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쓴 신경림(88)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22일 문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암 투병 중이었던 신경림 시인은 이날 오전 8시 17분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후략)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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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