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랜덤 포카 60종으로 판매량 털어내"···세븐틴이 테일러스위프트보다 앨범 많이 파는 이유[민희진의 난]
36,327 420
2024.05.07 08:17
36,327 420
"이런 짓좀 안했으면 좋겠다. 업계에서 (앨범)밀어내기를 알음알음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K팝 팬들이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앨범 사재기, 팬사인회, 포토카드 등 K팝 산업의 '소비자 착취 구조'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4월 19일 발표한 앨범(261만장)보다 한국 보이그룹 세븐틴이 작년 10월 23일 발매한 ‘SEVENTEENTH HEAVEN(509만장)’이 248만장이나 더 팔렸다.

이를 'K팝의 저력'이라 볼 수 있을까? 스위프트는 이 기록으로 3팝스타 비욘세의 정규 8집 ‘카우보이 카터’ 약 22만8000장을 제치고 빌보드 200의 1위에 올랐다. 영국 밴드 비틀스 다음으로 '빌보드 200' 1위에 많이 오른 가수다.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전 세계 문화,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수지만 놀랍게도 한국 음반 차트에 들어오면 10위권 한참 밖으로 밀려난다. K팝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은 한터글로벌이 전 세계 1100여 판매점의 음반 판매량을 합산해 만든 ‘한터차트’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발매 일주일간 판매된 앨범 수량을 ‘초동 판매량’(이하 초동)이라고 부르며 집계한다. 이번 스위프트가 빌보드 차트에서 경신한 기록으로는 이 차트에서 20위 정도에 그친다.

5월 1일 기준 역대 초동 순위는 앞서 언급한 세븐틴의 앨범이 1위다. 스트레이키즈가 작년 6월 2일 발매한 ‘★★★★★(5-STAR)’는 약 461만 장으로 2위, 뒤이어 세븐틴이 같은 해 4월 24일 발매한 앨범 ‘FML’이 한 주간 455만 장 팔려 3위다.

K팝 음반 시장은 언제부터 이렇게 커진 것일까? K팝 산업 내 ‘음반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시작돼 최근 정점을 찍었다.

한터차트에 따르면 초동을 100만 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 셀러 앨범은 총 55개다. 이 중 2020년 이전에 발매한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앨범 2개가 전부다. 이후 2020년 3개, 2021년 4개, 2022년 12개, 2023년 29개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외 콘서트 투어나 굿즈 판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여러 엔터사는 앨범 판매를 수익 확보의 핵심 활로로 눈길을 돌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콘서트 수익은 2019년 106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64억원, 2021년 22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음반·음원 판매매출은 2019년 1267억원에서 2020년 1913억원, 2021년 2988억원으로 늘었다.

하이브의 경우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콘서트 등 공연매출은 2019년 1910억원으로 전체 32%를 차지했지만 그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 영향 때문에 3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1년 452억원으로 회복됐고 2022년 2581억원, 2023년 3591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비해 음반·음원 매출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1083억원에서 2020년 3206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 후 2021년 3768억원, 2022년 5519억원, 2023년 9704억원으로 1년 새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랜덤 굿즈와 팬 사인회 등을 동인으로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을 활용해 앨범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덕이다. 마케팅의 수준을 뛰어넘어 팬덤의 충성도를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작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들을 대상으로 랜덤 굿즈 ‘끼워팔기’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이하 포카)를 제작하고 무작위 방식으로 판매하는 등 ‘사행성 상술’을 펼친다는 지적과 소비자 민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상 앨범을 구매하면 랜덤으로 한 개 증정했던 포카는 이제 대부분 MD(기획상품)에 따라붙는다. 포카는 신용카드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코팅된 카드로 아이돌 가수의 셀카 사진이나 콘셉트 포토가 담겨 있다. 수십 종의 포카를 랜덤으로 내놓고 팬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멤버의 사진이 담긴 포카는 웃돈을 주고 높은 시세로 거래가 돼 고급 아파트 명칭을 붙여 ‘반포자이 포카’, ‘한남더힐 포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팬덤 내 수요의 규모를 파악하자 회사는 아예 앨범을 발매할 때 이 포카만 들어 있는 ‘랜덤 팩’을 출시해 판매하기도 한다. 모 남자아이돌 그룹 팬 정모 씨는 “굿즈 중에 ‘랜덤 트레이딩 카드 팩’이 있는데 각자 다른 버전의 포카 2개가 ‘1/멤버 수’ 확률로 들어 있다”며 “앨범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니 원하는 포카를 얻기 위해 애초에 10~20개씩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줄 세우기’, ‘커리어 하이’ 등 신조어도 앨범 판매 경쟁 과열에 한 몫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구매자가 수십 장을 한 번에 구매하는 ‘공동구매(공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은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3위권을 차지한 스트레이키즈 초동 수량 중 114만 장 이상, NCT 드림은 107만 장 이상이 중국 공구를 통해 팔렸다. 걸그룹도 중국 공구 의존도가 높다. 작년 5월 ‘MY WORLD’를 발매한 에스파 초동 169만 장 중 102만 장, 같은 해 4월 아이브가 발매한 ‘I’ve IVE’ 앨범 초동 110만 장 중 56만 장, 르세라핌의 ‘UNFORGIVEN’ 초동 125만 장 중 31만 장, (여자)아이들이 비슷한 시기 발매한 ‘I feel’ 116만 장 중 51만 장이 중국에서 팔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밀어내기’ 또한 그 일환이다. 먼저 앨범 주문을 받고 판매량을 채우는 수법인데 부담은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초동을 비롯한 앨범 판매량이 인기나 영향력의 지표로 작용하니 회사는 높은 판매량을 경신하기 위해 미리 판매량을 정해두고 오랜 기간을 두고 팬 사인회를 수십 회 열거나 미공개 포카 등을 비롯한 랜덤 굿즈를 내놓으며 수량을 채운다. 민 대표의 말처럼 “팬은 샀던 앨범을 사고 또 사고, 갔던 팬 사인회를 가고 또 가야 한다.”

앨범이 많이 팔리고 수출이 늘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K팝 인기와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만 민 대표가 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콘텐츠로 승부 볼 것”을 외친 것을 봐도 이미 이 문제는 업계 내에서도 좋지 않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매량이나 기록 경신에 매몰돼 소비자인 팬들에게 랜덤 굿즈 등을 빌미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K팝 산업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진다. 음악성, 신선함, 완성도, 스타성과 별개로 팬들의 과소비에 기대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74674?sid=101

목록 스크랩 (0)
댓글 4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멜론🍈] 맡겨줘 덬들의 인생 플리,,,✨100만원, MMA티켓, 맥북까지! 선물과 함께 찾아왔어요🎶 62 00:06 3,08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899,90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580,09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525,820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884,25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812,88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835,33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03,38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889,18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556,65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17989 이슈 남자는 '셰프', 여자는 '이모님'...'흑백요리사' 이건 아쉽다 02:28 4
2517988 정보 엄친아ost 코드 진행 같다고 표절이라는 게 말도 안된다는 근거 02:26 124
2517987 기사/뉴스 물 달랬더니 천원 생수병을?…외국인 상대 'K-바가지' 현장 점검 02:22 198
2517986 기사/뉴스 스튜디오드래곤 대표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美 본사와 공동제작" 3 02:19 412
2517985 이슈 모수에서 가장 인기 많다는 시그니처 메뉴 TOP3 5 02:19 769
2517984 기사/뉴스 백예린 '표절 저격' 당한 신인 작곡가 "안 베꼈다, 낙인 두려워" 반박 [엑's 이슈] 16 02:15 634
2517983 기사/뉴스 농협, 성희롱 등 중징계 퇴직자 10명에 명퇴금 28억원 지급 7 02:14 316
2517982 이슈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3 확정 14 02:10 1,082
2517981 이슈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 갈리는 신작 웹소설 줄임말...jpg 22 02:07 1,477
2517980 이슈 [해외축구] 도핑 했던 폴 포그바 선수생활 자격정지 4년에서 18개월로 감형, 내년부터 경기 참가 가능 + 감형사유 5 01:59 754
2517979 이슈 너무 이른데? 금어기 아님? 15 01:55 1,825
2517978 이슈 올해 연간4위 예상되고있는 데이식스 히트곡 6 01:55 1,092
2517977 이슈 배달기사들이 비오는날 지하주차장을 꺼리는 이유 3 01:54 1,430
2517976 이슈 8년 전 오늘 발매♬ ShuukaRen 'UNIVERSE' 01:50 124
2517975 유머 30년전 포장이사의 수준은...gif 8 01:46 2,411
2517974 기사/뉴스 돌연 순방 연기에 '억소리' 위약금…또 '국가 비상금' 써서 해외 가기로 43 01:45 1,417
2517973 이슈 2년전 대중 기만 소리 들었다가 이번엔 진짜 칼갈고 나와버린 박재범;; 6 01:43 1,299
2517972 이슈 생각보다 더 불공정해보이는 흑백요리사 재료수급 문제 205 01:41 10,274
2517971 유머 고객들 박스에 그림 그리는게 취미인 어느 대구 쿠팡맨 20 01:41 2,620
2517970 유머 변신 못하는 로봇의 고민 5 01:41 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