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등 2034명에 지급
이태원(58)씨는 마을버스 기사로 10여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달 설 연휴 전날인 8일 오전 그의 은행 계좌에 성동구청이 보낸 30만원이 입금됐다. 성동구가 올해 처음 지급한 필수노동 수당이다.
이씨는 “성동구가 필수노동자라며 관심 두고 수당도 주니 힘이 난다”며 “다른 기사들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됐다며 좋아한다”고 동료들 반응도 전했다.
마을버스 회사들이 코로나19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종사자들에게 지급해왔던 명절 선물이나 상여금이 뚝 끊겼다. 현재 이씨가 받는 월급은 22일 만근을 기준으로 초과수당을 포함해 매달 평균 280만원 남짓이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에 견줘 단거리지만 가파른 언덕길을 가는 경우가 많아 운전이 힘들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이용자가 적잖아 운행 시간도 꽤 걸린다. 업체들 사정은 월급 주기에도 빠듯해 기사들의 수당이나 (물가상승을 반영한) 임금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씨를 포함한 마을버스 기사 109명과 요양보호사 1219명, 장애인활동지원사 706명 등 모두 2034명이 성동구의 첫 필수노동 수당을 받았다. 수당 지급 횟수와 액수는 마을버스 기사는 매달 30만원, 나머지는 연 1회 20만원이다. 세 직종은 지난해 두 차례 추진한 임금실태 조사에서 처우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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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노동 수당은 성동구가 전국에서 처음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2020년 9월)한 뒤 3년 반 동안 꾸준하게 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첫 1~2년 동안에는 방역물품과 심리치료 지원 등 직접 지원과 함께 기반 구축을 진행했다. 지원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며,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캠페인을 벌여 사회 공감대를 이뤄 조례 제정 8개월 만에 법제화(‘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로 이어지는 성과도 일궈냈다.
다음 단계로 성동구는 필수노동자들의 보호와 지원을 위한 구체적 사업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필수노동자 지원 정책 3개년 로드맵을 세워 저소득 필수노동자 직종에 대한 지원(필수노동 수당)과 사회안전망 지원, 직종별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건 조성을 위한 임금 가이드 마련 등을 진행해나간다.
전담부서 ‘일하는시민팀’도 올해 1월1일자 조직개편 때 만들었다. 일하는시민팀은 올해 수당 지급과 함께 사회보험료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협의를 추진한다.
현재 전국에서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는 100여 곳이다. 지자체 5곳 가운데 2곳으로 적잖은 숫자다. 하지만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행 움직임은 저조하다. 실제 지역의 필수업무 종사자 지정과 규모를 파악한 곳은 10%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필수노동자법 조항의 한계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행법에는 필수업무 지정 내용과 물품, 예방접종 등의 지원만 담겨 있고, 경제적 지원을 위한 기금 조항은 없다. 장정인 일하는시민팀장은 “다른 자치구와 지자체에서도 필수노동 수당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구는 사회 전체로 인식과 지원이 확대될 수 있게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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