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민희진 사태를 보니 재밌는 지점이 여럿 있어 적어본다.
0. 기본 개요
: 어도어는 법적으론 하이브의 자회사이다. 100% 자회사였다가 어도어의 경영진이 옵션을 행사해 20%의 주식을 가져가 현재는 80% 자회사로 되어있다. 대주주는 하이브이지만, 경영은 민희진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가 한다.
1. 자본 vs 노동
: 뉴진스의 2023년 매출은 1100억이다. 이것을 만든 주역은 누구인가? 아마도 뉴진스 본인들과 이를 기획한 레이블인 어도어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수익을 대부분 모회사인 하이브가 가져간다고 하면 억울할 법 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복불복인 엔터 투자에서 시드머니로 200억 밸류에 160억 내준게 하이브다. 민희진(어도어)이 출시할 걸그룹이 잘 될지 안될지도 모르면서 160억을 밀어준 것이다. 성공의 주역은 누구일까?
큰 리스크로 자본을 밀어넣어준 하이브일까, 아니면 기여코 1100억 매출을 올린 민희진(어도어)일까? 200억 밸류에 80:20 배분은 적당한걸까?
2. 제품 = 스타
: 보통 스타트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자회사 대표가 아무리 큰 활약을 하든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달래줄 뿐이지 이렇게 갑자기 회사 독립을 꾀하진 못할 것이다. 퇴사를 하고 새로 회사를 차린다고 해봤자 기밀을 빼가는 것도 불법이고, 제품을 가지고 나올 수도 없으며, 고객도 끌고 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터는 모든 제품의 중심이 "스타(아티스트)"에 집중되어 있다. 지분도 중요하고 경영권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품이 사람인 이상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일할 권리를 가지기에, 따라서 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면 여러 싸움에서 이겨 기술/제품/고객 모두를 뺏어올 힘을 갖는다.
스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자본을 댄 사람보단 직접 동거동락한 레이블일 것이다. 그리고, 피프티피프티 사태에서 봤듯, 큰 성공 뒤에 '이런 배분은 문제가 있다'며 새로 독립을 꾀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자본적으론 risk taking을 감내한 투자의 기여를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칼자루는 법도, 지분도 아닌 스타가 쥐고있다. 이들은 이 복잡한 자본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할까, 아니면 세상을 선과 악으로 보는 단순한 접근으로 오판을 하게될까?
3. 돈을 쓰는 모회사 vs 돈을 버는 자회사
큰 기업에 있다보면 돈을 버는 조직이 있고 돈을 쓰는 조직이 있다. 누구는 힘들게 죽어라 돈을 버는데, 다른 한쪽에선 미래를 대비한 투자라며 죽어라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돈 버는 조직이 기분 좋을리 없다.
보통 돈 쓰는 조직은 신사업이나 신기술 쪽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이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주고 해자를 구축해 더 독보적인 성장성을 마련해 주기도 하나, 많은 경우엔 실패해 그저 돈 먹는 하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돈버는 조직은 그저 우리가 열심히 일한걸 우리가 잘먹고 잘쓰면 좋겠단 생각을 할 것이다.
1100억의 매출을 올린 뉴진스도 "고작" 160억 투자한걸로 향후 미래 수익까지 쭉쭉 빨아갈 하이브를 보면 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도어가 독립해 우리가 현재 캐시카우고, 우리가 미래의 핵심이며, 우리가 보상의 주체가 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분구조와 모회사/자회사 구조는 그렇게 되어있지 않다.
무엇이 원흉인가? 이게 다 투자 때문이다. 정말 그런 구조를 원했다면 투자를 안받으면 된다. 근데 투자를 안받고 뉴진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160억의 마중물이 없었으면 1100억의 매출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민희진과 뉴진스의 노력의 공도 혁혁하다. 이는 초기 리스크와 결과론적 보상 분배(그리고 그걸 감안한 지분 구조) 문제이지, 모회사가 수익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게 문제는 아니다. 뉴진스도 돈버는 BTS의 돈쓰는 신사업일 때가 있었다.
4. 결과와 보상의 불일치
이런 문제는 스타트업에서 늘 있는 문제다. 초반에 지분을 나눴는데 몇년 지나보니 활약에 비해 지분이 택도 없이 많거나 적을 수 있다. 처음부터 미래의 활약을 단언할 순 없을텐데, 그럼 이런 불일치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나는 더 많이 가진 쪽이 적극적으로 보상 평형의 손을 내밀며 끊임없이 평형점을 찾는 노력을 보이며 상호신뢰를 쌓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지분을 나눴으면 땡'이 아니라 지분/스톡옵션을 지속적으로 분배하며 (완벽할 순 없겠으나) 평형점을 향해가는 시스템이 결국 이런 리스크를 없앨 수 있지않나 싶다. 누군가는 작은 투자로 큰 보상을 받으면 "큰 수익"이라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론 성공과 보상을 일치시키는 시스템이 결국 윈윈하는 모티베이션을 끌어내고 파탄의 리스크를 줄이기 때문이다.
엔터 성공의 지분은 자본, 기획, 아티스트 중 누구에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