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모(35)씨는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업가 남성과 결혼했다. 처음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할 때는 본인과 같은 전문직 남성을 원했지만, 연령과 학력·직업 수준이 유사한 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씨는 “전문직 남성을 포기하니 그나마 조금씩 소개팅이 들어왔다. 동기 중에선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이들도 있는데 성사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학력 여성일수록 미혼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학력·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결혼 시장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이른바 ‘남고여저’(男高女低,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학력·경제력 등이 높은 것)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여파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비혼을 택하는 이가 많아진 점도 혼인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지난 4월) 마이크로데이터에서 30세 이상 남녀의 학력별 미혼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대학원 졸업생의 미혼율이 21.5%로 가장 높았다. 4년제 대학 졸업 여성의 미혼율이 20.8%로 그 뒤를 이었고, 전문대졸(18.8%)→고졸(7.1%)→중졸(1.7%)→초졸 이하(0.9%) 순이었다. 한 마디로 고학력으로 갈수록 미혼율이 높았다.
반면 남성은 학력과 미혼율이 정비례하지 않았다. 예컨대 대학원 졸업 남성의 경우 미혼율이 같은 학력의 여성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남성은 전문대졸(30.1%)에서 미혼율이 가장 높았고 대졸(23.9%)→고졸(20.8%)→대학원졸(10.2%)→중졸(9.8%)→초졸 이하(7.5%) 순이었다. 여성과 비교하면 오히려 고졸·중졸·초졸 이하 등 저학력에서 미혼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결혼 시장에서 남녀 간 학력 ‘미스매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여성의 경우 통상 자신보다 학력·소득 수준이 높은 남자와 결혼하는 ‘상승혼’을 지향한다. 그런데 학력이 남성보다 높아지다 보니 맞는 짝을 만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커플매니저로 일하는 A씨는 “고학력 여성은 적어도 자신과 같은 수준의 남성을 원하는데 그런 남성들은 이미 결혼을 했거나 학력이 다소 낮더라도 어린 여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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