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뒀던 신부 공개
베일 속 아내와 동반 입국
입국장부터 화제의 중심에
#이례적인 한국 사랑
“내가 좋아하는 나라”
상상초월한 코멘트 깜짝
#야구 스타들의 스타
기자 질문 집중됐지만
동료들 배려 ‘빛나는 매너’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 잔치’였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대스타가 된 뒤 일본에서 치르는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대회 내내 각종 광고과 뉴스는 오타니의 얼굴과 말로 도배됐다.
일본 대표팀 에이스인 오타니는 무시무시한 괴력의 투구로 전 세계 야구 팬들을 현혹시켰다. 바른 성품과 태도로 주목받아온 오타니의 ‘멋짐’이 폭발한 것은 대회 말미였다. ‘사무라이 재팬’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던 오타니의 라커룸 연설 영상이 공개됐다. 미국과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단에게 “오늘만큼은 미국(야구)을 동경하지 말고 넘어섭시다”라고 한 오타니의 매력에 한국 팬들까지도 퐁당 빠져들었다.
그 오타니가 한국에 왔다.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와 개막 2연전을 펼칠 LA 다저스의 팀원으로 오타니는 지난 15일 입국했고 16일부터 고척 스타디움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매력을 철철 넘치게 발산하고 있다.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극기를 올려놓고 “기다려진다”며 한국행에 대한 설렘을 드러낸 오타니는 지난 1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타니는 “(야구하면서) 대만과 한국 정도밖에 안 가봤고 한국은 내가 좋아하는 나라다. 야구를 통해 이렇게 다시 와 경기할 수 있게 돼 기쁘다. 한국과 일본은 항상 스포츠에 있어 라이벌이었다. 한국과의 경기를 보면서 한국 선수와 한국 팀을 항상 존경해왔다. (한국 팬들로부터) 이렇게 환영받는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기분 좋은 일”이라고 인사했다.
과거 한-일관계를 ‘반드시 이겨야 할 관계’로 느끼고 말을 아꼈던 일본과 한국의 선수들과는 다른, 이미 경쟁 세계를 초월한 톱스타의 코멘트다. 어느 스포츠든, 일본 선수가 한국에 와서 경기하면서 “한국은 내가 좋아하는 나라”라고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일본도, 미국도,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던 ‘오타니의 신부’를 한국에 오면서 공개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이번 출전 선수들에게 가족을 동반할 수 있게 해주면서 지난 2월29일에 결혼을 막 발표했던 오타니가 아내를 동반할 수 있는 첫 공식 일정이 바로 이번 월드투어 서울시리즈가 된 것이다. 추측이 난무했던 ‘오타니의 신부’는 세간의 예상대로 일본 농구 선수 출신인 다나카 마미코였다. 훤칠한 키에 얼굴까지 닮은 신혼부부가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장면은 이번 월드투어 선수단 입국 장면 중에서도 백미였다.
10년 7억달러, 천문학적인 몸값의 선수인 만큼 ‘오타니 신드롬’은 분명 미국에서도 진행 중인 듯하다.
16일 기자회견에서 오타니는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등장했다. 베츠는 12년 3억 6500만 달러, 프리먼은 6년 1억 62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한,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거물 슈퍼스타다. 올시즌 다저스에 새로 입성한 오타니와 함께 1-2-3번을 책임질 역사상 가장 화려한 상위타선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문은 오타니에게 집중됐다. 일본 취재진이 압도적으로 많기는 했으나 미국 취재진 역시도 셋에게 묻는 공통질문 외에는 다저스의 새 식구 오타니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베츠와 프리먼 역시도 이 분위기를 즐겼다. 아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수줍어하는 오타니를 보고는 “빨리 말해보라”며 장난치고 즐거워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오타니를 추켜세웠다.
오타니의 매너 역시 빛났다. 앞에 앉은 취재진 대다수가 일본 기자들임을 확인한 오타니는 착석한 뒤 옆에 있던 자신의 통역에게 베츠와 프리먼을 가리키며 뭔가를 이야기했다. 일본어를 모르는 자신의 동료 베츠와 프리먼에게도 일본 취재진의 질문을 영어로 먼저 전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이날 베츠도, 프리먼도 미·일 취재진 사이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유쾌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오타니는 17일부터 나흘간 이벤트 경기 2경기와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에 다저스의 타자로 등장한다. ‘팀 코리아’로 월드투어 이벤트에 나가는 한국의 젊은 선수들 중에는 “오타니와 붙어보고 싶다” “오타니와 사진이라도 찍고 싶다”는 선수들이 여럿이다. 전 세계 야구 스타들의 스타, 오타니 열풍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sports/wbaseball/article/144/0000949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