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감독은 입장문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는데, 정작 고소인 측은 합의금을 논하며 손웅정 아카데미가 사과는 하지 않고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 제보 금지, 축구 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 정도의 복잡하고 치밀한 조건을 내건 것을 보면 손 감독이 별로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떤 지도자가 아이들을 때리는가: 그 첫째 조건은?
그렇다면 어떤 감독, 코치가 폭력 지도자가 되는가. 누가 결국 욕설을 하고, 선수들을 때리는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X,' 'XX,' 'XXX'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먼저 나오는 대답은 "어릴 때부터 맞으면서 운동한 사람들"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린 시절 엄청나게 맞으며 운동했어도 지도자가 돼서는 폭력을 멀리하는 훌륭한 지도자들 많다. 그렇다면 폭력이 그토록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
간단하다. 실력이 없는 지도자다. 처음엔 말로 가르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욕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래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기합을 주기 시작한다. 학교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한다.
교수 시절 강의에서 토론을 통해 '실력 없는 지도자가 선수들을 때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 강의실 맨 뒤에서 고개 숙이고 팔짱 끼고 자는 줄 알았던 학생선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다 안다.
이번 논란에서 놀라웠던 또다른 하나는 적어도 온라인상에서 압도적 다수가 피해 아동 아버지를 비난하고 손 감독의 폭력행위를 옹호한 것이다. 축구라는 게 그러한 상황도 다 참아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처럼. 궤변이다. 맞아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거라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미국과 중국을 무찌르고 1위에 올라야 하고 월드컵에서는 지금쯤 3연패 정도는 했어야 한다. 손 감독의 폭력마저 옹호하는 이들에게 이르고 싶다.
정신 차리시라.
손 감독은 입장문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가 제 자식을 가르쳤던 방법 그대로 아이를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예고 드립니다"라고 미리 학부모들에게 알렸다면서 자신의 폭력 논란을 피해가려 한다. 간교하다. 자신과 코치진이 조직적, 집단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할 것이라고 미리 밝혔나? 신체적 폭력은 물론 정서적 학대와 이번에도 밝혀졌듯 조직적 가스라이팅에 동의할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22년 김포FC 유스팀 선수가 기숙사 건물에서 밤하늘의 별이 됐다. 그 아이는 카카오톡에 코치 2명, 선수 6명 등 총 10명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차별과 폭력에 자살, 살인 충동을 느꼈다"며 "죽어서도 저주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평소 부모에게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아이였지만 정작 유서엔 "단 한 번도 웃는 게 진심인 적이 없었다"며 부모의 가슴을 도려내는 마지막 고백을 남기고 떠났다.
손 감독은 "제 모습에 아이들이 처음에는 겁을 먹지만, 아이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의 진심을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라 이내 적응해 저를 따라온다"고 입장문에서 당당히 밝혔다. 손 감독에게 한 말씀 선사하고 싶다.
정신 차리시라.
지도자가 어린 선수들을 때리면서 가르치고 코치가 선수를 성폭행하며 메달 따는 스포츠라면 그런 스포츠는 이 사회에서 없어지는 게 마땅하다. 폭력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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