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tvN ‘선재 업고 튀어’…장애를 결함으로 만드는 ‘치유’라는 폭력[이진송의 아니 근데]
15,281 81
2024.05.01 16:58
15,281 81

yNiWiN

(전략)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는 4월8일 첫방송을 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이러한 상실을 주요 서사로 삼는다.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이 원작이며, 김혜윤과 변우석이 주연을 맡았다. 주인공 임솔(김혜윤)은 삶의 의지를 놓은 순간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로부터 응원과 위로를 받고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런데 10년 넘게 좋아했던 이 ‘최애’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절망의 순간 임솔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다. 도착한 곳은 류선재가 아직 가수로 데뷔하기 전 평범한 남학생이고 임솔은 열아홉 살 고등학생인, 2008년이다. 자신의 타임슬립 사실을 인지한 뒤부터 임솔의 목표는 단 하나다. 최애인 류선재를 지키자! 로코의 최강자인 김혜윤은 만화적인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고, 수영선수 출신 아티스트를 연기하는 변우석은 그린 듯 근사하다. 사랑하는 대상을 지키려는 고군분투는 위안과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청량한 청춘 로맨스물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임솔의 장애 설정이다

 

솔은 열아홉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류선재가 건넨 위로가 무려 구원이 되는 이유 역시 그때 임솔이 사고 직후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며, 깊이 절망해 있었기 때문이다. 임솔의 장애는 원작 소설에서는 없던 설정이다. 그렇다면 임솔의 장애가 <선업튀>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드라마는 과거로 타임슬립하기 전에 임솔이 일상에서 겪는 현실적인 제약을 짧게 보여준다. 임솔은 회사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취업이 좌절되고, 교통 체증을 포함한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콘서트에 가지 못한다. 길 한가운데서 휠체어가 고장 나서 곤경에 처하고, 수시로 행인들과 부딪쳐 물건을 떨어뜨린다. 반면 사고가 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온 임솔은 거침없다. 선재에게 달려가 안기고, 선재를 괴롭히는 운동부원을 제지하고, 불이 난 집으로 달려가서 엄마의 화상을 막는다. 타임슬립 혹은 회귀물의 주인공은 미래를 안다는 점에서 신의 전지전능함을 닮았다. 과거로 돌아간 임솔은, 비록 미래의 정보를 발설하려고 하면 그대로 시간이 멈추는 제약에 걸리긴 하지만, 유능하고 주체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임솔의 활약은 ‘휠체어에 갇혀 있던’ 임솔과 대조된다. 2008년의 임솔은 류선재가 길에서 마주친 휠체어 사용자를 도와주는 장면을 아련하게 지켜본다. 이 장면은 류선재의 따뜻한 성품을 보여주고, 임솔이 휠체어 사용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하지만 동시에 ‘지금 도움을 필요로 하는’ 휠체어 사용자와, 그런 도움이 필요 없는 지금의 ‘온전한’ 신체를 가진 임솔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 그러다 현재로 돌아오면, 선재를 구하지 못한 현실과 하반신이 마비된 몸이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는 임솔의 장애, 그리고 휠체어를 탄 육체를 선재에게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무력함의 은유로 사용한다.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선재의 비극만큼이나 임솔의 사고를 피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시청자들의 추측대로 임솔이 사고를 피하고, 장애 때문에 접었던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

후천적 장애를 가진 육체를 ‘과거의 온전했던 시절’로 소환하고, 그때에야 비로소 서사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이 시작되고, 과거 시점에서 그 사고를 막아 ‘미래의 온전한 몸’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tvN, 2023)에서도 드러난다.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년 은결(려운)은 과거로 타임슬립해서, 젊은 시절의 아빠 이찬(최현욱)을 만난다. 아빠는 후천적 청각장애인이지만 은결이 만난 아빠는 아직 청각장애를 얻기 전이다. 은결은 처음으로 아빠와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 그리고 아빠가 청각장애를 갖게 되는 사고를 막으려 한다. <선업튀>와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발상은 사실 새로울 것 없다. 기술의 발전을 내세우는 광고에서 ‘처음 소리를 들어보는 청각장애 아기’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낸 농인 엄마의 목소리’ 같은 감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올해 초 장애인 혐오 논쟁이 일었던 아이유의 ‘Love wins all’의 뮤직 비디오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장애가 있는 주인공들은 캠코더 속에서, 허구적 상상 속에서 온전한 육체와 예쁜 옷, 소소한 기쁨을 누린다. 이 연출은 의도와 무관하게, ‘이런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은 실재하는 ‘결함이 있는’ 몸이 아니라 ‘가상의 정상화된 몸’에게 허용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중략)

<선업튀>는 ‘쌍방구원’ 서사다. 류선재는 임솔을 절망에서 구했고, 임솔은 다시 류선재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하려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임솔의 장애는 ‘접힌 시간성’ 속에서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절망적인 현재로 소환되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전개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온전한 몸’을 획득하는 것이 해피엔딩의 조건이라면, 2023년의 임솔이 살아가는 현재는 ‘구원’과 치유의 대상으로 타자화된다. 이것은 예쁜 화면이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음악, 두 배우의 찰떡같은 케미로도 중화할 수 없는 뾰족한 진실이다.

 

출처

https://v.daum.net/v/20240427060000034

목록 스크랩 (0)
댓글 8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VDL X 더쿠 💜] 세레니티가 새로워졌어요, 톤스테인 컬러 코렉팅 프라이머 #세레니티 #클리어 체험 이벤트 406 05.16 23,755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761,55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499,93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875,018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044,46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5 21.08.23 3,628,49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483,47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9 20.05.17 3,188,02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6 20.04.30 3,768,77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150,45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12052 유머 박자감이 약하면 머리 쿵할것같은 체코의 엘리베이터 20:31 14
2412051 이슈 절대 리듬감?! 20:31 5
2412050 이슈 뮤비 간지나서 핫게갔던 중소남돌 82MAJOR ‘촉(Choke)’ 퍼포비디오 공개 20:30 50
2412049 이슈 뭔가 좀 다른 김연경×춘식이 콜라보 인형.jpg 9 20:28 848
2412048 이슈 3년전 오늘 발매된, 로켓펀치 "Ring Ring" 2 20:28 31
2412047 유머 [KBO] 느으으으으으으으린 야구선수가 득점하는 방법.gif 2 20:28 441
2412046 이슈 [선재 업고 튀어] 살롱드립 변우석 김혜윤 촬영 사진 (5/27 공개) 22 20:28 584
2412045 유머 sm 사옥에 있다는 카리나 동상.x 13 20:28 974
2412044 기사/뉴스 엔터사 최초 대기업집단 하이브, 전속계약 공시할까 20:27 214
2412043 이슈 조금 전 핫게 뉴진스 예능 - 르세라핌 컴백 날짜 기사 정정 7 20:27 631
2412042 이슈 이진호 민희진 방시혁 관련 오보 인정 17 20:26 1,765
2412041 유머 주먹 꽉쥐고 퇴근한 후이🩷🐼 툥바오 이건 아니좌나~ 5 20:26 574
2412040 이슈 [스튜디오춤 BE ORIGINAL]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Feel the POP' (4K) 20:25 47
2412039 이슈 "최선을 다하려고 무대를 하는게 아니다"라는 한 아이돌 멤버 12 20:24 1,198
2412038 이슈 [MSI] T1이 G2를 꺾고 패자조 결승으로 진출합니다! (T1 3-0 G2) 13 20:24 386
2412037 유머 아이바오 따라하는 후이바오🐼 5 20:24 643
2412036 유머 관종언니 채널에서 개매운 임출육토크하는 모델 이현이 11 20:20 1,923
2412035 이슈 1년전 오늘 첫방송 한,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4" 1 20:20 266
2412034 이슈 [데이식스 영케이의 K생존기] ep2.트와이스 나연편 2 20:20 245
2412033 유머 SM엔터테이먼트 면접을 위해 펭꾸한 펭수.jpg 16 20:19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