있다고 공공연히 떠들 정도였다.

농장주 입장에서 노예의 피임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곧이어 '영아 살해'가 등장하자 농장자들이 공포에 휩싸인 채 노예들을 부랴부랴 단속했다. 비참한 영양과 위생 때문에 영아가 죽어간 것을 영아 살해로 오인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산모와 흑인 산파가 영아를 살해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요컨대, 처절한 재생산 저항이었다. 출산 파업이었다. 자식에게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화 뿌리를 질겅질겅 씹었던 것이다. 농장주는 인구 감소를 걱정했지만, 노예들은 삶의 추락에 절망했다. 삶이 절망일 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삶의 재생산 중단이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와 언론이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해괴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화 뿌리를 씹던 여자 노예들의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 그 허다한 대책들 어디에도 사람과 우리의 삶을 걱정하는 소리가 없다. 노예 노동력 감소에 당황하던 농장주들의 비명만이 존재한다.

케겔 강화 댄스로 괄약근을 조이고, 정관 수술비를 지원하며, 여학생 조기 입학을 권장하는 괴이한 인구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여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게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겠다. 급기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초등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부부들의 성생활을 독려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강구책은 B급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다.

시민들은 '사람'을 낳고 싶지만, 지배 권력과 자본은 '인구'를 낳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못 받으니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말과 갖은 공포의 언어로 치장해보았자 단순히 사람을 인구로 수단화하고, 그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납세 의무자, 소비자로만 대상화하면 시민들은 출산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고단한 삶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데 한쪽에선 아동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으라 극성을 피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끓는다. 하루에 35명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통렬한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목록 스크랩 (58)
댓글 43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수려한🌸] 나 홀로 자연광 받은 듯, 속광 가득 매끈광 쿠션 <더 블랙 텐션 핏 메쉬쿠션> 체험 이벤트 636 08.21 29,960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956,02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109,54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761,31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115,39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422,340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664,96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452,69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8 20.09.29 3,376,60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0 20.05.17 3,997,73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5 20.04.30 4,525,68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115,84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85132 이슈 해외 투디팬들이 한국욕하며 발작하고있는 카카오 소식 (한국, 일본에겐 좋음) 10:15 98
2485131 기사/뉴스 인스타 건당 무려 7억원…"사진 몇 개로 남들 평생 벌 돈을 버네" 10:15 115
2485130 이슈 서인국 새프로필사진 10:14 133
2485129 이슈 아이폰 16 일반 라인업에도 '접사' 촬영 기능 최초 지원.jpg (+ 카메라 스펙 정리) 12 10:12 404
2485128 기사/뉴스 [POP이슈]그래서 대체 언제?..슈가 소환조사 오보 해프닝→조율ing(종합) 2 10:08 173
2485127 기사/뉴스 “카톡은 부장님과 대화할 때만 써요”…한국 MZ 빨아들인 앱 뭐길래 12 10:07 1,813
2485126 정보 박서준 보그코리아 샤넬워치 화보 1 10:07 303
2485125 이슈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국내 방송 나와서 연주한 쇼팽 〈에튀드〉 Op. 10 3번 3 10:07 228
2485124 유머 여친 기다리는 남친 모드인 어제의 임영웅ㅋㅋㅋ 4 10:06 815
2485123 이슈 코첼라→민희진 사태 겪은 르세라핌, '프로듀서 허윤진'과 만회할까 [엑's 초점] 4 10:06 563
2485122 유머 할머니한테 칭찬받은 초등학생 10 10:04 1,056
2485121 정보 [BIFF 보도자료]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 개최 &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故 이선균 선정 10 10:03 349
2485120 이슈 <손해보기싫어서> 이상이 한지현 얼루어 9월호 화보 5 10:03 424
2485119 유머 친남매인데 커플로 오해 받을 때 대처법 18 10:02 1,562
2485118 이슈 파친코 시즌2 현재 로튼토마토 지수 100% 10 10:02 1,007
2485117 이슈 정년이 드라마 대본리딩 현장 4 10:01 863
2485116 이슈 [8회 선공개] "엄마랑 산다고 한 거예요?" 장나라X남지현, 유나의 속마음에 흐뭇♥ #굿파트너 9 10:01 1,354
2485115 유머 어릴 때부터 돼지였습니다 🐼🐷.jpg 11 10:01 1,165
2485114 기사/뉴스 복지부는 응급실 파행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군의관 핀셋 배치” 운운했는데, 실제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군의관 5명을 "재배치"라는 말장난으로 돌려막기 하는 중이다 1 10:00 245
2485113 정보 애플티비 플러스에서 파친코 보는 방법 일주일 무료기간도 있어 7 10:00 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