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도서방에서 플타고 있는 어떤 비평가의 글들
29,757 396
2024.06.05 22:58
29,757 396

주어: 신형철

이유: 너무 잘써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신은 그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신이 발명되고야 마는 역설.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인간이 오히려 신 앞에 무릎을 꿇기를 선택하는 아이러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아이를 잃은 부모가 갑자기 독실한 신앙인이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신을 발명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천사가 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그를 '살며시 어루만지는'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다.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이다.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인생의 역사

 

 

 

 

 

 

왜 서사(이야기)라는 것이 필요한가. 이 세계에는 여러 종류의 판단체계들이 있다. 정치적 판단, 과학적 판단, 실용적 판단, 법률적 판단, 도덕적 판단 등등.

그러나 그 어떤 판단체계로도 포착할 수 없는 진실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런 진실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한 인간의 삶을 다시 살아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할 때에만 겨우 얻어질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외도를 하다 자살한 여자'라고 요약할 어떤 이의 진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2000쪽이 넘는 소설을 썼다. 그것이 <안나 카레니나>다.이런 작업을 '문학적 판단'이라 명명하면서 나는 이런 문장을 썼다.

"어떤 조건하에서 80명이 오른쪽을 선택할 떄, 문학은 왼쪽을 선택한 20명의 내면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 20명에게서 어떤 경향성을 찾아내려고? 아니다. 20명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왼쪽을 선택했음을 20개의 이야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도 정확히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는 없을 그런 상황을 창조하고, 오로지 그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이것이 문학이다.

 

 

- 정확한 사랑의 실험

 

 

 

 

 

 

 

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갔다.

 

 

- 느낌의 공동체

 

 

 

 

 

 

DCGuNX

 

hjcxfC

 

cVgwhO

 

lGTliM

 

 

 

 

목록 스크랩 (279)
댓글 39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어퓨🍑] 14컬러 모두 증정! 어퓨 블러셔로 인간 복숭아 되기 <물복&딱복 블러셔 2종> 체험 이벤트 533 00:09 14,318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517,02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616,70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265,94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464,33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703,242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995,81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202,88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6 20.09.29 3,134,8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02 20.05.17 3,767,44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2 20.04.30 4,323,21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824,67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68345 이슈 LA 뜨겁게 달군 돌 18:36 260
2468344 기사/뉴스 '삐약이' 신유빈, 탁구 여자 단식 32강 진출···세계 250위에 4-0 승리 [2024 파리] 18:36 78
2468343 이슈 유니스 너만몰라 챌린지 선공개 18:36 12
2468342 이슈 한중일 3국이 최고로 뽑는 조각품들 1 18:36 192
2468341 이슈 비오템 새 앰버서더 실루엣 공개 10 18:35 560
2468340 이슈 교복 바지가 피떡이 될 때까지 학교폭력 당했던 이준 3 18:35 330
2468339 유머 하 사격 결선에서 현재 1위인 황위팅 선수가 10.7 쏘니까 해설이 인간미가 너무 없어요ㅡㅡ 하다가 반효진 선수도 10.7 쏘니까 그럼 반효진 선수는 멉니까??? 하는거 왜케웃겨 12 18:33 1,163
2468338 유머 뻘하게 웃긴 세븐틴 위버스 모음.jpg 3 18:30 339
2468337 이슈 현재 대한민국 올림픽 금메달 종목 특이점.jpg 25 18:29 2,559
2468336 유머 [오와둥둥] 백신 맞고 수의사바오한테 복수하려고 달려드는 후르쉐ㅋㅋㅋㅋ🩷🐼 57 18:28 2,567
2468335 기사/뉴스 '티몬·위메프' 판매업자 피해 보상에 5,600억 투입 25 18:27 808
2468334 유머 전투 장비를 장착한 갑옷입은 동물 4 18:26 590
2468333 이슈 더보이즈 주연, 스파오 FW 푸퍼 컬렉션 화보.jpg 2 18:26 363
2468332 기사/뉴스 백신 없는 수족구병, 10년 새 가장 유행 11 18:24 1,022
2468331 이슈 원하는 여자 조건이 16가지나 되는 나솔 사계남 158 18:24 7,155
2468330 유머 전도연 : 만식~~~~~~ 왜 이제 왔어~~? 3 18:23 1,595
2468329 기사/뉴스 '데드풀과 울버린', '인사이드 아웃2' 제치고 북미 오프닝 신기록 6 18:22 296
2468328 이슈 방금 라이브 한 더보이즈 현재 얼굴 피지컬 근황.....jpg 11 18:20 981
2468327 이슈 올림픽 총칼활 메달이 절대 운이 아닌 이유 39 18:18 4,554
2468326 이슈 그놈은 멋있었다에 출연할 뻔한 강동원 8 18:18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